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비싸고 불량한 상품, 대한민국 '아파트'

김기성

bigpen@kpinews.kr | 2023-08-04 13:46:02

침수피해·곰팡이…입주 한달만에 하자 민원 100건↑
대우건설, 2010~2021년 하자 접수 1위 '불명예'
설계·감리·시공 전단계에서 '부실시공' 뿌리 뽑아야

대한민국은 아파트 공화국이다. 아파트는 빈부를 가르는 척도요, 양극화의 상징이다. 지난 수년간 시민의 욕망은 아파트로 질주했다. 그 결과가 망국적인 '미친집값'이다. 

비싸다고 품질이 높은 것도 아니다. 그 비싼 상품이 하자 투성이다. 대우건설이 시공한 인천 서구 검암역 로얄파크시티 푸르지오 아파트는 일례다. 입주를 시작한지 한 달 만에 100건이 넘는 하자 민원이 인천 서구청에 접수됐다. 지난달 집중 호우 때 침수피해가 발생해 '흐르지오'라는 불미스러운 별명을 얻은데 이어 최근에는 세대 곳곳에 곰팡이가 발생해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리조트 도시, 5세대 하이엔드 광고가 무색한 하자 

검암역 로얄파크 푸르지오는 최고 40층, 25개 동으로 이루진 4805세대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다. 단지 내부에 워터파크까지 갖추고 있어 우리나라 첫 번째 리조트 도시라는 광고를 내보내기도 했고 5세대 하이엔드 아파트라고 자랑했다. 

더구나 국내 건설업체 가운데 시공능력 3위인 대우건설이 공사를 맡으면서 단지의 완성도에 대한 기대도 높았다. 그래서 입주 전에 전용 84㎡의 분양권에 1억5000만 원에 이르는 프리미엄이 붙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입주가 시작되자 물난리를 겪은데 이어 곰팡이 민원이 쇄도하면서 '리조트 도시', '5세대 하이엔드'라는 표현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대우건설이 시공한 대규모 단지가 설계와 감리 시공의 부실이라는 우리 건설 현장의 부실을 한꺼번에 노출한 셈이다.

▲ 지난달 11일 인천 서구 백석동 검암역 로열파크시티푸르지오 아파트. 계단에 빗물이 새고(왼쪽) 지하주차장이 물에 잠겼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침수 피해는 배수로 설계 잘못

설계의 부실이 드러난 것은 입주를 시작하고 12일 만이다. 지난달 11일 집중 호우가 쏟아지자 아파트 1단지 커뮤니티 센터 일대가 물에 잠겼다. 지하주차장과 공동현과, 엘리베이터 등이 물에 잠겼고 계단에서도 물이 쏟아졌다. 
 
이러한 침수 피해는 아파트 단지 내부의 배수시설이 제 기능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단시간에 집중된 빗물이 배수시설을 통해 빠져나가지 못하고 역류가 발생해 건물 내부로 밀려들어온 것이다. 단시간에 비가 집중됐다하더라도 이를 예측하지 못한 설계상의 잘못인 셈이다.

곰팡이 발생은 시공과 감리의 문제인 듯

최근에는 세대 내부에 곰팡이가 발생해 하자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입주민들에 따르면 주로 마루에 초록색, 흰색 곰팡이가 생겼다. 시공사인 대우건설은 문제의 원인을 찾아 해결하기보다는 일단 닦아내는 정도로 대처하고 이후에도 문제가 발생하면 재시공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축 아파트의 곰팡이 발생에 대해 건설업계에서는 시공의 잘못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바닥의 콘크리트가 적당히 말라 함수율(수분 함량)이 낮아진 상태에서 마루를 덮어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당연히 시공사와 감리사가 제대로 역할을 했다면 피할 수 있는 하자로 볼 수 있다.

대우건설 등 10대 대형 건설사가 하자 많아

아파트 시공 과정에서 당연히 들어가야 할 철근이 누락된 '순살 아파트'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설계도, 감리도, 시공도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게 없었다고 한다. 그 결과 '순살 아파트'라는 어이없는 안전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그런데 이런 부실은 철근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검암역 로얄푸르지오에서 보듯 설계·감리·시공의 부실은 크고 작은 하자의 원인이 되고 있다.

국회에 제출된 건설사별 하자 사건 접수 현황을 보면 대우건설은 2010년부터 2021년 사이에 모두 3752건으로 하자 접수 1위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또 2010년 이후 연도별 하자접수 건수에서도 상위 20위 안에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이름을 올렸다.

물론 대우건설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토교통부의 하자심사·분재위원회에 접수되는 하자 분쟁 조정 신청 건수는 2015년 이후 매년 평균 4000건에 이르고 2021년에는 7600건이 넘기도 했다. 더구나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대형 건설사라면 믿을만하다고 여기지만 이런 기대도 여지없이 무너뜨린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이후 접수된 하자 분쟁의 13%가 10대 대형 건설사가 지은 아파트에서 나온 것으로 집계됐다.

하자 발생을 전제로 아파트 짓는 건설사들

아파트 거주민들은 하자가 발생하면 1차적으로 관리사무소에 문제를 제기하기 마련이다. 입주가 완료돼 주민 자치 단체가 결성되면 여기서 아파트 관리 인력을 정하지만 신축 아파트의 경우 초기에는 시공사나 시행사가 아파트를 관리할 인력을 선정한다. 그리고 입주자 대표 회의가 결성돼도 시공사나 시행사가 정한 초기의 관리 인력을 바꾸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런데 시공사나 시행사가 관리 인력을 뽑을 때 우선 고려하는 것이 하자가 발생해도 분쟁으로까지 가지 않고 시공사의 입장을 원만히 반영할 수 있는 경험과 능력이다. 한마디로 하자 발생을 전제로 관리 인력을 뽑는다는 얘기다. 

'순살 아파트'에서 시작된 아파트 부실시공 문제는 이번에 뿌리를 뽑아야 한다. 설계든, 감리든, 시공이든 잘못이 드러나면 회사가 망할 수 있다는 원칙을 만들어야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저가로 수주한 뒤 대충 하청을 통해 이익을 챙기거나 엉터리 감리로 푼돈을 탐냈다가는 패가망신은 물론이고 다시는 건설 현장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엄격하게 관리해야 할 것이다.

KPI뉴스 / 김기성 대기자 bigpe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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