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균 칼럼] 소수인종 우대정책 위헌 판결과 아이비리그의 미래
UPI뉴스
| 2023-07-11 18:00:25
아이비리그 등 명문대 입학 분포에 영향···그간의 功過 평가는 일러
인종간 패권주의 아닌 제도변화 과정···경제적·사회적 성과 중요
미국 연방대법원의 소수인종 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 위헌 판결 후폭풍이 거세다. 대학들은 신입생 선발뿐 아니라 장학금 지원에서도 소수 인종 우대 중단에 나섰다.
美대법원은 최근 흑인과 히스패닉을 우대한 하버드대와 노스캐롤라이나대의 입학제도가 백인과 아시아계 지원자들을 차별했다며 제기된 소송에서 대법관 6인의 다수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1960년대에 시작되어 1978년 판례로 확립되며 반세기 넘게 유지된 정책에 사망선고가 내려진 셈이다.
파장이 소수인종에게만 미치는 게 아니다. 판결 후 채 일주일이 지나지 않아 하버드대가 졸업생과 기부자 가족을 우대해온 입학제도가 위헌임을 주장하는 소송이 새로이 제기되었다. 대학입학 제도와 관련하여 오랫동안 누적된 첨예한 논쟁이 일거에 분출하는 형국이다.
교육을 통해 개개인이 원하는 바를 성취할 수 있다는 믿음이 큰 나라일수록 교육에 관한 룰의 변화가 갖는 의미는 지대하다. 미국 동부의 역사 깊은 8개 사립대학을 일컫는 아이비리그(Ivy League)를 비롯한 명문대 입학 경쟁은 미국뿐 아니라 글로벌 차원에서도 치열하다.
그래서 흑인과 히스패닉을 우대해온 입학정책이 백인과 아시아계 경쟁자들에게 불리한 변수로 작용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졸업생 및 기부자 가족 우대정책의 혜택을 받은 하버드대 입학생은 약 15%에 달하고 그중 70%가 백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존 로버츠 미 대법원장이 이번 판결에서 말한 대로 대학입학은 제로섬 게임이기에 헌법의 평등 보호와 관련하여 이 위헌소송의 향후 귀추 또한 주목된다. 대학입학 관련 룰의 재조명이 확산되는 상황이다.
소수인종 우대정책 위헌 판결 이후 아이비리그 대학들이 먼저 움직이고 있다. 크리스티나 팍슨 브라운대 총장은 이번 여름방학중 연방대법원 판결에 대한 철저한 법률검토를 거쳐 입학제도를 발전시키는 데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코넬대 관계자는 연방대법원 판결에 부응할 수 있을 것이라는 대체적인 자신감이 캠퍼스의 분위기에서 느껴진다고 말했다. 예일대는 연방대법원 판결에 대해 논의하는 토론회를 곧 개최할 것이며 입학 지원자들을 돕기 위한 입학상담실도 설치하겠다고 발표했다.
궁극적으로 미국 대학의 입학 정책과 경쟁은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이 분야 연구에 독보적인 전문가로 꼽히는 미국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조사국 이코노미스트 피터 힌리히스는 금번 판결로 흑인과 히스패닉의 아이비리그 등 명문대학 입학 인원이 당분간 줄어들 것이며 대신에 그들은 경쟁이 조금 덜 치열한 대학으로 가게 될 것으로 내다보았다. 즉 소수인종의 대학입학 전체인원 자체가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이 명문대학으로 입학하게 되는 분포에는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18~24세 미국인 3100만 명의 0.2%에 해당하는 6만8000명만이 아이비리그 대학에 재학중이다. 이중 상당수가 소수인종 우대정책의 혜택을 받고 들어간 흑인이나 히스패닉이다. 동 연령대의 61%에 해당하는 1900만 명은 고등학교만 졸업했고 아직 대학에 가지 못했다. 38% 정도는 이른바 다소 덜 엘리트적인 대학에 갔다. 클리블랜드 연준 전문가의 예상에 의하면 거의 99%의 젊은이들에게 이번 연방대법원 판결은 큰 연관성이 없다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아이비리그의 0.2%를 포함한 극소수 그들만의 리그에 해당되는 이슈로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팍스 로마나(Pax Romana)에 비견되는 지금의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를 이끌어가는 지속적인 엘리트 시스템은 아이비리그를 포함한 미국의 명문대학들을 떼어놓고 생각하기는 사실 어렵다. 그래서 금번 연방대법원 판결은 소수인종의 영향력이 줄어든 로마 과두지배체제의 미래 모습을 연상케 한다는 일각의 비판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러한 인종간 패권주의적 각도에서만 이 사안을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
1978년 연방대법원이 캘리포니아대 대 바키 판례에서 첨예한 논쟁 끝에 도입한 학생 구성원의 다양성(diversity) 추구라는 소수인종 입학 우대정책의 논거는 25년 후인 2003년 그루터 대 볼링거 판례에서 재확인된 바 있다. 2003년 판례의 다수의견을 작성한 미국 최초 여성 대법관 오코너는 고등교육기관 입학에서 인종에 대한 고려는 잠정적이어야 하며 점차 학생 구성원의 다양성이 확보되고 인종차별 문제가 개선되면서 사라져야 할 정책이라고 규정했다. 또한 그 시점은 다시 25년의 세월이 흐른 2028년 즈음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오코너 대법관의 예측보다 5년이 빠른 2023년 연방대법원은 소수인종 우대정책을 폐기하기에 이른 것이다.
