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檢, 잠실 삼성생명 사옥 거래 수사…'진승현 게이트' 재부상
탐사보도부
tamsa@kpinews.kr | 2023-03-15 17:05:56
아난티, 1년반 만에 삼성생명에 되팔아 300억 이상 차익 남겨
檢, '리베이트' 등 횡령 여부 수사중…설 전 회장 거래도 살펴봐
진승현 게이트 관련 설 전 회장, 거액 매각 차익에도 양도세 체납
골프장·콘도 운영업체 아난티와 삼성생명의 지난 2010년 거래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아난티는 당시 서울 송파구 신천동의 한 빌딩을 삼성생명에 팔아 1년만에 300억원이 넘는 차익을 남긴 것으로 파악됐다. 빌딩은 지상 17층 지하 7층 규모의 건물인데, 아난티가 공사 중 소유권을 넘겼다. 삼성생명은 현재 이 건물을 사옥으로 쓰고 있다.
건물은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맞은편에 있다. 잠실역 역세권이다.
수사를 진행중인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 이정섭)는 이 거래에 관여한 삼성생명 직원과 아난티 경영진 사이에 모종의 뒷거래가 있었는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양측이 건물 매매과정에서 '리베이트' 대가로 회삿돈을 횡령하는 등 불법 여부를 집중적으로 따져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수사로 삼성생명 사옥이 다시 주목받는 건 건물 부지의 '원주인'과도 관련이 있다. 소유주가 거액의 세금을 체납한 채 사망한 설원식 전 대한방직 회장이기 때문이다.
설 전 회장은 김대중(DJ) 정부 시절 벌어진 '진승현 게이트'에 연루됐던 인물이다. 진승현 게이트는 진승현 MCI 코리아 부회장이 1999년부터 2000년까지 자신이 대주주로 있던 한스종금(아세아종금 후신) 등 금융사를 활용해 2300여억원을 불법 대출받고 주가를 조작해 비자금 조성·정관계 로비 의혹 등이 제기된 사건이다. 그가 DJ 정부 인사들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해 큰 파장이 일었다.
설 전 회장이 대표로 있던 대한방직은 2000년 4월 자회사인 한스종금 지분 28.62%를 10달러(1만1105원)에 진 부회장에게 넘겼다. 이 과정에서 483억원 가량 특별손실이 발생했다. 당시 한스종금 파산 관재인인 예금보험공사(예보)는 설 전 회장이 여러 부당대출로 273억 원의 손실을 입혔다고 판단했다.
예보는 설 전 회장을 상대로 2002년부터 7년간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벌여 결국 승소했다. 이후 2008년 설 전 회장이 소유했던 건물(당시 저층)과 부지에 가압류를 걸고 강제경매를 시도했다.
설 전 회장은 1983년 일반 토지였던 이 곳을 부친인 설경동 대한전선그룹 창업주가 살았던 서울 종로구 궁정동(청와대 인근) 땅과 맞바꿨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설 전 회장은 2010년부터 10건의 지방세를 내지 않고 있었다. 서울시가 받아야할 세금은 약 14억 원이었다. 그는 양도세 등 5건의 국세도 내지 않아 156억원 가량 체납된 상태였다.
예보가 2009년 강제경매를 신청하자 설 전 회장은 제3자 매각을 시도했다. 아난티가 500억원에 소유권을 넘겨받았다.
아난티는 저층 건물을 철거한 후 그해 9월 새 건물 착공에 들어갔다. 아난티는 당초 건물을 다 짓고 1174억원에 팔 계획이었다. 하지만 공사 중 자금이 딸려 2010년 12월 소유권을 삼성생명에 넘겼다. 매매가는 970억원으로 떨어졌다.
삼성생명은 나머지 공사를 이어가 1년 뒤인 2011년 12월 건물을 완공했다.
관련 업계는 공정 상 아난티가 공사비로 쓴 금액을 최대 100억원 정도로 본다. 결국 아난티는 건물 부지를 1년 6개월 가량 소유했다가 300억이 넘는 차익을 챙긴 셈이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아난티는 설 전 회장과 매매 계약을 맺자마자 잔금도 치르지 않은 상태에서 삼성생명에 매각을 시도했다. 아난티는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자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금융기관에 "삼성이 토지를 매입하기로 돼 있다"는 취지의 증빙서를 냈다. 이는 일반적 사례가 아니어서 눈길을 끈다.
세무전문가들은 아난티와 삼성생명 간 거래에 석연치 않은 대목이 있다고 판단한다. 또 그 이전에 건물 부지가 아난티로 매각되는 과정에서 설 전 회장에 대한 양도세 징수가 제대로 되지 않은 건 더 문제라고 지적한다.
검찰은 아난티·삼성생명 간 거래뿐 아니라 설 전 회장·아난티 간 거래 과정도 들여다보고 있다. 검찰은 이번 수사와 관련해 대한방직 전직 임원들을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키로 했다. 대한방직 한 전직 임원은 "다음 주에 검찰에 오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수사 확대 가능성이 점쳐진다.
예보는 2009년 건물 부지가 아난티로 매각된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손해배상채권 336억 원을 회수했다고 밝혔다. 매각 금액 500억 원에서 예보가 가져간 걸 제외하면 160억원 가량이 남는다. 대한방직 소액주주운동에서 활동하는 박득창 씨는 "과세당국이 적극적으로 징수에 나서지 않아 설 전 회장은 끝내 세금을 내지 않고 2015년 사망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형세무법인 소속 세무사는 "공시지가 평가제가 도입된 1990년 이전 부동산은 교환가치를 근거로 공시가를 산정해야 한다"며 "이번 경우 1983년 (땅을 맞바꾼) 교환 시점과 2009년 매각된 시점 사이 시세차익에 대해 양도세가 부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천동 건물 부지 매각으로 설 전 회장에 대한 예보의 손해배상채권 회수만 이뤄졌을 뿐 세금 납부 등 공적자금 환수는 안된 것이다. '반쪽짜리 회수'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한방직 경영권은 현재 설 전회장 아들인 설범 회장에게로 넘어가 있다. 대한방직은 신천동 건물 부지 매각 관련 양도세 탈루 의혹에 대해 "회사와는 무관한 설 전 회장 개인적인 사안이라 답변할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KPI뉴스 / 탐사보도부 송창섭 기자 realson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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