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 사고·사망자 매년 급증, 보행권 위협 현상 심화
보행자 최우선…"차도 줄여 자전거 전용 도로 확장"
車 운전자 반발·교통 혼잡 우려…사회적 논의 필요
파리, 주민 투표로 킥보드 대여 서비스 금지 결정
업계·이용자, 파리 반면교사로 삼아 개선 노력해야
공유경제의 상징에서 거리의 무법자로. 전동 킥보드 사고가 급증세다. 업체 난립, 관련 법 허점, 막무가내 운행 등이 맞물린 결과다. UPI뉴스는 기로에 선 전동 킥보드의 문제점과 해법을 2회에 걸쳐 다룬다. 1회는 이용자만 책임지는 기형적인 서비스 구조를 짚고 2회는 보행권 우선 도로체계 개편 방안을 소개한다.
개인형 이동 장치(Personal Mobility, PM) 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PM 사고 사망자는 26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연평균 사망자가 9명이던 2017~2021년의 3배에 육박한다.
관련 사고도 크게 늘었다. 2017~2021년 PM 사고는 연평균 96.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교통사고가 1.6% 감소한 것과 뚜렷하게 대비된다.
▲2017~2021년 개인형 이동 장치 교통사고 현황. [도로교통공단 제공] 대표적 PM은 전동 킥보드로, 탄소 중립 시대에 부합하는 친환경 이동 수단이자 공유경제의 대명사로 불리며 각광을 받았다.
그러나 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채 이용자만 빠르게 늘면서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 전동 킥보드를 '거리의 무법자'로 규탄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2인 이상 탑승, 안전 장비 미착용 등 위법한 방식으로 전동 킥보드를 타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고라니처럼 갑자기 튀어나와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하여 붙은 '킥라니(킥보드+고라니)'라는 부정적인 호칭이 확산되는 추세다. 킥라니는 특히 무방비 상태인 보행자에게 위협적이다.
전동 킥보드의 보행권 위협 현상이 PM의 자전거 도로 통행을 허용한 2021년 도로교통법 개정 후 심해졌다는 의견이 있다. 차도로만 운행해야 했던 이전과 달리, 법 개정 후에는 자전거 도로 통행을 원칙으로 하되 자전거 도로가 없으면 차도 우측 가장자리에서 통행하며 보도 통행은 할 수 없다.
문제는 자전거 도로의 75%가 자전거·보행자 겸용 도로라는 것이다. 자전거와 PM 이용자의 다수가 차도 대신 이 겸용 도로를 택하면서 보행자까지 3자가 뒤엉키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공유 전동 킥보드 반납 때 아무 곳에나 방치하는 것도 보행권을 침해하는 요소다. 특히 점자 블록 위, 횡단보도 앞 등에 방치된 전동 킥보드는 시각 장애인을 비롯한 교통 약자들의 보행에 상당한 위협이 되고 있다.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전동 킥보드에 국한된 기술적 처방을 넘어 도로 체계 전반을 재구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은희 걷고싶은도시만들기시민연대 정책연구센터장은 22일 '보행자 최우선' 원칙을 바탕으로 "차도를 줄여 자전거 전용 도로를 과감히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전거 전용 도로가 충분하면 자전거·PM 이용자가 보행자와 뒤엉킬 일이 줄어들 것이란 얘기다.
김 센터장은 도로 기능별 통행우선권도 제안했다. 보행자가 우선권을 갖는 보도에서는 자전거나 전동 킥보드를 보행자 평균 속도인 시속 4km 이하로 운행하고 사고 발생 시 자전거나 전동 킥보드 쪽에서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자전거 전용 도로에서는 전동 킥보드를 시속 25km 미만으로 운행해야 하는 현행과 달리 자전거 평균 주행 속도인 시속 15km에 맞춰 운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파리에서 활동하는 한승훈 도시 디자이너도 "보행로를 나눌 것이 아니라 자동차 차로를 줄여가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자동차 중심 도로 체계 변형을 강조했다. PM은 자동차에 준하는 이동 수단이니 차로를 줄여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자동차 운전자 다수에게 차로 축소는 달갑지 않은 사안이다. 운전자 반발에다 교통 혼잡 심화 우려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차도 축소, 자동차 중심 도로 체계 변형'을 비롯한 여러 방안을 놓고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이유다.
정경옥 한국교통연구원 도로교통연구본부 연구위원은 인식 전환을 통한 교통 문화 개선을 주문했다. 정 연구위원은 "자동차 이용자는 개인형 이동 수단이 자동차와 동등하게 통행 권한을 갖는 교통수단이라는 인식이, PM 이용자는 놀이 기구를 타는 것이 아니라 교통수단을 운전한다는 생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지난해 9월 20일 전북대학교 교정에서 안전 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학생들이 전동 킥보드를 타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위험한 풍경이다. [뉴시스] 전동 킥보드 문제를 풀기 위해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요소는 관련 업계와 이용자들의 개선 노력이다. 지난달 2일 실시된 주민 투표를 통해 전동 킥보드 대여 서비스 금지를 결정한 프랑스 파리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보도를 쪼개 자전거 도로를 억지로 늘린 한국과 달리 파리 시는 차선을 줄여 자전거 도로를 충분히 확보했다. 보행과 자전거로 15분 내에 생활 필수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게 하겠다는 '15분 도시 정책'을 추진한 결과다.
파리에서도 공유 전동 킥보드 과다로 문제가 있었으나 그 정도는 서울보다 훨씬 덜했다. 서울의 공유 전동 킥보드가 5만 5000여 대이던 2021년 파리에는 약 1만 5000대가 있었다. 여건이 우리보다 나았던 셈이다.
그럼에도 한국처럼 안전 사고 증가 등의 문제가 쌓이고 개선 노력이 불충분하다고 인식되면서 투표자의 89%가 금지에 찬성했다. 한국의 관련 업계와 이용자들은 파리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