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전세금 반환목적 대출 DSR 완화, '아파트'는 제외해야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3-06-13 17:00:08
빌라, 다세대주택 등 안 팔리는 집에만 규제 완화로 충분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전세보증금 반환 목적에 한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완화하는 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후 전국이 관련 논란으로 들썩이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전세보증금 반환 목적일 때만 대출 규제를 완화하려는 것"이라며 거들어 논란이 더 커졌다.
현재 총대출 1억 원 이상 차주에게는 DSR 40% 규제가 적용되고 있다. 추 부총리와 원 장관 발언은 역전세난에 처한 집주인에게 규제를 풀어줘 DSR 이상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해주겠다는 뜻이다.
2020~2021년 부동산 폭등기 때 전세를 끼고 고액의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소위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은) 갭투자자'들이 적잖다. 이들 중 다수가 역전세난에 처한 것도 사실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전체 전세 가구 중 역전세 위험가구 비중은 52.4%로 집계됐다. 작년 1월 25.9%에 비해 2배 가까이 확대됐다. 4월 기준 역전세 계약 중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만기 도래 비중은 각각 28.3%, 30.8%에 달해 한동안 역전세 문제가 지속될 전망이다.
그러나 투자의 책임은 개인에게 있다. 집값 상승에 베팅했다면, 집값 하락기에는 손해를 보는 것이 당연하다. 손실을 각오하고 집을 팔아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면 된다. 정부에서 대출 규제를 완화해 집주인에게 버틸 힘을 주는 건 온당치 않다.
많은 국민이 추 부총리와 원 장관의 발언을 질타하는 이유다. "역시 갭투자가 최고!", "갭투자해서 실패해도 나라가 살려준다" 등의 비아냥까지 나온다.
주식 투자로 손해를 본 사람들을 위해 정부가 대출 규제를 완화해준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왜 부동산 투자자만 도와야 하는가. 납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비판이 그치지 않는 것이다.
물론 전세보증금 반환 목적 대출에 한해 DSR 규제를 완화하는 건 집주인이 아니라 세입자를 돕기 위한 조치라는 의견도 있다. "대출을 받아서라도 전세보증금을 돌려주도록 유도해야지, 집주인이 돈을 구하지 못하면 세입자가 가장 큰 손해를 본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그런 목적을 내세우더라도 아파트는 제외하는 게 옳다. 빌라, 다세대주택, 오피스텔 등은 시장에서 좀처럼 팔리질 않으니 대출 규제를 풀어서라도 세입자들이 전세보증금을 무사히 돌려받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정당성을 지닌다.
그러나 아파트는 다르다. 최근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월 평균 3000건 가량이다. 거래가 왕성할 때의 절반 수준이지만, 월 1000건에도 못 미치던 지난해 하반기보다는 훨씬 늘었다. 이 정도면 집주인이 급매로 내놓으면 시장에서 충분히 소화될 수 있다. 싸게 팔기 싫어서 망설이는 집주인들까지 정부가 지원할 까닭은 없다.
원 장관은 "국민들이 '전세 끼고 집을 사지 않은 사람만 바보다' 또는 '임대사업자에게 대출 혜택을 준다'는 오해를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말대로라면, 당연히 아파트는 제외해야 한다. 급매 가격이 매수 가격에 못 미치더라도 그것은 집주인이 짊어져야 할 리스크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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