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자뿐인 싸움 될 듯한 '곰표밀맥주' 갈등

김기성

bigpen@kpinews.kr | 2023-06-29 15:00:39

대한제분·세븐브로이 갈등, 진흙탕 싸움으로 번져
수제맥주 시장, 지난해 하반기 이후 위축세 뚜렷
충성고객 이탈 우려…다른 업체에 불똥 튈 수도

곰표밀맥주를 둘러싼 대한제분과 세븐브로이의 갈등이 공정위 제소와 법원 가처분 신청으로 치달으면서 진흙탕 싸움이 되고 있다. 더구나 수제맥주 시장의 거품이 빠지는 시기에 빚어진 이번 다툼은 결국 수제맥주 시장에 치명타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2020년 5월 출시된 곰표밀맥주는 대한제분의 '곰' 브랜드와 1세대 수제맥주 업체인 세븐브로이의 기술력이 합쳐지면서 6000만 캔 정도가 팔리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그러나 대한제분이 3년 계약기간 만료를 한 달 남짓 앞둔 지난 3월 계약 종료를 선언하고 제조사를 제주맥주로 바꾸면서 다툼이 시작됐다.

▲ 세븐브로이가 대한제분과 협업한 '곰표밀맥주'(왼쪽), 세븐브로이 '대표밀맥주' 제품 이미지. [BGF리테일 제공]

공정위 제소, 판매 가처분 신청으로 번진 갈등

갈등의 핵심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 번째는 대한제분이 새 제조사 제주맥주와 출시하기로 한 '곰표밀맥주 시즌2'의 원재료의 종류와 함량이 기존 곰표밀맥주와 유사하다는 것이다. 세븐브로이는 해외수출권 업무 이관 과정에서 곰표밀맥주의 '레시피'가 넘어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두 번째는 대한제분이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해외 수출 사업과 거래처를 탈취했다는 주장이다.

세 번째는 세븐브로이가 보유하고 있는 곰표밀맥주 재고의 판매를 둘러싼 갈등이다. 세븐브로이는 계약서에 따르면 오는 9월 말까지 곰표밀맥주를 판매할 수 있다면서 그 때까지는 기존의 곰표밀맥주와 유사한 제품을 팔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세븐브로이는 기술탈취 등으로 대한제분을 공정위에 제소하고 또 대한제품의 새로운 곰표밀맥주를 판매하지 못하도록 서울중앙지법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성공적 협업이 아름답지 못한 결별로 끝나

이에 대해 대한제분은 '곰표밀맥주 시즌2'는 새로운 파트너인 제주맥주의 독자적 레시피로 생산되는 제품이고 수출사업은 상표권자인 대한제분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것이라며 수출사업을 빼앗았다는 주장은 성립할 수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또 판매가처분 신청에 대해서도 심문기일을 늦추면서 '곰표밀맥주 시즌2'의 출시를 강행해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서로의 주장은 결국 공정위의 판단이나 법원의 결정을 통해 결론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우리 산업계에서 성공적인 콜라보(collaboration)의 대표로 거론되던 곰표밀맥주의 아름다운 동행이 아름답지 못한 결론에 다다른 것은 크게 아쉬운 것은 사실이다. 동업은 형제 사이에서도 하지 말라는 속된 표현이 다시 한번 입증된 셈이다.

위축되는 시장 상황에서 터진 대표 브랜드의 갈등

공정위와 법원으로 공이 넘어갔으니 누가 옳고 누가 잘못됐는지를 따지는 것은 실익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진흙탕 싸움이 수제맥주 시장의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귀를 기울여야 할 것 같다. 

무엇보다 싸움을 벌인 시기가 좋지 않다. 수제맥주는 곰표밀맥주가 출시된 2020년 이후 급격한 성장세를 보여 왔으나 작년 하반기 이후 성장세 둔화가 뚜렷하다. 편의점 CU의 수제맥주 매출 증가율을 보면 2020년 498%, 2021년 255%를 기록했으나 2022년에는 60%로 꺾이는 모습이 확연하게 나타나고 있다. GS25의 수제맥주 매출 증가율 역시 2021년 381%, 2022년 234%에서 작년에는 76%로 떨어졌다.

수제맥주 업체 가운데 유일한 상장기업인 제주맥주의 매출을 보면 이러한 성장 둔화세는 작년 4분기 이후 더욱 심화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분기별로 60억 원을 넘던 매출이 작년 4분기에는 48억 원으로 줄었고 올 1분기에는 46억 원에 머물렀다. 올 1분기 매출은 1년 전에 비해 26%가 넘게 줄어든 것이다. 이 숫자만 놓고 본다면 수제맥주 시장은 성장세가 둔화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쪼그라드는 위축 국면에 들어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상황에서 누가 이긴들 과연 승자라고 할 수 있겠는가?

평판이 중요한 수제맥주 시장에 직격탄 될 듯

수제맥주라는 말은 미국 양조가협회가 정의한 '크라프트 맥주(Craft Beer)'를 번역한 것이다. 대형 맥주 회사나 음료 회사의 자본에 종속되지 않고 소규모 양조장에서 자체적인 제조법으로 만든 맥주를 말하는 것이다. 큰돈을 벌기는 어렵고 맛을 알아주는 충성고객, 소위 '마니아' 층의 중심으로 소비된다. 따라서 지역적 독특성을 포함한 자신만의 개성이 중요시되지만 '마니아'의 습성이 늘 그렇듯 '평판'도 중요한 요소임에 틀림없다.

한마디로 시장은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한제분과 세븐브로이의 싸움은 수제맥주에 대한 소비자들의 피로감을 더 할 것으로 보인다. 승자는 없고 패자만 남는 싸움으로 귀결되는 것은 물론 흙탕물이 다른 수제맥주 업체로 튀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KPI뉴스 / 김기성 대기자 bigpen@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