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은 두고 두뇌만 빼가는 HD현대인프라코어
김기성
bigpen@kpinews.kr | 2023-05-04 13:56:30
2014년 연구센터 만들 때 확장 약속에 세금 혜택
기업의 사회적 책임 핵심은 지역사회와의 상생
인천광역시에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HD현대인프라코어에 대해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HD현대인프라코어가 인천지역에 근무하던 연구개발 인력 500여 명 가운데 70%가 넘는 367명의 근무지를 한꺼번에 판교로 바꿨기 때문이다. 판교에 있는 HD현대그룹의 글로벌연구센터로 근무지를 옮긴 것이다. 연구개발 인력을 그룹 차원에서 한곳에 모아 통합해 시너지 효과를 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런데 기존 HD현대인프라코어의 연구센터가 있는 인천 동구와 판교는 출퇴근이 불가능할 정도로 멀다. 당연히 연구인력들은 근무지뿐 아니라 주거지도 인천을 떠나 다른 곳으로 옮길 가능성이 커지게 된 것이다.
인천지역, 정치권·지역언론 중심으로 HD현대그룹 비난
이렇게 되자 해당 지역의 자치단체장은 물론 국회의원, 지역 언론까지 합세해 HD현대인프라코어를 비난하고 나섰다. 환경오염에 부담이 되는 공장은 그대로 둔 채 연구인력만 빼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또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경제의 활성화에 제동을 걸고 해당 지역의 인구유출 현상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기업을 유치해야 하고 더구나 연구인력과 같은 고급 인력은 지역사회의 활력을 위해 필수적인 자원이다. 이런 인력을 손 놓고 빼앗기는 일이니 인천 입장에서는 얼마나 억울할지 짐작은 가는 일이다.
두산인프라코어 시절, 연구소 설립 대가로 세금 혜택까지 받아
이런 단순한 억울함을 넘어 HD현대 그룹이 새겨들어야 할 부분이 있다. 주인이 두산에서 HD현대로 바뀌긴 했지만, 연구인력을 빼 가는 것은 당초 약속을 어기는 것이다. 2014년 두산인프라코어 시절 연구개발센터를 지으면서 회사는 송도와 용인, 수지에 분산돼있는 건설기계, 엔진 부문 연구인력 800명을 모아 연구개발 센터를 키우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따라 연구센터는 건축허가 당시 '교육 연구시설·연구소' 용도로 지정됐고 준공 때는 기업부설 연구소로 인증받아 취득세를 100% 면제받았다.
2021년 두산인프라코어의 주인이 HD현대로 바뀌었지만, 법인은 그대로 존속하고 있다. 따라서 법인이 맺은 약속은 주인이 바뀌어도 지켜져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약속을 바꾸기 위해서는 인천광역시는 물론 해당 자치단체인 인천 동구와 협의를 거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지역사회와의 상생이 핵심
기업이 돈만 벌면 그만이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기업의 사회, 환경적 활동 그리고 지배구조까지 들여다보는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요소는 기업을 평가하는 주요 기준으로 등장했다. 그 가운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핵심은 기업이 자리하고 있는 지역, 국가에 대한 책임이다.
과거에는 기업이 주로 기부나 자선 활동 등으로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즉 돈으로 지역사회를 돕는 일이 많았다. 그러나 ESG 경영이 강조된 이후 기업은 핵심역량을 통해 지역사회 발전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연구소를 만들어 전문 고급 인력을 지역으로 불러들이고 또 지역 인재들을 고급 인력으로 키우는 데 힘을 보태는 것이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는 방법이다.
고 정주영 회장의 사업보국(事業報國)은 지역 발전에서 시작
연구인력의 집중화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요즘처럼 통신이 발달한 시대에 꼭 공간적으로 한군데 모아야 한다는 생각은 합당해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원격근무가 일상화한 상황 아닌가? HD현대 그룹은 지역사회의 애원과 비난을 흘려듣지 말아야 할 것이다. 현대그룹의 창업주 고 정주영 회장의 신조는 사업보국(事業報國), 사업으로 나라를 이롭게 한다는 것이었다.
나라를 이롭게 하는 첫걸음은 기업이 자리하고 있는 지역, 즉 HD현대인프라코어가 있는 인천의 발전과 안정을 추구하는 것이다. 정몽준 회장에 이어 후계를 준비하고 있는 정기선 사장은 인천의 아픔을 헤아리고 지역민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KPI뉴스 / 김기성 대기자 bigpe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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