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도자 "가격 올린다" VS 매수자 "싸야 산다"…'기싸움' 결과는?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3-03-22 16:56:47
"거래량 감소하면서 매도자들이 가격 내릴 것"
한 모(35·여) 씨는 서울 잠실동의 한 브랜드 아파트에 전세 세입자로 살고 있다. 오는 5월 전세 계약이 만료되는데 집주인이 들어와 살겠다고 한다.
한 씨는 집을 살 생각에 주변 아파트 단지를 훑어보니 모두 지난달보다 매도 호가가 1~2억 원 가량 오른 상태였다. 공인중개사는 "요즘은 모두 이 가격"이라며 "더 상승하기 전에 구매하라"고 권했다.
한 씨는 "전셋값이 2년 전보다 크게 떨어져 새 전셋집을 구해도 된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급매물이 나왔을 때만 알려달라"며 자리를 떴다.
2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시장에서는 매도자와 매수자의 '기싸움'이 한창이다.
매도자들은 집값이 반등했다는 판단 하에 매도 호가를 올리고 있다. 반면 매수 대기자들은 "싼 값이 아니면 사지 않겠다"며 급매물만 물색 중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최근 활발하게 매물이 나오고는 있는데, 대부분 1, 2월에 비해 호가를 올린 매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급매물이 어느 정도 소진되면서 지금 매물을 내놓는 매도자들은 빠르게 팔기보다는 가격을 더 받기를 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직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중 직전 거래가보다 5% 이상 하락한 거래는 전체의 30.3%로 전월(41.7%)보다 11.4%포인트 줄었다. 이는 급매물이 어느 정도 소진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매도자들이 원하는 가격에 매수세는 붙지 않고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매수 대기자들은 대부분 급매물만 찾고 있다"며 "1, 2월 수준보다 오른 가격을 받아주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매도자와 매수 대기자들이 서로 "나는 급하지 않다"며 버티는 형국이다.
누가 승자가 될까. 전문가들은 매도자들이 결국 가격을 먼저 내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고금리와 역전세 부담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한문도 연세대 정경대학원 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현재 고금리와 역전세 부담 때문에 급한 매도자들이 많다"며 "조금이라도 나은 가격에 팔고 싶어 매도 호가를 올리고 있지만, 오래 버티진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교수는 한두 달쯤 후부터는 매도자들이 매도 호가를 낮추기 시작할 거라고 내다봤다.
김기원 리치고 대표는 "금리가 높고 경기는 나빠 집값이 오르기 힘든 환경"이라며 "집값은 올해 추가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4~5%대로, 올해 초보다는 내려왔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연 5% 금리로 4억 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차주는 연간 2500만 원이 넘는 원리금을 상환해야 한다.
역전세도 매도자에게는 골치 아픈 문제다. 집이 팔리지 않은 상태에서 2년 전보다 낮은 가격에 새로운 전세 계약을 맺을 경우 집주인들은 차액을 따로 마련해야 한다. 현금 여유가 없는 사람들은 은행에서 추가로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다. 원리금 상환부담은 더 무거워진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작년 상반기까지 전셋값이 꽤 비쌌다"며 "따라서 역전세 현상도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역전세 현상이 해소되기 전에는 집값이 본격적으로 반등하기 힘들다"고 진단했다.
또 하나, 중요한 부분은 주택 거래량이다. 지난해 하반기 내내 1000건을 밑돌던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올해 2월 2000건을 넘기면서 "시장이 살아났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곧 매도 호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아직 주택 거래가 활발하던 시절에 비해서는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기싸움이 지속되면 거래량은 다시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 교수는 "주택 거래량은 다시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라며 "집이 안 팔리면 매도자들이 가격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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