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 직장인은 본업에 소홀할 수밖에 없는가

김기성

bigpen@kpinews.kr | 2023-05-18 14:05:27

HTS 등장 이전 전광판 확인…카메라 찍혀 곤욕도
주식투자 직장인의 20%는 중독 상태임을 자인
직접 투자보다는 전문가나 펀드 이용이 바람직

김남국 의원의 코인 투자가 정치권은 물론 우리 사회 전체를 흔들고 있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으니 현재 제기되고 있는 여러 의혹, 종잣돈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뇌물은 없었는지? 사전에 정보를 알고 코인 투자를 한 것 아닌지? 이런 것들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현시점에서 가장 확실한 것은 김 의원이 국회 상임위가 열리는 시간에 코인 투자를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의원도 휴게실 또는 화장실에서 코인을 거래했다고 시인했다. 상임위 질문 과정에서 '李某'를 이모로 착각한 것도 코인에 정신이 팔려서 그랬던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 18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풍경. [뉴시스]

HTS 등장 이전에는 증권사를 통해서만 시세 확인 가능

1980년대 3저 호황으로 주가가 급등하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에는 HTS가 없어서 주식 시세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증권사에 문의하거나 증권사 객장에 나가 전광판에서 시세를 확인해야만 했다.

점심시간이면 직장인들이 몰려와 전광판을 확인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그러다가 취재 나온 방송사 카메라에 얼굴이 찍히면 직장에서 사달이 나곤 했다. 직장 상사로부터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 것 아니냐?" "마음이 딴 데 가 있으니 업무 효율이 오르겠느냐"라는 힐책을 피할 수 없었던 시절이다.

더구나 방송사가 그 화면을 자료화면으로 자꾸 사용하다 보니, "야단을 맞고 또 증권사 객장에 갔느냐"는 억울한 누명을 쓰기도 했다. 결국 방송사에 전화해서 본인 얼굴을 지워달라고 부탁하는 촌극도 빚어졌다. 초상권 개념이 부족하던 시절의 얘기지만 당시에는 직장인이 주식투자를 하면 업무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강했다.

주식투자는 Full-time job

이제는 주식투자 인구가 작년에 이미 천만 명을 넘어섰다. 또 샐러리맨(Salaried man)과 투자자(Investor)를 합성한 '샐러베스터'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한 마당에 직장인의 주식투자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도 시대에 뒤떨어진 생각일 것이다.

그러나 많은 증권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직장인의 주식투자에 걱정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먼저 주식투자라는 것이 짬짬이 시간을 내서 할 수 있는 부업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한마디로 자신의 시간을 전부 투자해야 하는 Full-time job이라는 것이다. 급변하는 시세에 대처해야하고 업종과 종목, 그리고 경제 전반을 점검해야 하는데 직장을 가진 사람이 온전히 몰두한다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다.

주식투자 직장인의 20%는 중독 상태, 65%는 업무 중 시세 확인

더 큰 문제는 직장인이 주식투자를 하면 마음을 뺏길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주식투자 경험이 있는 직장인 82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업무시간에 주식 현황을 확인한다고 대답한 사람이 64.9%에 달했다. 특히 본인이 주식에 중독됐다고 느낀 사람도 20.9%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본업인 직장생활에서 성과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그래서 평판이 좋은 전문가나 펀드에 맡기거나 자신이 있다면 전업 투자가로 나서는 편이 현명하다는 충고가 많지만 이미 주식투자에 중독된 사람에게는 쇠귀에 경 읽기에 불과한 것도 사실이다.

성경에도 네 보물이 있는 곳에 네 마음이 있다는 구절이 있다. 재산을 투자하고 초연하게 잊고 지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눈치를 봐가며 주식을 사고파는 직장인의 모습은 이 시대의 피할 수 없는 풍경일까? 그렇다고 해도 엄청난 세비를 받는 국회의원이 변기에 앉아 코인을 거래하는 모습은 상상하기조차 싫은 비참한 광경임에 틀림없다.

KPI뉴스 / 김기성 대기자 bigpe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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