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균 칼럼] 잼버리 실패와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UPI뉴스
| 2023-08-16 11:15:36
공공이익 위해 중요하나 힘들고 어려운 일, 누구도 떠맡지 않아
정치적·행정적 책임 공방 벌어지지만 문제 근본 해결책일 수 없어
'합리적 사고와 행동양식' 함양···공공재 인센티브 제도개혁 필요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수많은 논란 속에서 끝난 가운데 파행 운영 책임 공방이 본격화하고 있다. 158개국에서 온 4만여 스카우트 단원들이 폭염 속에서 부족한 위생시설, 날벌레, 상한 음식, 불충분한 의료지원, 캠프장 침수까지 열악한 환경을 견디다 못해 조기 철수하기에 이르렀고 세계 최대 규모의 청소년 행사는 전 세계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세계스카우트잼버리의 악몽으로 기억될 만하다.
상황이 이렇게 되었지만 책임지는 이는 없다. 여야간, 중앙정부, 지방정부간에도 서로 책임을 미루며 발뺌하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잼버리 행사 전까지만 해도 준비를 맡은 직책이 감투라도 되는 양 자리를 탐하던 이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Belling the Cats)라는 이솝 우화가 있다. 쥐들이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기를 원했는데 이는 고양이들이 접근할 때 방울소리가 미리 경보를 줘서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함이었다. 문제는 어느 쥐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였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는 공공재(public goods)와 같다는 것이다. 방울 달기가 쉽지 않았기에 누구도 그 일을 하겠다고 나서지 않았지만 공공 이익을 위해서 중요한 일이었다.
이번 잼버리 파행은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에서 이솝이 말하고자 했던 공공재를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여야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누구도 힘들고 어려운 일을 책임 있게 떠맡으려 하지 않았던 데에 문제의 핵심이 있다. 그들의 주된 책무는 공공재를 공급하고 서비스하는 일임에도 그러했다. 잼버리에 절실히 필요한, 제대로 된 공공재 서비스 제공자가 없었던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 공적 책무를 남에게 돌리는 데 급급한 행태가 드러난다. 급기야 공공재 서비스를 받아야 마땅한 납세자인 일반시민들이 오히려 잼버리의 파행을 줄이는 데 나섰다.
정치적, 행정적 뒷북 책임 공방이 근본 해결책이 되지 못함은 당연하다. 우리 사회 이른바 지도층 공인의 인성에 문제는 없는지 다시 돌아보게 된다. 치열한 반성이 필요하다. 잼버리 사태는 지도층 공인의 '합리적 사고와 행동양식' 결여를 총체적으로 극명하게 보여주는 우리 사회 인성의 한 단면이 아닐 수 없다.
이솝 우화가 말하는 공공재라는 경제지식의 문제만이 아닌 인성의 문제이며 그 인성의 상당부분은 그동안의 교육에서도 비롯된다고 하겠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6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모의평가에서 경제과목 선택 응시생이 1%대에 그쳤고 주된 이유는 수능 고득점에 경제과목이 불리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시사하는 바가 있다. 수능 점수형 인력이 양성되고 점수형 인성이 함양되는 교육의 단면을 보여준다.
교육현장에서 경제학보다 경제(economy rather than economics), 즉 난해한 경제이론보다 공인은 물론 민주시민의 기본소양인 '합리적 사고와 행동양식'의 함양에 주안점을 두어야 함에도 그렇지 못했다는 반증도 엿보게 한다. 잼버리 뿐 아니라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많은 문제는 바로 '합리적 사고와 행동양식' 결여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
다음으로 제도의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공공재 서비스 제공자의 인센티브 문제다. 자유주의 정치경제학자이며 노벨상을 수상했던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밀턴 프리드먼, 제임스 뷰캐넌 3인이 공통적으로 주목한 것은 인센티브 문제였다. 공인의 재량에 모든 것을 맡겨서는 안되며 공인의 인센티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금번 잼버리 파행의 과거 책임 소재를 규명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향후 제도변화에 나서는 노력이 한층 중요하다. 그동안 공공 이익보다 다른 이익을 추구하는 유인이 있었을 수 있고 이를 교정하는 제도변화가 모색되어야 하는 것이다. 당파성이 높고 전문성은 낮은 입법부의 공공재 서비스 감시 기능이 미흡하다면 관련 거버넌스의 개혁으로 제도변화가 이루어질 필요성도 있다. 잼버리와 같은 중요한 공공재 서비스 영역일수록 정치 중립적인 전문가 그룹의 역할을 제고하는 거버넌스와 룰의 개혁을 고려해볼 당위가 있다.
금번 잼버리가 악조건 속에서도 나름대로 잘 되지 않았느냐며 애써 변명하기보다는 뼈아픈 교훈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우리에게 부족한 인성 함양과 사회기풍의 진작, 그리고 인센티브 문제를 비롯한 제도변화 등 이슈에 겸허히 더 관심을 기울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2027년 한국에서 개최되는 가톨릭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에 다시 전 세계에서 수십만 명이 온다. 2030년 세계 박람회(World Expo) 한국 유치를 위해 우리 정부와 국민이 뛰고 있다. 앞으로도 공공재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들은 계속 다가오고 있다.
●조홍균은
법·제도경제학자이자 35년 경력 중앙은행가. 경제, 금융, 기업 관련 정책과 제도를 주로 천착했다. 통화금융정책, 금융체제, 금융감독, 금융산업, 기업정책, 법경제 실무와 이론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중앙은행과 정부, 국제기구, 학계, 언론계 등에 걸쳐 폭넓게 이력을 쌓았다.
△ 미 워싱턴대 법학박사(J.D./J.S.D., 법경제학) △ 1989년 한국은행 입행 △ 1990년 조사제1부 조사역 △ 1999~2012년 정책기획국 과장 차장 팀장 △ 2016년 금융감독원 거시감독국 파견국장 △ 2017년 한국금융소비자학회 부회장 △ 2018년 한국금융연수원 교수 △ 2020년 고려대 겸임교수 △ 2022년 경제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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