측정할 수 없는 인종이라는 요소가 더이상 현대적 의미의 다양성 목표에 부합하기 어렵다는 시대철학에 발맞추어 필연적으로 제도변화가 이루어지는 과정으로 인식할 수 있고 헤겔의 변증법적 역사 흐름으로 바라볼 수 있는 측면도 있다. 끊임없는 생성과 소멸을 거치는 흐름에 교육부문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이제 인종이 아닌 다른 사회경제적 기준 등으로도 다양성을 모색해 나가는 과제가 대학에 요구되는 것이다.
소수 인종 우대정책엔 공과가 있을 것이다. 최근 조사에 의하면 하버드대 로리뷰(Harvard Law Review) 편집위원 48명중 18명이 소수인종 우대정책 혜택을 받고 선발된 것으로 추정된다. 로스쿨 대표 간행물(flagship publication)인 로리뷰의 편집위원 경쟁은 치열하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990년 하버드대 로스쿨 역사상 최초의 흑인 로리뷰 편집장이 되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흑인 우대정책에 힘입어 하버드대 로스쿨에 입학했거나 로리뷰 편집위원과 편집장이 되었는지 여부는 본인도 알지 못한다고 2000년 밝힌 바 있다. 다만 그가 로리뷰 편집장을 맡았던 시기에 심사하여 게재한 논문들이 이후 20여년간 학술지 등에서 인용된 건수는 가장 저조했다는 조사가 있다. 2018년 하버드대와 뉴욕대 로리뷰에는 편집위원 선발에 관한 소수인종 우대정책이 위헌임을 주장하는 소송도 제기되었다.
반면 2022년 컬럼비아대 로리뷰 연구논문(Assessing Affirmative Action's Diversity Rationale)에 의하면 편집위원 선발에 소수인종 우대정책이 있는 하버드대, 예일대, 펜실베이니아대, 뉴욕대, 워싱턴대 등 랭킹 20위 이내 로스쿨의 로리뷰에 1960~2018년중 게재한 1만3000여편 논문들의 피인용 건수가 우대정책 도입 전후 10년간 약 2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수인종 우대정책의 여러 공과를 단편적 통계나 관찰로 판단하기는 무리임을 엿볼 수 있다. 동 정책에 대한 평가는 더 시간을 두고 역사에 맡겨야 할 것이다.
많은 논란과 함께 한 시대에 영향을 미친 미국의 소수인종 입학 우대정책이 이제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게 되면서 경제와 사회 전반에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어느 나라나 대학입학 정책을 포함한 교육문제는 경제와 사회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경제문제이며 사회문제이다. 그래서 변화의 방향은 일시적 출렁임이 있을 수 있다 할지라도 경제적 성과와 사회적 성과를 제고할 수 있는 방향이어야 한다. 아울러 우리도 유사한 난제에 직면했을 때 진행중인 미국의 변화로부터 어떠한 지혜와 통찰을 발휘할 수 있을지 시사점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조홍균은
법·제도경제학자이자 35년 경력 중앙은행가. 경제, 금융, 기업 관련 정책과 제도를 주로 천착했다. 통화금융정책, 금융체제, 금융감독, 금융산업, 기업정책, 법경제 실무와 이론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중앙은행과 정부, 국제기구, 학계, 언론계 등에 걸쳐 폭넓게 이력을 쌓았다.
△ 미 워싱턴대 법학박사(J.D./J.S.D., 법경제학) △ 1989년 한국은행 입행 △ 1990년 조사제1부 조사역 △ 1999~2012년 정책기획국 과장 차장 팀장 △ 2016년 금융감독원 거시감독국 파견국장 △ 2017년 한국금융소비자학회 부회장 △ 2018년 한국금융연수원 교수 △ 2020년 고려대 겸임교수 △ 2022년 경제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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