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넷플릭스 망 사용료 분쟁, 정치·여론전으로 확전?

김윤경 IT전문기자

yoon@kpinews.kr | 2023-06-13 17:45:55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CEO 방한 '변수'
넷플릭스, 韓 콘텐츠 기여 강조하며 반전 모색
尹 정권 연결고리 강화…공세 가속화
7월 10차 변론…분쟁 장기화 가능성 제기

SK브로드밴드(SKB)와 넷플릭스의 망(네트워크) 사용료 분쟁이 정치적 논쟁과 여론전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두 사업자는 다음달 12일 채무부존재확인·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서울고등법원 민사19-1부)에서 또 다시 맞붙는다. 어느덧 제 10차 변론이다.

하지만 이를 목전에 두고 테드 서랜도스(Ted Sarandos)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을 방문, 두 사업자간 대립에도 변화 가능성이 높아졌다.

▲ 테드 서랜도스 CEO 방한에 맞춰 넷플릭스가 22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개최할 콘텐츠 창작자들과의 토론회 초대장. [넷플릭스코리아 초대장 이미지 캡처]

테드 서랜도스 CEO의 방한은 윤석열 정부와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비중있게 다가온다.

테드 서랜도스 CEO는 지난 4월 윤 대통령의 미국 방문시 한국 드라마·영화·예능 등 'K-콘텐츠'에 향후 4년간 25억 달러(약 3조3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던 주인공이다.

넷플릭스는 오는 22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서랜도스 CEO를 비롯한 콘텐츠 담당 임원들과 국내 콘텐츠 창작자들이 함께 하는 토론회를 개최한다. 

주제는 '넷플릭스와 한국 콘텐츠 이야기'. 넷플릭스는 한국 콘텐츠 창작자들과 넷플릭스와의 협업 경험 및 한국 콘텐츠의 향후 비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이를 두고 업계는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 생태계에 기여한 점을 부각시켜 '망 사용료 미납'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해소하겠다는 전략으로 평가한다.

서랜도스 CEO 방한을 계기로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 생태계 활성화의 주역'이라는 이미지를 굳힌다면 SK브로드밴드와의 망 사용료 분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확보할 수 있다.

▲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월 미국 영빈관 '블레어하우스'에서 열린 글로벌기업 최고경영진 접견에서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와 시구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뉴시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와 정권의 연결고리가 무척이나 불편하다. 

지난해 국감 때만 해도 넷플릭스의 망 사용료 납부가 당연시되는 분위기였지만 윤 대통령의 미국 순방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정부는 당시 넷플릭스의 한국 투자에 대해 '콘텐츠 산업 관련 일자리 창출'과 '콘텐츠 제작 인프라 확충', '제작 기술의 고도화'는 물론 K-콘텐츠의 글로벌 진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넷플릭스로선 호재였다.

상황이 이렇고 보니 망 이용대가 지불 관련 법제화 작업에도 걸림돌이 생겼다. 윤 정부가 넷플릭스와의 우호적 관계를 강조하면 할수록 여당 역시 망 사용료 관련 입법에 소극적일 가능성이 높아서다.

이를 두고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넷플릭스의 한국 투자는 궁극적으로 자체 콘텐츠 강화 전략"이라면서 "이를 한국 산업 발전 기여로 포장하는 건 적절치 못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위해 2022년도에도 약 8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한 것으로 추산된다. 2021년에는 5000억 원을 투자했다. 그 결과 '오징어게임'을 비롯, 다수의 히트작을 냈다.

한국이 만든 콘텐츠는 넷플릭스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넷플릭스의 한국 콘텐츠 산업 투자 역시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달리 해석될 가능성이 농후한 이유다.

▲ 넷플릭스 서울사무소에 설치된 '오징어 게임' 조형물. [김윤경 기자]

양측은 2018년 5월 미국 시애틀에서 도쿄로 망 연결지점을 변경할 당시 합의가 있었느냐를 두고 대립 중이다. 넷플릭스측은 '무정산 유지'로, SK브로드밴드는 '선조치, 후정산' 원칙 하에 작업이 이뤄졌다고 맞선다.

두 사업자간 법적 분쟁 결과는 전세계적으로도 초미의 관심사다. 

통신망 사업자와 콘텐츠 사업자들의 양보 없는 설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최종 결론이 어떻게 내려지느냐에 따라 사업자들의 입장과 입지가 달라질 수 있어서다.

결론은 미지수. 2019년부터 시작한 두 사업자간 법적 공방은 양측의 입장차가 크고 이를 뒷받침할 계약서가 없어 공전을 거듭해 왔다. 지난 5월 15일 9차 변론에서도 양보 없는 기싸움만 이어졌다.

다음달 10차 변론 역시 결론에 도달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넷플릭스 CEO 방한과 정권 변수까지 더해지며 양측의 싸움은 더 장기화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망 사용료 지불 의무와 콘텐츠 산업 기여를 내세우는 두 사업자의 대립이 망과 콘텐츠 사업자간 대립 구도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KPI뉴스 / 김윤경 기자 yoo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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