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후 대표 작가 오에 겐자부로 별세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jhoy@kpinews.kr | 2023-03-13 17:32:45

두번째 일본 노벨문학상 수상…향년 88세
인간 내면 응시, 전후 세대 인권 조명
군국주의 비판, 평화헌법 수호 주장
한국 군사독재 비판, 김지하 석방 단식

일본 전후 대표작가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郎)가 지난 3일 사망했다. 향년 88세.

▲노환으로 타계한 일본 전후 대표작가 오에 겐자부로. [뉴시스]

일본 출판사 고단샤는 발행인 명의로 13일 성명을 내고 "오에 겐자부로가 3월 3일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으며 장례식은 이미 가족들이 치렀다"고 발표했다. 고단샤는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활동을 계속한 생애였다"면서 "추후 추도식을 열겠다"고 밝혔다.

오에 겐자부로는 1935년 시코쿠 에히메현에서 태어나 자랐으며 18세때 프랑스 문학을 공부하기 위해 도쿄로 갔다. 학생시절부터 글을 쓰기 시작해 동시대 프랑스와 미국 문학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도쿄대학 불문과 재학 당시 사르트르 소설에 심취했으며 '사육'(飼育)이라는 작품으로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했다.

초기에는 전쟁 체험과 그 후유증을 소재로 인간의 내면을 응시하는 사회비판적인 작품을 썼고, 결혼 후 장애가 있는 아들을 돌보면서 전후세대의 인권문제를 파헤쳤다. 장애 아들을 돌보는 이야기를 담은 장편 '개인적인 체험'으로 신초샤 문학상을 받았다.

30대 초반인 1967년에는 장편소설 '만연원년의 풋볼'을 발표하고 다니자키 준이치로 상을 최연소로 수상했다. 시코쿠 마을에서 일어난 폭동과 100년후 안보투쟁을 결합시켜 폐쇄적 정황에 대한 혁신적인 반항을 그려 큰 반향을 일으킨 작품이다.

1994년 '설국'의 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 이후 26년 만에 일본인으로서는 두 번째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당시 한림원은 "시적인 힘으로 생과 신화를 응축 시켜 오늘날 인간이 처한 조화롭지 못한 모습을 그가 창조해낸 상상의 세계 속에서 밀도 있게 그렸다"고 '침묵의 외침'을 평했다. 노벨문학상 수상 이듬해에는 '타오르는 푸른 나무' 3부작을 완결했다.

오에 겐자부로는 '전후 민주주의자로서 민주주의 위에 군림하는 권위와 가치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아키히토 일왕이 수여하는 문화훈장을 거부했다. 전후 민주주의자임을 자인하며 국가주의에 대해서는 일관적으로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다. 평화헌법을 수호하는 입장으로 핵무기나 헌법 제 9조에 대해 에세이나 강연에서 적극적으로 언급했으며, 자위대의 존재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한국의 군부 독재도 비판하며 민주주의를 촉구했다. 1975년 김지하 시인 탄압에 항의하는 단식 투쟁을 벌였다.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와다 하루키 등 15명과 함께 군부 쿠데타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일본의 한국 강제병합 100주년이었던 지난 2010년에는 일본 식민 지배 무효라고 선언한 양국 지식인 공동성명에도 참여했다. 2015년 한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본 정부나 국민이 충분히 사죄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일본 국가가 사죄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KPI뉴스 /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jho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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