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 꽂힌 보령…기회인가, 위기인가

김기성

bigpen@kpinews.kr | 2023-03-23 15:53:23

민간우주 정거장 사업자에 1년 영업이익의 1.5배 투자
증권가, 보령 목표가 하향조정…기업분석 대상 제외도
리스크 대응방안 없는 오너의 개인취향 투자라면 위험

국내 중견 제약사 보령(옛 보령제약)이 우주에 꽂혔다. 민간우주정거장을 건설하는 미국 기업 액시엄 스페이스에 지난해 6000만 달러 (약 875억 원)를 투자한 데 이어 지난 21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오너 3세인 김정균 보령 대표가 우주 사업에 대해 직접 설명하는 열의를 보였다.

김 대표는 보령의 우주 헬스케어 사업을 '케어 인 스페이스(Care in Space : CIS) 프로젝트라고 이름 붙이고 주주총회에서 1시간에 걸쳐 직접 설명했다. 김 대표는 CIS프로젝트가 우주에서 인간의 생존에 필요한 기술을 확보하고 기술 연구개발을 위한 인프라를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다만 무엇을 연구하고 어떤 기술을 개발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보령 관계자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업의 방향성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 김정균 보령 대표 [보령 제공]

우주 사업 통해 우주인 약과 신약 개발에 나설 듯

제약업체의 우주산업 관련해 여러 가지 사업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우주에 머무는 사람들을 위한 의약품을 연구, 개발하는 것이다. 김 대표도 주총에서 "무중력 상태에서 알을 삼킬 수 없을 때 이를 기체화해 흡입할 수 있도록 개발하는 회사들이 있다고 소개했다. 

또 중력이 거의 없는 우주 공간은 온전한 단백질 결정이 형성될 수 있는 환경이다. 따라서 질병 단백질의 구조를 파악하기에 유리하다는 점을 들어 신약 개발이 용이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실제로 글로벌 제약사 머크는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를 우주정거장에서 제조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또 아스트라제네카는 나노입자와 무중력 상태를 이용한 새로운 물질과 약물전달 기법을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 보령의 우주 사업에 회의적

이러한 가능성에도 회사 안팎에서는 우려의 시선이 큰 게 사실이다. 우선 투자금이 너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령이 액시엄에 투자한 875억 원은 보령의 자기자본의 15%를 넘는 규모이고 지난해 영업이익 566억 원의 1.5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여기에다가 김 대표도 주총에서 밝혔듯이 앞으로 얼마나 더 투자해야 할지도 알 수 없는 사업이다. 중견 제약사가 부담하기는 버거울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의 전망도 하향조정되고 있다. DB금융투자는 보령의 목표가를 1만7000원에서 1만 원으로 41%가 넘게 낮추면서 투자의견도 매수에서 사실상 매도를 의미하는 중립으로 바꿨다. 이베스트투자 역시 목표가를 10% 가까이 낮춰잡았다. 한화투자증권은 보령이 우주 사업에 후속 투자를 하게 되면 재무변동성 확대가 우려된다면서 보령을 기업분석 대상에서 제외하기도 했다.

일반 투자가들도 보령의 우주 사업에 대해 우호적인 것 같지는 않다. 보령의 우주 사업 발표 이후 주가는 줄곧 내림세를 보여 8000원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하락했다. 2021년 1월에 기록한 종전 최고가 2만4000원에 비해 3분의 1토막으로 주저앉았다.

용각산, 겔포스로 기반 다진 보령 

보령은 1957년 김승호 창업주가 설립한 보령약국을 모태로 한다. 1966년 보령제약으로 이름을 바꿔 용각산과 겔포스를 판매해 중견 제약업체로 성장했다. 2009년 창업주가 물러나고 큰 딸인 김은선 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김정균 대표는 김은선 전임 회장의 아들이다. 김정균 대표의 원래 이름은 유정균이었으나 김은선 회장이 경영권을 승계받자 성씨를 김씨로 바꾼 것이다. 그만큼 유교적인 가풍이 강한 집안으로 알려져 있다. 김 대표는 2014년 미스코리아 미 출신인 장윤희 씨와 결혼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보령의 우주 사업, 위기인가 기회인가

보령의 우주 사업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증권가 우려처럼 보령의 덩치에 맞지 않는 대규모 투자로 회사가 힘들어질 수도 있고, 아니면 미지의 영역을 개척해 제약회사 이상의 지평을 열어주게 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다만 문제는 우주 사업 투자가 회사 내부에서 충분히 논의되고 닥칠 수 있는 리스크에 대한 대응방안이 마련된 상황에서 결정됐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만약 오너 3세의 개인적 취향으로 우주 사업에 꽂힌 것이라면 위험하기 짝이 없다. 그런 경우라면 개인의 사재를 털어 사업을 벌이는 것이 맞다.

더구나 보령은 백신을 개발 생산하는 주요 계열사인 보령바이오파마를 매각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롯데와 CJ 등 주요 대기업들이 바이오산업에 잇따라 진출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KPI뉴스 / 김기성 대기자 bigpe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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