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동 협력①] 세계를 뒤흔드는 '오일 머니', 중동 국부펀드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3-08-04 17:23:17
IT·전기차·바이오 등 주로 투자…韓기업과도 다방면 협력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해 300억 달러 투자 확약을 받는 등 대 중동 외교에서 상당한 경제적 성과를 내면서 '중동 국부펀드'가 새삼 관심을 받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UAE, 카타르 등 중동 여러 나라들의 국부펀드들은 막대한 규모의 '오일 머니'를 굴려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 중동 국부펀드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하는 등 중동과의 경제협력 강화는 우리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UPI뉴스는 3회에 걸쳐 중동 국부펀드와 기대되는 한-중동 경제협력 효과 등을 집중 조망해보려 한다.
국부펀드란 중앙은행이 관리하는 외환보유고 외 별도로 정부가 외환보유액의 일부를 투자용으로 출자해 만든 펀드다. 우리나라에선 한국투자공사(KIC)가 국부펀드에 해당한다.
중동의 여러 국가들은 오일 머니를 기반으로 국부펀드를 만들어 세계 각지의 자산에 투자하고 있다. 원유 수출로 벌어들이는 외화를 해외에 투자해 환율 하락을 방어하는 동시에 산업 다각화를 통해 원유 의존도를 낮추고 '포스트 오일 시대'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막대한 '오일 머니'…아부다비 1300조·사우디 1000조
세계가 중동 국부펀드에 주목하는 건 이들이 굴리는 돈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데이터 분석 회사 '글로벌 SWF'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 세계 20대 국부펀드 중 10곳이 중동 국부펀드다.
아부다비 투자청(ADIA) 운용자산(AUM)은 작년 말 기준 9930억 달러(약 1291조 원)에 달한다. 쿠웨이트 투자청(KIA) 운용자산은 7690억 달러(약 1000조 원), 사우디 국부펀드(PIF)는 6200억 달러(약 806조 원), 카타르 투자청(QIA)은 4500억 달러(약 585조 원)다.
자연히 이들의 움직임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눈길을 줄 수밖에 없다. 주요 투자처는 정보기술(IT), 전기차,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 분야와 신재생에너지, 바이오, 헬스케어 등이다.
국가별로는 보통 미국에 절반 가량 투자한다. 중동 국가들이 한국에 우호적이어서 한국 기업에 적극 투자하고 여러 사업을 함께 한다는 점은 우리로선 다행스러운 대목이다.
김정훈 한·중동 지속발전포럼 회장(전 국회의원)은 4일 "중동 사람들은 한국인이 성실하고 부지런하다고 높이 평가한다"며 "한국과 적극적으로 비즈니스를 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1970년대 한국 건설사 등이 중동에 진출했을 때 여러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한 부분이 지금까지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듯 하다"고 분석했다.
사우디 국부펀드는 넥슨과 NC소프트에 각각 1조 원씩 투자했다. 또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6000억 원, 쿠팡에 2000억 원 투자했다.
아부다비 투자청은 지난 2021년 8월 GS그룹이 휴젤을 인수할 당시 공동투자자로 참여했다. UAE는 윤 대통령과 투자 확약 후 주요 인사들이 서로의 나라를 번갈아 방문하면서 다양한 투자 기회를 엿보고 있다.
세계 최초의 국부펀드 쿠웨이트 투자청
중동 국부펀드는 역사가 길다. 쿠웨이트 투자청은 1953년 설립된, 세계 최초의 국부펀드다. 처음에는 오일 머니를 주로 영국에 투자했는데, 1970년대 '석유 파동' 후 외화 수익이 급증하면서 세계 여기저기로 뻗어 나갔다.
쿠웨이트 정부는 국가와 미래 세대를 위한 저축이란 개념으로 매년 재정 수입의 10%를 쿠웨이트 투자청에 보낸다. 저축이므로 투자로 거둔 수익은 원칙적으로 전액 재투자한다.
지난해 말 기준 자산의 60%를 금융 서비스업, 17%를 부동산, 11%를 인프라에 투자하고 있다. 최근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꾸리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등 비석유 분야 투자를 늘리고 있다.
석유 파동 후 다른 중동 국가들도 차례로 국부펀드를 만들었다. 사우디 국부펀드는 1971년 탄생했다. 이후 오랫동안 대부분의 자산을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등 보수적인 운용으로 일관했다.
사우디 국부펀드 운용 방침이 바뀐 건 2015년 살만 빈 압둘아지즈 현 국왕이 즉위하고서부터다. 이후 무하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국부펀드 운용을 맡으면서 주식, 부동산 등 세계 각국의 위험자산에 적극 투자하기 시작했다.
아부다비 투자청은 1976년 만들어졌다. 일부러 중동을 제외한 지역의 주식, 채권, 부동산 등에 투자한다. 기본적으로 보수적인 투자 성향을 지니고 있다. 안정성을 중시하기에 비상장기업 투자를 최소화하고 개별 기업의 지분을 10% 이상 보유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카타르 투자청은 비교적 최근인 2005년 설립됐다. 경제력 강화를 위해 원유 외에 새로운 수익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주식, 부동산, 사모펀드 등에 투자해 견조한 실적을 올리고 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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