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갈등 도화선 된 현대차 '킹산직'…여성 채용 문제로 '시끌'

김해욱

hwk1990@kpinews.kr | 2023-03-29 16:22:20

여성단체 "기술직군 노동자 여성 비율 2% 불과"
여성들 "기회제공 위해 강제로라도 채용 비율 높여야"
남성들 "성별로 혜택은 잘못…여성들이 능력 입증해야"

현대자동차가 10년 만에 실시한 생산직 채용이 새로운 남녀갈등의 도화선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총 400명의 생산직 채용에 약 18만 명의 지원자가 몰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높은 경쟁률이 화제가 되자 여성단체 등에서 생산직 채용이 지나치게 남성 중심으로 진행된다는 불만이 나왔다.

남성들은 "현대차 생산직으로 들어가고 싶으면 남녀 비율을 따질 게 아니라 여성들이 스스로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고 반박한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및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와 채용성차별철폐공동행동은 29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지금도 청년여성들은 '여성이라 뽑아주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을 안고 구직활동에 임하고 있다"며 "현대차는 2023년 기술직 부문 채용에 있어 공정하고 성차별적이지 않은 채용을 진행하라"고 촉구했다.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일자리가 좋아지면 남성들이 지원하게 되고 남성들을 더 많이 채용하면서 남성들의 일자리가 된다"며 "이처럼 양질의 일자리는 남성의 일자리로 바뀌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 부위원장은 "현대차 기술직군 노동자 2만8000여 명 중 여성은 2%에 불과하다. 특히 현대차는 신입 노동차 채용 시 기술직 부문에서 여성을 채용한 적이 없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현재 여성노동자들도 대부분 사내하청 소속이었다가 법원의 불법파견 판결 이후 정규직이 된 경우"라고 말했다.

김은주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여성문화실장은 "여성노동자들은 별도로 분리돼 일하거나 특수 공정에 배치되는 게 아니라, 생산공장 요소요소에 남성들과 함께 동일 노동을 하고 있다"며 "채용에 있어 여성이기 때문에 소외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현대차 아산공장 내 쏘나타 생산라인 현장의 모습. [현대차 제공]


여성들도 여성단체의 지적에 동의한다. 한 20대 여성 직장인은 "생산직종 자체의 여성 비율이 남성보다 적은 것은 현대차만의 문제가 아닌 것은 알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현대차같은 국내 대표기업이 고작 전체 생산직 직원의 2%만 여성으로 뽑았다는 것은 문제"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강제로라도 여성 채용을 일정 비율 이상 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대 여성 대학생 윤 모 씨는 "여성들이 생산직종에 지원하고 싶어도 직종 특유의 남녀차별과 편견이 가로막고 있다. 여성이 약하고 힘도 못쓰니 남성보다 성과를 못 낼 것이란 편견이 그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그는 "뿌리 깊은 편견 때문에 채용을 원하는 여성들은 남성 대비 기회조차 부여받지 못하는 기회의 불평등을 겪고 있다"고 꼬집었다.

30대 여성 직장인 한 모 씨는 "현대차와 같은 대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라도 여성을 일정 비율 이상 채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언제까지고 생산성 저하가 염려된다는 이유로 여성을 차별할 수는 없다. 여성에게도 성과를 낼 기회를 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현대차 충남 아산공장에서 직원들이 차체를 조립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남성들은 반발했다. 능력이 아닌 성별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특혜를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30대 후반 남성 신 모 씨는 "회사에서는 직업 특성에 최적화된 사람을 뽑는 것이 합리적인 운영 방식"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힘 쓸 일이 많은 생산직의 특성을 고려하면 남자 비율이 높다고 잘못된 건 아니다"며 "여자를 뽑고 상대적으로 힘을 덜 쓰는 일에만 배치하면 오히려 불화의 원인이 될 것"이라고 했다. 

20대 남성 취업준비생 김 모 씨는 여성단체가 선택적 입장표명을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현대차 외에 다른 곳에서도 생산직종은 남성 비율이 높은데, 지금까지는 문제삼지 않다가 이번에만 여성단체들이 입장표명을 하는 이유는 결국 현대차 생산직이 좋은 직장이기 때문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성별을 무기로 숟가락을 얹는 건 못된 심보다. 선택적 입장표명을 하는 단체의 의견은 묵살해야 한다"고 말했다.

30대 남성 직장인 한 모 씨는 "여성단체는 기업에게 무작정 여성을 뽑으라고 할 게 아니라 여성도 생산성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정확한 데이터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20대 남성 대학생 최 모 씨는 "생산직종 채용 시 여성을 꺼리는 이유는 일반적으로 체력 면에서 차이가 난다는 인식 때문"이라며 "여성들과 여성단체들이 이러한 인식이 불합리하다고 느낀다면 먼저 여성 징병부터 요구하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남녀갈등 도화선이 될 정도로 현대차 생산직이 '핫이슈'인 건 그만큼 좋은 직장이기 때문인 것으로 여겨진다. 

현대차 생산직은 '킹산직'으로 불릴 만큼 연봉과 복지뿐 아니라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까지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워낙 처우가 좋다보니 타 기업 경력직원은 물론 업종이 다른 곳에서도 여럿이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성단체의 여성 채용 및 성평등한 채용 요구에 현대차 측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관련 주장에 대해 회사 측에서 별도로 내놓을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KPI뉴스 / 김해욱 기자 hwk1990@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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