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모를 DL이앤씨 사망사고, 이해욱 회장에게 책임 물어야

김기성

bigpen@kpinews.kr | 2023-08-12 21:46:13

부산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또 사망사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7건 사고에 8명 사망
정부 현장감독도, 국회 국정감사도 백약이 무효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가장 많은 중대재해 사고가 일어나 악명이 높은 DL이앤씨의 공사현장에서 또 근로자가 사고로 숨졌다. 정부가 DL이앤씨의 공사현장에 대한 감독을 실시하고 국회는 DL이앤씨의 대표이사를 국정 감사장에 불러 안전대책을 요구했지만 또 다시 사망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DL그룹의 총수 이해욱 회장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비난이 높아지고 있다.

10일 오전 11시쯤 부산 연제구에 있는 아파트 재개발 현장에서 DL이앤씨 하청근로자 29살 A씨가 숨졌다. A씨는 지상 20m 높이의 아파트 6층에서 창호 교체 작업을 하다가 창호와 함께 1층 바닥으로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가 난 사업장은 공사금액 50억 원 이상이어서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될 수 있다. 고용노동부는 사고를 확인한 뒤 작업을 중지시키고 사고 원인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DL이앤씨 중대재해 사고 건수도 1위, 사망자도 1위

이번 사고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DL이앤씨 사업장에서 일어난 중대대해는 7건에 사망자는 8명으로 늘었다. 업종을 통틀어서 단일 업체로는 DL이앤씨가 중대재해 건수는 물론 사망자도 가장 많다.

⓵작년 3월 13일 서울 종로구 건설 현장에서 전선 포설 작업을 하던 근로자 1명이 전선 드럼에 맞아 숨졌다. ⓶4월 6일에는 경기도 과천시 공사 현장에서 토사 반출 작업 도중에 굴착기와 기둥 사이에 근로자 1명이 끼여 숨졌다. ⓷8월 5일 경기도 안양시 건설 현장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 도중 펌프카 붐대가 부러지면서 근로자 2명이 부어진 붐대에 맞아 숨졌다. ⓸ 10월 20일 경기도 광주시 건설 현장에서 크레인 붐대를 연장하는 작업 과정에서 금로자 1명이 추락해 숨졌다. ⓹ 올해 들어서는 지난 7월 4일 경기도 의정부시 건설현장에서 콘크리트 타설 장비에 근로자 1명이 깔려 숨졌다. ⓺ 8월 3일 서울 서초구 건설 현장에서 40대 근로자가 물에 빠져 숨졌다. ⓻ 그리고 또 불과 8일 만인 11일 7번째 사고로 8번째 사망자가 발생한 것이다.

정부와 국회까지 나섰지만 DL이앤씨 사망사고 이어져

정부는 DL이앤씨에서 두 번째 사망사고가 발생하자 전국의 DL이앤씨 공사현장에 대한 감독을 실시했다. 그 결과 42개 건설현장 가운데 40개 현장에서 법 위반사항을 적발했다. 이 가운데 8개 현장에서는 사망사고와 직결될 수 있는 안전조치 미준수 사항이 30건이라고 발표했다.

작년 12월에도 고용부가 DL이앤씨의 주요 현장에 대해 다시 감독을 실시한 뒤 근로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기본적인 안전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DL이앤씨 공사현장에서 사망 사고는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DL이앤씨 공사 현장에서 사망사고가 잇따르자 국회도 나섰다. 작년 국정감사에서 마창민 DL이앤씨 대표이사를 불러 안전 문제를 따졌다. 이 자리에서 마 대표는 안전대책을 강화하고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공염불에 그쳤다. 국정감사가 진행 중이던 작년 10월에 1명이 사망했고 국감이 끝난 이후로 벌써 3명의 근로자가 더 숨졌다.

▲ 서울 종로구 통일로 DL이앤씨 사옥 D타워 돈의문.

경영책임자를 두고 1년 넘도록 공방만 이어져


문제는 이렇게 많은 사고와 사망자가 발생했음에도 책임을 진 사람도 처벌을 받은 사람도 아직 한 명도 없다는 것이다. 고용부는 마창민 대표이사를 경영책임자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마 대표 측은 회사 내 안전 책임자(CSO)를 선임했기 때문에 자신은 안전과 관련한 책임이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은 마 대표이사에게 책임을 물을 만큼 혐의를 소명하지 못했다며 여러 차례 보완수사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대재해처벌법 상 경영책임자를 누구로 볼 것이냐를 두고 1년이 넘도록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에서 경영 책임자에 대해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에 그치지 않고 '또는 이에 준해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규정한 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중대재해가 발생해도 재벌 총수나 대표 이사 등 실질적 책임자가 아니라 안전보건 담당자에게 책임이 돌아가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규정 때문에 대기업들은 막강한 로펌을 등에 업고 총수나 대표는 모두 빠져 나가고 힘없는 중견, 중소기업의 오너만 중대재해처벌법의 처벌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DL이앤씨, 재계 순위 16위인 DL그룹 주력 건설사

DL이앤씨는 'e편한 세상' 'ACRO' 등의 브랜드로 아파트 사업을 벌이는 우리나라 굴지의 건설사다. 2022년에는 시공능력 순위가 3위였고 올해는 6위를 기록하고 있다. DL그룹(옛 대림 그룹)의 주력 건설사로 지주사인 DL이 23.15%의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이다. DL의 최대주주는 42.70%의 지분을 보유한 대림이고 대림의 최대주주는 이해욱 DL그룹 회장으로 52.26%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DL그룹은 재계 순위 16위에 해당하는 거대 기업 집단이다. 이러한 거대 기업집단의 주력 계열사인 DL이앤씨에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중대재해 사고가 일어나고 가장 많은 근로자가 숨졌다는 것은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마창민 대표와 CSO 가운데 누가 처벌 받을 지는 변호사와 검찰이 싸울 일이지만 적어도 도덕적 책임은 그룹 총수에게 물어야 한다. 그래서 이번 국정감사장에는 이해욱 회장을 불러내서 왜 사고가 빈발하는지, 대책은 무엇인지 따져 물어야 할 것이다.

KPI뉴스 / 김기성 대기자 bigpe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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