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조 기업 더 리본, 과장·기만 광고로 공정위 제재

김기성

bigpen@kpinews.kr | 2023-05-29 14:20:47

더리본, '업계 매출 1위'?…절반 이상이 뷔페 매출
'규모 크면 안전하다' 인식에 몸집 키우는 상조업계
상조상품 가격 비교 활성화, 후불제 서비스 늘려야

상조 기업 더 리본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더 리본은 2019년 8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유명 연예인을 내세운 TV 광고와 유튜브를 통해 '상조업계 1위'를 달성했다고 광고했다. 그런데 공정위는 이 광고가 과장·기만 광고로 판단하고 경고를 내린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와 더 리본 CI [UPI뉴스 자료사진]

더 리본, 상조 서비스 매출로만 따지면 업계 5위

더 리본의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매출은 상위 10개 상조 기업 가운데 가장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더 리본의 매출에는 상조 서비스와는 무관한 뷔페 매출이 포함돼 있다. 

2018년을 예로 들면 전체 매출은 979억 원으로 다른 상조 기업에 비해 월등히 많았다. 이 가운데 뷔페 매출이 493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따라서 전체 매출에서 뷔페 매출을 제외하면 상조 서비스 매출은 486억 원 수준이다. 이는 경쟁업체인 프리드라이프의 686억 원과 보람상조개발 522억 원보다 적은 수준이다. 더 리본의 전체 매출액 가운데 뷔페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64%, 2016년 47%, 2018년 50%, 2019년 5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상조 서비스 관련 매출로만 집계하면 더 리본의 매출 순위는 5위로 확인됐다면서 소비자들이 더 리본의 광고를 보면 마치 더 리본이 상조 서비스 매출이 가장 큰 것으로 오인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더 리본의 '상조업계 매출 1위' 광고를 사실을 지나치게 부풀린 과장·기만 광고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보람상조와 프리드라이프도 '업계 1위' 두고 법정 다툼까지 벌여

상조업계에서 1위를 둘러싼 신경전은 오래된 일이다. 보람상조는 2009년부터 4년간 '대한민국 1위 상조'라는 문구를 사용해 광고했다. 그러자 경쟁업체인 프리드라이프가 2013년 법원에 보람상조의 광고를 금지해 달라는 가처분신청을 냈다. 법원이 신청이 받아들이자 보람상조는 이의를 제기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그러자 프리드라이프는 해당 광고로 자사 매출이 줄어들었고 '실제 업계 1위'는 자신들이라는 대응 광고를 하느라 126억 원을 썼다면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보람상조가 프리드라이프에 2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상조 산업 성장 과정에서 '덩치가 크면 안전하다'는 인식 생겨

상조업계가 이처럼 1위 자리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것은 '몸집이 곧 경쟁력'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상조 서비스 기업이 등장한 것은 1990년대 초반이다. 30년이 넘는 업력이 쌓이면서 소비자 인식은 개선됐지만, 이 과정에서 많은 상조 기업이 부도로 쓰러져 가입자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이후 정부는 상조 기업이 고객들로부터 선납 받는 금액, 선수금의 50%를 은행이나 공제조합에 예치하도록 했다. 그래도 상조 회사가 부도 등으로 문을 닫을 경우, 소비자는 50%밖에 보상받을 수 없다는 생각에 아무래도 규모가 큰 상조 기업이 상대적으로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이러한 업계 분위기가 '1위 경쟁'을 부추기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규모가 작은 상조 기업들은 폐업하거나 덩치가 큰 기업에 합병되면서 상조 기업의 숫자는 2018년 154개에서 작년에는 72개로 줄어들었다. 이러한 상조업계의 구조조정은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상조 서비스 선수금 7조 원, 수년 내 10조 원 성장 전망

상조 서비스 시장은 비약적으로 성장해왔다. 선수금은 2018년 4조7000억 원에서 작년에는 7조4000억 원으로 늘었고 가입자 숫자도 530만 명에서 750만 명으로 늘었다. 

더구나 고령 인구의 증가로 상조 서비스의 선수금 규모는 곧 1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성장성이 좋은 시장인 만큼 상조 기업들은 몸집을 내세워 시장 쟁탈에 나서면서 '업계 1위' 타이틀에 목을 매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상조상품 가격 비교 사이트 등 소비자 보호 장치 마련돼야

현재 공정위가 제시하는 상조 기업의 기준은 선수금이다. 그러나 선수금이 많다는 것이 꼭 회사의 재무건전성이 좋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더구나 장례상품의 가격이나 서비스는 상조 기업의 덩치와는 무관한 게 사실이다. 따라서 소비자가 상조 서비스에 가입할 때 상조 기업의 선수금과 자산 그리고 매출을 비롯해 다양한 정보를 필수적으로 제시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일부에서는 우리 장례 문화가 매장에서 화장으로 바뀌면서 장례비용이 줄어들었지만, 상조상품의 가격은 오히려 올랐다는 지적도 있다. 더구나 최근에는 미리 상조 서비스에 가입하지 않고 후불제로 운영하는 상조 기업들도 등장하고 있다.

상조상품의 필수항목들에 대해서는 개별 가격을 명시하도록 해서 소비자들의 선택을 도와줄 필요가 있다. 또 가능하다면 공신력 있는 기관이나 단체에서 상조 기업별 가격을 비교하는 사이트를 만드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KPI뉴스 / 김기성 대기자 bigpe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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