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간부가 5조 원대 국제 다단계 사기 관여?…8만 피해자 분통
전혁수
jhs@kpinews.kr | 2023-06-22 09:54:02
피해자 5명 진술서 확보…"투자 독려 해외여행에 간부 동행"
말레이시아發 MBI 사건, 국제사기 비화 …다단계 수법 사용
피해자들, 사기방조 혐의로 檢에 간부 고발…경찰, 감찰 착수
현직 경찰 간부가 국제 다단계 사기 사건인 'MBI인터내셔널(이하 MBI)' 투자금 모집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MBI(Mobility Beyond Imagination)는 지난 2012년 11월 한국에 들어온 말레이시아 불법 다단계 업체다. 전국적으로 피해자만 8만 명, 피해금액은 5조 원에 달한다.
막대한 피해를 초래한 이 사건에 경찰 관계자 개입 의혹이 불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피해자들은 해당 간부를 검찰에 고발했다.
피해자들 "현직 경찰관이 MBI 투자 권유"
UPI뉴스는 22일 MBI 피해자 5명의 진술서를 확보했다. 피해자들은 진술서에서 자신들에게 MFC(MBI mface·판매조직) 인천클럽장(지역 본부장) A씨 남편 B씨가 투자를 독려했다고 주장했다. 또 "B씨가 피해자들과 수차례 식사를 하며 '돈을 벌 수 있는 것은 MBI에 투자하는 것 밖에 없다'며 권유했다"고 말했다. B씨는 인천연수경찰서 소속 경찰 간부(경감)다.
진술서에 따르면 MBI 모집책들은 2017, 2018년 10여 차례에 걸쳐 본사가 있는 말레이시아 페낭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에 피해자들과 함께 갔다.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모집책인 A씨도 피해자들과 함께 수차례 해외에 나갔고 이럴 때마다 B씨가 동행했다. UPI뉴스가 입수한 2018년 3월 20일 말레이시아 방문 사진에는 B씨 모습이 담겨 있다.
피해자 C씨는 "2018년 5월16일 A씨가 사무실에서 남편이 현직 경찰 간부라고 과시했다"며 "B씨도 가끔 사무실에 찾아와 '형님들(피해자들 지칭)은 연세도 있고 다른 것은 할 수 없으니 MBI를 해야 돈을 모을 수 있다'고 홍보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2018년 11월 말~12월 초 MFC 인천클럽 회원들이 두바이를 방문했는데, B씨도 동행했다"고 말했다.
피해자 D씨도 "B씨가 함께 두바이에 갔을 때 '(돈 벌) 사업은 MBI 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피해자들은 지난 20일 B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상 사기방조, 방문판매등에관한법률위반 방조,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은 고발장에서 "B씨는 수사경력 30년의 경찰"이라며 "MBI가 불법 다단계, 사기인지 모를 수 없다"고 공모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앞서 지난 1일에는 경찰청에 B씨 감찰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인천지방경찰청은 지난 15일 B씨에 대한 감찰에 착수했다.
UPI뉴스는 B씨에게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하고 문자메시지를 보내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답을 얻지 못했다.
MBI, SNS 광고권 투자 권유했지만 모두 '가짜'
말레이시아 기업 MBI는 10년째 '다단계 사기' 의혹을 받고 있다. MBI는 2010년대 초반부터 한국과 중국 등지에서 가상화폐 투자 사업을 했다. 관련 업계는 이 사건 피해규모를 한국에서만 5조 원, 전 세계적으로 10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본다.
2012년 11월 국내 진출한 MBI는 자신들이 개발한 '엠페이스'(MFace)가 중화권 8억 명이 사용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라며 여기에 투자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며 사람들을 유인했다. 엠페이스는 'MBI+페이스북' 약칭이다.
MBI 모집책들은 엠페이스에 투자하면 엠페이스가 만든 가상화폐와 광고권을 준다고 선전했다. 가상화폐는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오르고 환전이나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고 광고했다.
판매에는 전형적인 다단계 수법이 사용됐다. 650만 원을 투자하면 실버, 1950만 원을 투자하면 골드, 4550만 원을 투자하면 플래티넘 등 투자액수에 따라 등급을 부여하고 혜택에 차등을 뒀다.
회원에게는 엠페이스 홈페이지에서 거래할 수 있는 가상화폐 GRC(Good Redemption Coin)와 말레이시아 백화점 M몰에서 사용할 수 있는 M포인트를 지급했다. 모집책들은 "MBI가 조만간 나스닥에 상장할 것"이라며 상장 전까지 GRC를 활용해 수익을 내라고 부추겼다.
그러나 MBI 주장은 거짓이었다. 광고권은 존재하지 않았고 말레이시아로 넘어간 돈도 없었다. 회사 홈페이지는 대행업체가 급조한 사실상 유령 사이트로 드러났다. 지난 2015년 3월엔 방송통신위가 불법 다단계 사이트로 판단해 국내 접속마저도 차단됐다.
MFC는 최상위 모집책인 GEC위원 아래로 그룹장, 센터장, 클럽장으로 구성된 전형적인 피라미드 구조였다. 한국에서 확인된 GEC위원만 69명이다.
상위 모집책들은 하위 투자한 돈의 30%를 수당으로 챙겼다. 투자자를 모집한 1단계 모집책은 투자금의 10%를 '추천수당', 2단계 모집책은 6~10%를 '후원수당'이라는 명목으로 받아갔다.
그 위인 3단계~6단계 모집책들은 투자금의 4%를 나눠 가졌다. 투자금의 6~10%는 MBI 지점 운영비로 사용됐다. 직접판매공제조합,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 등에 가입한 적도 없다. 한마디로 무등록 불법 다단계 업체였다.
설립자인 중국계 말레이시아인 테디 토우(중국명 장예발)는 태국에서 승려 행세를 하며 경찰의 눈을 피해오다 지난해 7월 22일 체포됐다. 그는 2017년 6월 말레이시아 경찰에 붙잡혀 8300만 달러 규모 돈 세탁과 1억6500만 달러 규모 사기 혐의로 재판을 받다가 2018년 7월 도주했다.
KPI뉴스 / 탐사보도부 전혁수 기자 jhs@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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