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침체에 난항중인 지역주택조합, '지옥주택'되나

박정식

pjs@kpinews.kr | 2023-05-02 17:31:09

금리 인상으로 분담금 급증, 조합·조합원 갈등 커져
조합원 이탈 우려 확대…지주택 사업 좌초 위기 내몰려

경기 고양 일산서구에 추진 중인 A 지역주택조합(지주택) 사업은 7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지구단위개발·인구배분 등의 계획안을 두고 조합과 고양시가 수년째 씨름 중이지만 추진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그 사이 사업 지연과 금리 인상 여파로 금융대출·토지임대 등 사업비가 증가하고 사무실·업무대행 등 운영자금이 바닥을 드러내자 조합은 지난해부터 조합원에게 분담금 추가 납부를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반발한다. 사업 초기에 1가구당 3000여만 원에서 1억 원 넘게 분담금 일부를 납부했는데도 지금까지 사업 승인 같은 첫 단추도 못 끼웠다며 조합 탈퇴를 고민하고 있다.

서울 강서구에 추진 중인 B 지주택 아파트 사업도 최근 내홍을 겪었다. 금융비·공사비·토지비 등의 인상으로 조합원 추가 분담금이 늘어나자 조합과 조합원이 부딪혔다. 추가 분담금이 5년여 전 조합원 모집 당시보다 1가구당 3배 안팎에 이르자 반대 여론이 커졌다.

조합원들의 불만이 커지자 사업비 인상안은 지난 3월 총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조합은 금리 인상, 공사비·자재비 상승 등 현 경기 상황을 설명하며 조합원 설득을 다시 시도했다. 철거·착공 단계를 앞둔 터라 중도 포기가 어려운 상황을 강조했다.

진통 끝에 분담금 인상안은 통과됐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수억 원이나 오른 분담금을 앞으로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걱정이 크다. 

▲ 아파트 건설 현장. 기사 내용과 무관. [UPI뉴스 자료사진]

2일 서울 정비사업 통계와 경기도 공공데이터에 따르면, 현재 수도권에서 지주택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조합은 235곳에 이른다. 서울은 43곳으로 동작(12곳)·송파(8곳)·강서(6곳)·관악(5곳) 지역에 몰려 있다. 경기는 192곳으로 남양주(25곳)·화성(23곳)·광주(18곳)·파주(17곳)·평택(15곳)·하남(13곳)·구리(12곳)·용인(12곳) 등지에 많다. 

이 중 여러 지주택 사업이 부동산 경기 침체와 금리 상승이 맞물리면서 좌초 위기에 몰리고 있다. 조합은 사업비를 다시 산정하고 계획에 없던 총회를 급하게 열어 인상안 통과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일부 조합은 추가 분담금 납부를 지연하는 조합원에게 이자 부담 같은 벌칙을 부과하거나, 사업 추진 지연에 대한 책임을 물어 조합 자격 박탈을 검토하겠다는 등의 안내문을 보냈다. 

조합원들은 거부감이 강하다. 사업성도 나빠졌는데 자꾸 추가 분담금을 내는 게 내키질 않는 것이다. 

일부 조합원은 조합 탈퇴까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 부진과 사업비 인상의 파장이 앞으로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자 조합 탈퇴 요건을 문의하는 상담이 최근 이어지고 있다. 추가 분담금 납부 갈등은 자칫 조합장 해임, 소송, 조합원 대거 탈퇴 등으로 이어질 위험도 제기된다. 

문제는 탈퇴한다고 해서 그동안 납부한 돈을 거의 돌려받기 어렵다는 점이다. 조합 규정들이 탈퇴를 어렵게 만든데다, 조합원이 소송을 진행해도 조합의 사업추진 내역을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주택 조합원 이 모(42) 씨는 "지난 수년 동안 쓰인 사업비를 제외하면 환불받을 수 있는 돈이 거의 없다는 조합측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추가 분담금을 종용하는 것으로 보아 조합 운영 자금이 바닥난 것으로 조합원들은 추정하고 있다"며 "빠져 나가고 싶어도 빠져 나가지 못하는 파리지옥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일부 조합원들은 단체소송할 조합원들을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KPI뉴스 / 박정식 기자 pjs@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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