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조수진 측, 지난해 이기재 양천구청장 후보 '징계사주' 정황

전혁수

jhs@kpinews.kr | 2023-07-04 10:05:04

趙 의원실·양천갑 당협 관계자 통화 녹음파일 입수
"구청장 경선 출마 보좌관 도우려 李 견제" 관측
趙측, 관계자에 李 징계요청서 당 윤리위 접수 지시
관계자 "趙 지시라 봤기에 거부할 생각하지 못해"
趙측 "의원님 미션" 선관위 신고도 시도…실행 불발

국민의힘 조수진 최고위원이 6·1 지방선거를 앞둔 지난해 4월 서울 양천구청장 후보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에 출마한 이기재 예비후보(현 구청장)에 대한 징계요청서를 제출하도록 측근들에게 사주한 정황이 드러났다. 

비례대표 의원인 조 최고위원은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작년부터 양천갑 당협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지역구를 관리해왔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지역구 조직을 대신 챙기던 국회 의원회관실 보좌관 A씨가 양천구청장 후보에 도전하자 그를 지원하기 위해 이 후보 견제에 발벗고 나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국민의힘 조수진 최고위원이 지난 3월 10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당협 관계자에게 이기재 예비후보 징계요청서 제출 지시


UPI뉴스는 조수진 의원실 선임비서관 B씨와 국민의힘 양천갑 당협 핵심 관계자 C씨가 징계요청서 제출 건과 관련해 나눈 전화통화 녹음파일을 4일 입수했다. 당시 B씨는 양천구청장 예비후보로 등록한 A씨의 경선을 돕고 있었다.

녹취파일에 따르면 지난해 4월 26일 오후 7시 57분 B씨는 C씨에게 전화를 걸어 A씨 경쟁자인 이 예비후보에 대한 징계요청서를 당 윤리위원회에 내도록 지시했다. 이 예비후보가 과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처벌받아 당원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는 점을 내세웠다.

B씨는 C씨에게 "(중앙)당 기조국(기획조정국)에 알아보니 제소 들어오는 게 많아서 인편은 안 받고 이메일로만 (제소를)받고 있다고 한다"며 "제가 이메일 주소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첨부자료 다 준비됐고 본문하고 해서 카톡(카카오톡)으로 넣어드리겠다"며 "제가 찍어드린 이메일 주소로 보내시면 될 것 같다"고 주문했다.

▲ 지난해 4월 27일 오전 11시 6분 국민의힘 양천갑 당원협의회 관계자 C씨가 당 기조국에 보낸 이메일. [UPI뉴스]

C씨는 이튿날 오전 11시 6분 당 기조국에 '(윤리위제소문) 이기재 양천구청장 예비후보 당원자격 박탈 및 징계.hwp' 라는 제목의 파일과 관련 판결문 3건, 제주 지역 일간지 언론보도 PDF 파일, 이 예비후보 프로필 등을 냈다.

그는 이메일에서 자신을 "양천갑 지역에서 약 10년 넘게 책임당원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윤리위원회의 신속한 징계를 기대하며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회에도 '제소 사실'을 알려주시기 바란다"고 적었다.

C씨는 UPI뉴스 취재진과 통화에서 "B씨가 당 윤리위원회에 접수한 징계요청서를 작성해 내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오전 11시 7분 전화통화에서 B씨는 C씨에게 "어제 그거(징계요청서) 보내셨느냐"며 제출 여부를 확인했다.

C씨는 "네, 보냈고 지금 거기(국민의힘 기조국) 통화 한 번 해보려고 한다"고 답했다.


이후 이 예비후보에 대한 징계요청서는 서울시당 윤리위원회로 재접수됐다. 당 기조국에서 징계요청서를 서울시당에 내라고 안내했기 때문이다.

같은 날 오전 11시 31분 쯤 통화에서 C씨는 B씨에게 "OOO 차장(국민의힘 당직자)과 통화했는데, 이 부분(징계요청서 제출)은 서울시당에 보내야 한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C씨는 UPI뉴스와 통화에서 "기조국의 안내를 받고 서울시당에 이 예비후보에 대한 징계요청서를 접수했다"며 "당시 제 입장에서는 조수진 최고위원 지시라고 봤기 때문에 거부할 생각은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의원님 미션" 조수진 측, 이기재 선관위 신고할 사람 섭외 시도

조 최고위원은 지역 선관위에 이 예비후보 측을 신고하도록 지시한 의혹도 받고 있다.

녹취파일에서 B씨는 C씨에게 "의원님 미션"이라며 지역 선관위에 이 예비후보 측을 대리 신고할 사람을 섭외하라고 요구했다.

B, C씨가 통화하기 9일 전인 지난해 4월 17일 A씨는 국회 소통관에서 이 예비후보 컷오프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예비후보가 지난 2016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처벌을 받은 전력을 문제삼았다.

A씨는 UPI뉴스 취재진과 만나 "당시 기자회견은 조 의원실 지시로 이뤄진 것"이라며 "회견문도 의원실에서 대신 써줬다"고 말했다.

다음 날 이 예비후보 지지자들은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앞에서 "조 최고위원이 공정한 경선을 방해한다"며 항의집회를 벌였다.


그러자 4월 24일 오후 7시 16분 B씨는 C씨에게 전화를 걸어 "의원님께서 '미션'을 내주셨다"며 "지역에서 선관위에 (이 예비후보 측을)신고해줄 사람을 하나 섭외해 달라고(했다)"고 요청했다.

B씨는 신고할 내용에 대해 "하나는 어제 OO공원에서 이기재 명함 돌린 사람이 누구인지, 그 사람이 이기재 명함을 대신 돌려도 되는 사람인지 조사 해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또 다른 하나 신고는 (이 구청장 지지자들이)버스타고 와서 시위를 했는데 버스 대관비나 이런 건 누가 했는지 조사 해달라, 이렇게 두 가지를 신고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사진이나 영상은 있고 간단한 신고니까"라며 "그거를 좀 우리가 직접하면 그렇지 않느냐. (조 최고위원이)좀 티 안 나는 사람으로 좀 중립지대에 있는 사람으로 해서 빨리 섭외를 해보라고 하셨다"고 전했다.

B씨는 "내용은 저희가 뽑으면 되니까, 취지랑 해서"라며 "고발이나 그런 것도 아니고 신고 정도니까 한 번 알아봐 달라"고 주문했다.

이 예비후보 측에 대한 선관위 신고는 실제 이뤄지지 않았다. C씨는 "지시 받은 것은 맞지만 당시 대신 사람을 섭외하지 못해 실제 신고는 못했다"고 말했다.

이 예비후보는 경선에서 이겨 본선에 진출했고 구청장에 당선됐다.

UPI뉴스는 조 최고위원에게 이 예비후보에 대한 선관위 신고자 섭외, 징계요청서 제출 등을 시도한 이유를 묻기 위해 수차례 전화를 걸고 문자메시지를 보냈지만 일체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C씨와 직접 전화통화를 한 B씨도 답하지 않았다.

KPI뉴스 / 탐사보도부 전혁수 기자 jhs@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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