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입법 '청신호'…"소비자 편익 향상 기대"

황현욱

wook98@kpinews.kr | 2023-05-17 15:03:28

보험업계 '환영'…"손해율 올라도 행정 부담 줄어"
불편한 의료계…"환자 개인 진료정보 유출 우려"

실손의료보험 청구 절차를 간소화하는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통과했다. 입법에 '청신호'가 켜진 것이다.

개정안이 본회의 문턱을 넘으면 '종이서류' 없이 전산을 통해 실손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게 돼 소비자들의 편익이 크게 증대될 전망이다. 다만 의료계 반대가 거세 본회의 가결을 낙관할 수 없는 분위기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정무위 법안심사소위는 전날 보험사가 실손보험 청구 절차를 전문 중계기관에 위탁해 청구 과정을 전산화(간소화)하도록 하는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개정안은 지난 2009년 처음으로 소위에 올라왔다. 그러나 심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법안 폐기·발의가 되풀이됐다. 결국 14년 만에 소위 허들은 해결된 셈이다. 

개정안은 향후 정무위 전체회의, 법사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소비자는 복잡한 절차 없이 병원에 요청하는 것만으로 실손보험 청구를 마칠 수 있다.

실손보험은 의료비 중 건강보험이 부담하는 급여 항목을 제외한 본인부담금과 비급여 의료비를 보장하는 보험으로 가입자 수가 4000만 명 수준이다. 현재 실손보험금을 청구하려면 △진료 영수증 △진단서 △진료 명세서 등 종이 서류를 병원에서 발급받아 보험사에 제출해야한다. 번거로운 청구 과정으로 소액 보험금은 청구 없이 포기하는 경우가 흔하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지연으로 인해 서류들로 가득찬 보험사 문서고 사진. [소비자와 함께 제공]

지난해 보험연구원이 실시한 '2022 보험소비자 행태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의 57.1%는 보험금 청구·지급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편리하고 다양한 보험금 신청·접수 방법'을 꼽았다.

보험사도 서류 접수와 입력 등 소모적인 업무가 많은 상황이다.

▲'보험금 청구·지급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조사 결과. [보험연구원 제공]

하지만 개정안이 통과되면 소비자들은 그 모든 불편에서 해방된다. 자동차보험 관련 보험금을 청구할 때처럼 병원에 신청만 하면, 온라인으로 보험금 관련 서류가 보험사로 넘어가 편안하게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소비자 편익이 크게 증대되니 소비자단체는 반긴다. 강성경 '소비자와 함께' 사무총장은 "소위 통과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입법의 첫 걸음"이라며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되면 지속적인 소비자실태 모니터링 및 시장감시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악용해 소비자 권익을 침해하는 보험사뿐만 아니라 요양기관 등에 대해서는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험업계도 환영하는 입장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로 보험금 청구가 늘면서 손해율은 오를 가능성이 높지만, 장기적으로는 보험사와 소비자가 모두 윈윈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보험사들은 종이서류를 쓰지 않으면 관련 비용 및 행정적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 

반면 의료계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가입자의 보험금 청구 과정에 또 하나의 단계를 만드는 것"이라며 "결국 보험사가 보험금 심사와 지급을 복잡하게 만들어 이익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보험사에 전송할 목적으로 환자 개인 진료정보를 수집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법사위 등 향후 진행 과정에서 법안 처리를 막기 위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KPI뉴스 / 황현욱 기자 wook9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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