재소환된 다이소 '아기욕조 악몽'
김기성
bigpen@kpinews.kr | 2023-08-23 13:53:54
전체 물량 93% 다이소 통해 판매…고발 대상서는 빠져
다이소 판매 제품에 대한 안전 검증 시스템 구축해야
기준치의 600배가 넘는 환경호르몬이 검출돼 공분을 샀던 아기욕조가 다시 한번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2일 문제의 아기 욕조를 제조한 대현화학공업과 중간 유통사 기현산업을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아픈 기억을 다시 소환한 것이다.
환경호르몬 612.5배 검출된 '국민 아기욕조'
2019년 10월부터 2020년 10월까지 다이소에서 '물 빠짐 아기욕조'라는 이름으로 5000원에 판매된 이 아기 욕조는 '국민 아기욕조'로 불릴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2020년 11월 실시된 산업통상자원부의 안전성 검사 결과 환경호르몬(프탈레이트계 가소제)이 허용 기준치의 612.5배가 검출되면서 제품 수거명령이 내려졌다. 이에 따라 검찰이 조사를 벌여 어린이제품안전특별법과 사기 등의 혐의로 지난 4월 제조사 대현화학공업과 중간 유통사 기현산업, 그리고 두 회사의 대표 2명을 재판에 넘겼다.
공정위, 제조사와 중간유통사 고발…다이소는 빠져
이번 공정위 조치는 이와는 별개로 표시광고법 위반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한 것이다. 공정위는 문제의 아기욕조가 어린이 제품 안전 기준에 적합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안전 인증마크인 KC 마크를 부착한 것은 거짓·허위광고에 해당한다고 봤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과징금이나 고발 대상에 다이소는 빠졌다는 것이다. 애초 피해자들이 공정위에 고발할 때는 다이소도 포함돼 있었고 공정위도 다이소에 대해 2차례 현장 조사를 벌였다. 그러나 최종 발표에서는 다이소는 제외돼, 다이소는 아기욕조의 피해에 대한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워진 것이다.
환경호르몬 아기욕조 대부분 다이소에서 판매
그렇다면 아기욕조 파문에서 다이소는 정말 책임이 없을까? 문제의 아기욕조는 대현화학공업이 만들어 2019년 9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중간 유통사 기현산업에 9만2496개를 납품했다. 기현산업은 이 가운데 9만9232개를 다이소에 공급했고 다이소는 '물 빠짐 아기욕조'라는 이름으로 모두 7만8175개를 판매했다.
다른 유통채널에도 문제의 아기욕조가 공급됐다고 하지만 수량은 미미한 수준이다. 대현화학공업이 13개 도매업체에 판매한 물량은 4151개였고 기현산업이 네이버와 지마켓 등 오픈 마켓을 통해 판매한 물량도 1423개에 불과했다. 그러니까 전체 판매 물량 가운데 93%이상이 다이소를 통해 판매된 것이다.
환경호르몬 범벅인 문제의 아기욕조를 만들거나 거짓·허위광고를 하는데 다이소가 개입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다이소를 믿고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는 발등 찍혔다는 억울함을 느낄 게 분명하다. 그에 따른 다이소의 책임이 과연 반품을 받아주는 선에서 끝날 수 있는지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측면에서 곰곰이 되새겨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의 본질 경영과는 동떨어진 환경호르몬 아기욕조
다이소 창업주인 박정부 회장은 지난해 '천 원을 경영하라'라는 제목의 자서전을 출간했다. 천 원의 가치를 강조하면서 자신이 1000원 균일가 숍으로 성공한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내용의 상당 부분이 어떻게 값싸고 좋은 상품을 찾을 수 있었는지, 그리고 가격은 지키고 품질은 올리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상품 1개의 불량은 고객에게 100% 불량이라며 했고 '마진'이 아니라 고객의 '만족'이 우선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서 다이소 경영을 본질 경영이라고 표현했다.
그렇다면 환경호르몬이 범벅된 아기 욕조는 박 회장의 경영관에서 볼 때 무엇이 잘못돼 빚어진 결과인지, 그리고 문제의 아기욕조를 반품해 주는 것으로 본질 경영은 이뤄지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끊이지 않는 불량품 근원적으로 차단할 방안 마련 시급
다이소는 1997년 천호동에서 아스코이븐프라자로 시작했다. 4년 만인 2001년 100호점을 돌파했고 작년 기준으로 매장은 1442개, 매출은 2조9457억 원에 이르는 거대기업으로 성장했다. 더구나 다이소를 애용하는 사람들이 모여 '다이소 털이범'이라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만들 정도로 소비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량제품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2008년 스텐 에어펌프, 2012년 쇠 수세미, 2015년 습기제거제, 2016년 플라스틱 의자와 도어 매트 등으로 리콜이 이어졌다. 또 2019년에는 텀블러에서 납 성분이 검출됐고 올해도 디즈니 종이 빨대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비휘발성 물질이 용출돼 리콜을 실시했다.
물론 값이 싸면서도 품질 좋고 안전한 제품을 구비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2012년에는 불량품과의 전쟁을 선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매출 3조 원대로 커진 지금은 '불량품과의 전쟁'이라는 립서비스(lip service)로 끝내서는 안 될 것이다. 제품의 품질이나 안전도에 대해 자체적으로 사전 검수하는 등의 자체적인 검사 시스템을 갖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KPI뉴스 / 김기성 대기자 bigpe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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