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전도체 테마주' 폭등, 기대감만으로 3일 연속 상한가…"위험도 높아"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3-08-03 16:44:47
초전도학회 "학술적 검증 필요"…검증위 꾸려
전문가 "관련 없는 주식까지 테마주로 묶여 폭등"
"실체 불분명한 테마주…단기 변동성 확대 유의"
이석배 퀀텀에너지연구소 대표와 오근호 한양대 명예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이 지난달 22일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 아카이브를 통해 상온 초전도체 'LK-99'를 만드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하자 관련 학계와 시장은 벌집을 쑤셔놓은 듯한 모습이다.
같은달 31일(현지시간)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 연구원도 아카이브에 국내 연구진 발표를 뒷받침하는 내용을 게재하자 초전도체 관련주가 일제히 폭등했다.
신성델타테크는 지난 1, 2일 이틀 연속 상한가를 치는 등 최근 4거래일 간 주가가 가파르게 올랐다. 3일엔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간 듯 소폭 하락했다. 전일 대비 0.98% 떨어진 2만535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파워로직스도 1, 2일 연속 상한가를 나타냈다. 이날은 보합을 기록했다.
신성델타테크와 파워로직스는 퀀텀에너지연구소의 지분 9.37%를 가진 엘앤에스벤처캐피탈의 주식을 각각 52.52%, 11.51%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초전도체 관련주'로 꼽힌다.
또 서남은 이날 주가가 1만980원까지 치솟아 상한가를 쳤다. 3거래일 연속 상한가다. 서남은 초전도체 양산 핵심 공정 중 하나인 초전도층 증착 기술(RCE-DR)을 독자 개발하는 등 80여 개의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또 다른 초전도체 관련 특허 보유기업 덕성(9690원)도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초전도 코일 퀜치 검출용 신호처리 시스템 관련 사업을 수주한 경력이 있는 모비스(4400원)의 주가는 이날 19.40% 뛰었다. 전날 상한가를 나타냈다.
심지어 미국 나스닥 상장기업 주가도 폭등했다. 전력망업체인 아메리칸 슈퍼컨덕터(티커 AMSC) 주가는 지난 1일(현지시간) 60.02% 폭등하는 등 최근 1주일 간 115% 가량 뛰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초전도체 테마가 형성되면서 투자금이 초전도체 관련주로 쏠린 영향"이라고 진단했다.
초전도체는 전기 저항이 제로(0)인 원소를 뜻하며 니오브(Nb), 탄탈(Ta), 바나듐(V) 등이 있다. 다만 이들이 초전도 현상을 띠려면 온도가 영하 180도 이하여야 해서 상용화는 힘들었다.
그런데 퀀텀에너지연구소와 한양대 연구진이 30℃ 상온에서 초전도성을 지니는 물질, LK-99를 개발했다고 발표해 난리가 난 것이다.
이는 혁명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초전도체가 상용화되면 먼저 전력 손실 없이 전기 공급이 가능하다. 발전소에서 만들어진 전기가 변전소를 거쳐 가정이나 공장에 송전되는 과정에서 상당한 전력 손실이 발생한다. 그러나 초전도체 송전선을 만들면 전력 손실을 절반 이하로 줄이고 송전량은 5배 이상 늘릴 수 있다.
전력 효율이 대폭 올라서 전기 가격은 내려가고 환경 보호에도 큰 도움이 된다. 시속 500km로 달리는 자기 부상 열차, 차세대 컴퓨터 개발 등으로도 연결될 수 있다.
"사실이라면 노벨상이 틀림없다",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가 될 것" 등의 환호성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과거 상온 초전도체 개발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모두 데이터 조작으로 드러나거나 검증을 통과하지 못해 신중한 자세가 요구된다.
최경달 한국초전도저온학회장(한국공과대 에너지전기공학과 교수)은 "상온 초전도체 개발은 과학기술 분야에 매우 큰 영향을 주는 획기적인 성과"라면서도 아직 학술적인 검토를 거치지 않은 채 공개된 점을 우려했다.
초전도저온학회는 LK-99를 과학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상온 초전도체 검증위원회'를 꾸렸다.
검증위원장은 김창영 기초과학연구원(IBS) 강상관계물질연구단 부단장(서울대 교수)이 맡고 서울대, 포항공대, 성균관대 등도 참여한다. 검증위원회는 퀀텀에너지연구소에서 시편(물질 샘플)을 제공하면 정밀하게 측정할 계획이다.
초전도체 관련주에 대해 전문가들은 신중한 투자를 권한다. 강재현 SK증권 연구원은 "이차전지와 인공지능(AI)으로 쏠렸던 투자금이 초전도체로 크게 이동할 수 있어 관련 테마군을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최근의 상승세는 분명히 기대감에 의존한 것이라 실망감으로 변할 경우 대폭 하락할 수 있다"고 염려했다.
독립 증권리서치사 더프레미어 강관우 대표는 "투기 세력이 너무 빨리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며 "건강하지 않은 주가 흐름"이라고 지적했다. 상온 초전도체 구현이 가능한지 아직 검증되지 않은 단계임에도 단지 기대감만으로, 그것도 전혀 관련 없는 기업들까지 테마주로 묶여 주가가 단기간에 폭등한 부분은 위험하다는 경고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도 "실체가 불분명한 테마주 성격이라 초전도체 주가 변동성 확대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설령 상온 초전도체 개발이 사실이더라도 상용화와 양산 단계를 거쳐 실제 매출이 발생하기까지는 오래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KPI뉴스 / 안재성·김명주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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