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훨훨' 나는데…'부진의 늪' 빠진 저축은행, 왜?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3-06-05 17:01:14

저축은행, 9년만에 분기 적자…고금리로 예대마진 악화
연체율·대손충당금 ↑…금융당국, '부실 관리' 강화할 듯

'고금리 바람'을 타고 은행은 훨훨 나는데, 똑같이 '이자장사'가 주업인 저축은행은 부진의 늪에서 헤매고 있다. 

시중금리 상승세에 따라 저축은행 예금금리도 상승했다. 하지만 대출금리는 법정 한도(연 20%)에 막혀 더 이상 인상되지 못하면서 예대마진이 악화된 탓으로 풀이된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은행 당기순이익은 총 7조 원으로 전년동기(5조6000억 원) 대비 24.0% 늘었다. 

KB·신한·하나·우리 4대 금융그룹 1분기 당기순익은 총 4조8991억 원으로 전년동기(4조5868억 원)보다 6.8% 증가했다. KB·하나·우리금융은 모두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신한금융도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순익(K-IFRS 기준)이다. 

은행이 호조세인 데 반해 저축은행은 심히 부진하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저축은행 79곳은 1분기 523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 적자전환했다. 전년동기(4561억 원)보다 순익이 5000억 원 넘게 급감한 것으로, 2014년 2분기 이후 9년 만의 분기 적자다. 

자산규모 기준 상위 5개 저축은행(SBI·OK·한국투자·웰컴·페퍼저축은행) 당기순익 합계도 378억 원에 그쳐 전년동기(1711억 원) 대비 78% 급감했다. 

▲ 예금금리는 뛰는데 대출금리가 법정 상한선(연 20%)으로 묶인 탓에 저축은행 실적이 악화됐다. [게티이미지뱅크]

저축은행 실적 악화의 주된 원인으로 예대마진 악화가 꼽힌다. 한국은행의 거듭된 기준금리 인상으로 지난해 초 연 2~3% 수준이던 저축은행 정기예금(12개월) 금리는 올해 초 5~6% 수준으로 급등했다. 

이는 이자비용 증가로 연결됐다. 1분기 상위 5개 저축은행이 지출한 이자비용은 6822억 원으로 전년동기(3298억 원)보다 106.85% 급증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저축은행 79곳의 총 이자비용이 약 1조2000억 원 늘었다"며 "올해도 같은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저축은행 대출금리는 법정 상한선(연 20%)에 가로막혀 더 이상 올라가지 못했다. 이자비용이 증가하는데 반해 이자수익은 제자리를 걸으면서 예대마진이 악화된 것이다. 핵심 수익원인 예대마진이 감소하니 당기순익도 줄 수밖에 없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예금금리 상승세 이상으로 대출금리를 올릴 수 있었던 은행과 달리 저축은행에는 고금리가 오히려 악재로 작용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대출 연체율이 상승하고 대손충당금이 증가한 부분 역시 저축은행 경영을 압박했다. 1분기 저축은행 평균 연체율은 5.1%로 전년동기(3.4%) 대비 1.7%포인트 올랐다. 상위 5개 저축은행의 평균 연체율(4.8%)도 같은 기간 2.4%포인트 뛰었다. 

상위 5개 저축은행의 1분기 대손충당금은 2조5914억 원으로 전년동기 2조3103억 원보다 12.2% 늘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한도성 여신(마이너스통장 등)의 신용환산율을 지난해 20%에서 올해 40%로 올린 부분도 대손충당금 증가에 일조했다"고 설명했다. 

마이너스통장 등 한도성 여신은 고객이 한도를 끝까지 쓰지 않고 남겨두는 경우가 꽤 많다. 미사용 잔액에 대해서도 금융사는 대손충당금을 적립해야 하는데, 이 비율을 신용환산율이라고 한다. 신용환산율이 오를수록 대손충당금 적립부담도 확대될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저축은행 대손충당금 확대에 대해 "규제 강화 영향도 있지만, 연체율이 상승한 점도 크다"며 "저축은행 '부실 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저축은행업계에서는 현재 경영이 어려운 걸 인정하면서도 차차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한 관계자는 "정기예금 금리가 이미 4~5% 수준으로 내려와 이자비용이 감소했다"며 "앞으로도 금리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경기침체에 대비하기 위해 일부러 대손충당금을 두텁게 쌓았기에 향후 이익으로 환입을 기대해볼 만 하다"고 전했다. 은행, 저축은행 등에서 대손충당금을 적립해둔 여신이 부실화되지 않을 경우 해당 충당금은 이익으로 환입된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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