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이자로 충전금 쓰면서 안 쓴 돈까지 챙긴 티머니
김기성
bigpen@kpinews.kr | 2023-03-06 16:15:21
1~3위 교통카드 사업자…티머니 537억 '꿀꺽'
충전액 유효기간 폐지와 공익적 활용 모색해야
소비자가 교통카드 티머니에 돈을 충전해뒀다가 5년이 넘도록 사용하지 않아 티머니가 챙긴 돈이 최근 3년 동안 무려 537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위 '낙전수입'을 말하는 것이다. 티머니와 같은 선불카드는 5년 동안 사용하지 않은 금액은 선불사업자인 티머니로 돌아가게 돼 있다.
이런 낙전 수입이 생기는 것은 선불사업자에게 적용되는 전자금융거래법에는 별도의 소멸시효 규정이 없지만 상거래 시효를 5년으로 정한 상법의 규정 때문이다. 선불 충전금이 얼마 남지 않아 소비자가 깜빡하거나 카드를 분실해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 그 돈은 자동적으로 선불사업자에게 돌아가게 된다.
낙전수입, 1·2·3위 업체는 모두 교통카드 사업자
이러한 사실은 금융감독원이 무소속 양정숙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드러났다. 전체 67개 선불사업자 가운데 27개사가 낙전 수입을 거둬들였고 그 규모는 최근 3년 동안 1192억89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낙전수입이 가장 큰 회사는 티머니다. 2위와 3위도 역시 교통카드 선불사업자인 마이비와 로카모빌리티로 이들도 각각 126억 원, 113억 원의 낙전 수입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3개 회사를 합치면 낙전수입이 무려 776억 원에 달한다. 특히 티머니의 낙전수입은 2020년 163억 원, 2021년 183억 원, 2022년 190억 원으로 해마다 큰 폭으로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통카드 낙전수입은 서민들의 돈
양정숙 의원은 교통카드의 낙전수입은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하는 학생과 직장인 서민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이라며, 이들의 쌈짓돈이 티머니와 같은 교통카드 회사들의 배를 불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티머니는 자사재단을 통해서 사회공헌 활동과 기부 활동을 하고 있지만 지난 3년간의 기부금은 74억 원에 불과하다. 낙전수입의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티머니의 까다로운 환불 조건도 낙전수입 늘려
이렇게 낙전수입을 올리고 있음에도 막상 소비자가 티머니에 남아 있는 돈을 환급받으려면 까다롭기 그지없다. 편의점에서 환불받으려면 금액이 최대 3만 원으로 제한되고 수수료 500원을 별도로 내야 한다. 지하철역에서 잔액을 환불받으려 해도 환불해 주는 역이 제한돼 있고 역시 500원의 수수료를 받는다.
티머니 본사를 방문할 수도 있지만 역시 여러 가지 제한 요건들이 많다. 50만 원까지는 수수료를 받지 않지만, 그 이상은 1%의 수수료를 받는다. 또 환불 금액이 10만 원을 넘으면 하루 이틀 뒤에야 계좌로 입금된다. 이러한 까다로운 환불제도는 몇천 원 정도의 금액이 남아 있으면, 환불을 포기하게 만드는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 그룹, 작년 4월부터 선불 충전금 유효기간 없애
스타벅스도 2021년 낙전수입이 30억 원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그 추세가 이어지면 2026년에는 낙전수입이 120억 원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비판이 제기됐다. 그러자 신세계 그룹은 지난해 4월 유통계열사의 약관을 전면적으로 개편했다. 선불 충전금의 유효기간을 폐지한 것이다. 신세계 유통계열사에서는 5년이 지나도 충전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바꾼 것이다.
양정숙 의원도 이러한 신세계의 사례를 참고해 다른 선불사업자도 선불 충전금의 유효기간을 없애는 것을 검토해 볼 것을 종용했다.
티머니, 이자 없이 쓰는 돈-선불충전금 2000억 원에 육박
사실 선불사업자에게 선불 충전금은 이자 없이 미리 당겨쓰는 돈이어서 그 자체로 수익이 발생한다. 티머니의 경우 2021년 말 기준으로 선불충전금은 1985억 원으로 2000억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만큼의 돈을 무이자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선불 충전금의 유효기간을 없애거나 연장해 준다고 손해 볼 것이 전혀 없다는 얘기다.
또 양정숙 의원은 선불충전금을 낙전수입으로 선불사업자에게 줄 것이 아니라 서민금융이나 대중교통의 발전을 위한 기금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을 제시했다. 어차피 선불카드를 활용한 결제 규모는 앞으로도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더 늦기 전에 낙전수입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시점이다.
KPI뉴스 / 김기성 대기자 bigpe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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