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하이엔드' 아파트, 더 위험하다?…"고급화 중시·안전은 뒷전"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3-07-12 17:12:45

"아름다워야 비싸게 팔린다"…미관에만 치중하고 안전은 '부실'
건설원가 급등으로 문제 심각…"비용절감에 더 몰두하게 돼"

"최근 2, 3년 새 지어진 신축 아파트들이 오래된 아파트들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 건설업계 사정을 아는 사람일수록 신축 아파트에선 살지 않는다."

서울에 호우 특보가 발효됐던 지난 11일 GS건설이 시공한 서울 강남구 개포동 자이 아파트에서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입주 3개월 만인 지난달에 이어 21일 만에 또다시 물난리가 난 것이다.

GS건설은 지난 4월 말엔 인천 검단신도시 안단테 아파트의 지하주차장이 무너져 전면 재시공에 들어갔다. 

GS건설만이 아니다. 대우건설이 시공한 인천 서구 백석동 '검암역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 일부 단지에서도 지난 11일 침수 피해가 생겼다. 입주 11일 만이다. 인천 미추홀구에서는 SM경남기업이 시공한 경남아너스빌에스 옹벽이 무너졌다.  

지난해에도 신축 아파트 침수 피해가 잇달았다. 서울 송파구 시그니처 롯데캐슬(롯데건설 시공)에서 입주 5개월만에 호우로 지하주차장에 물이 고였다. 

▲ 지난 11일 집중호우로 침수 피해가 발생한 서울 개포동 '개포자이 프레지던스'. [온라인 커뮤니티]

이처럼 신축 하이엔드 브랜드 아파트에서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것에 대해 건설업계 종사자들은 "예고된 인재(人災)"라고 입을 모은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재건축·재개발 조합 등 시행사들은 보통 공사비를 낮추길 원하고 시공사들도 거기 맞춰 최대한 저렴한 가격으로 입찰한다"며 "그러면서도 시행사들이 고급화를 원한다는 점이 문제의 근원"이라고 지적했다. 

하이엔드 브랜드 아파트, 깔끔하고 우아한 외관과 멋진 조경, 럭셔리한 로비 등을 갖춘 아파트일수록 나중에 더 비싼 가격에 팔릴 가능성이 높아 조합원들이 선호한다. 그런데 건설사들도 이익은 남겨야 한다. 저렴한 가격으로 고급화를 추구하다보니 안전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집중호우 시 침수를 막으려면 배수 설비를 충분히 갖춰야 하는데, 그것도 다 '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조경을 아름답게 꾸미면서 비용은 아끼려면, 결국 배수 설비가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아파트 층간소음 문제가 심각해진 것도 미관을 중시하다보니 층간소음 방지가 부실해진 탓"이라고 진단했다. 

50대 직장인 A 씨는 지난 1월 신축 아파트로 이사왔는데, 심각한 층간소음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구축 아파트에서 살던 시절엔 층간소음을 겪어본 적이 없다"며 "그런데 요새는 위층 휴대폰 진동음, 옆집 설거지 소리까지 다 들린다"고 한숨을 쉬었다. 

중견 건설사 현장소장으로 일하는 B 씨는 "건설업계에선 다 알면서 쉬쉬하는 문제"라며 "업계를 잘 아는 사람들은 차라리 구축 아파트에서 살지, 신축 하이엔드 아파트에선 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신축 아파트는 깨끗하고 화려하지만 안전하지 않다"며 "층간소음, 침수 위험 등에 대한 대비는 구축 아파트가 훨씬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B 씨는 "최근 2, 3년 새 지어진 아파트는 안전성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전했다. 최근 인플레이션으로 건설 원자재 가격, 인건비 등이 급등했다. 시공사는 공사비를 올려 받고 싶은데, 시행사는 조합원 분담금이 늘어나니 난색을 표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반포 래미안 원베일리'처럼 공사비 인상에 대해 협상이 진행될 수 있기만 해도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다수는 시행사 측이 펄쩍 뛰면서 시공사를 갈아치우겠다고 협박한다"며 "'둔촌주공'처럼 공사비 갈등이 극에 달하면 공사가 중단될 수도 있다"고 낯을 찌푸렸다. 

이 관계자는 "공사비가 인상되지 않으면 시공사는 더더욱 비용절감에만 몰두할 수밖에 없다"며 "그 결과가 '순살자이'"라고 꼬집었다. 최근 무너진 안단테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천장을 떠받쳐야 할 철근이 70%나 빠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순살자이'란 조롱이 유행하고 있다. '순살치킨'에 빗댄 용어다. 

거듭 사고가 터지면서 건설사들도 안전을 각별히 신경써야하는 상황이 됐다. 정당한 공사비를 요구하고 수용되지 않을 경우 발을 빼는 건설사가 늘 것이라는 관측이 다수다. 

하지만 공사비를 인상하면서 조합원 부담을 줄이려면 아파트 분양가를 높여야 하는데, 현재 시장이 침체라 녹록치 않다. 결국 신규 주택 공급 자체가 줄어들 전망이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이미 신규 주택 공급이 빠른 감소 추세"라면서 "향후 몇 년 간 주택 공급이 더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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