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할 곳이 없다"…3%대 금리에도 은행으로 쏠리는 돈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3-03-03 16:32:54

2월 5대 은행 정기 예적금 4조 ↑…3개월만에 증가세 전환
부동산·증시 부진…"금융소비자, 돈 맡길 안전한 곳 찾아"

은행 예적금 금리가 내려가면서 다른 곳으로 흐르던 돈이 다시 은행으로 돌아왔다. 부동산과 증권시장이 모두 부진하면서 갈 곳을 잃은 돈이 안전한 곳을 찾는 모습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2월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 정기 예적금 잔액은 총 853조200억 원으로 1월 말(849조900억 원)보다 3조9300억 원 늘었다. 지난해 12월부터 2개월 연속 줄던 5대 은행 예적금 잔액이 3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11월 5%대 중반까지 올랐던 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하락세로 바뀌었다. 1월에는 4%대로, 2월 들어 3%대까지 떨어졌다. 그런데 금리 인하에도 은행으로 더 많은 돈이 쏠린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1월에는 금융소비자들이 만기가 된 정기 예적금을 찾아 다른 곳에 투자했지만, 2월에는 여전히 은행에 남아 있는 흐름이 강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오히려 새로운 자금까지 은행으로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은행의 안정성에 기대는 것으로 풀이된다. 

▲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이 쏠리면서 5대 은행 정기 예적금 잔액이 3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UPI뉴스 자료사진]

부동산시장은 여전히 좋지 않다. 올해 1월 서울 아파트 매매량(서울부동산정보광장 집계)은 1408건으로 지난해 12월(837건) 대비 68.2% 늘었다. 2월은 아직 집계가 끝나진 않았지만 1200건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7월 이후 6개월 연속 700건을 밑돌던 서울 아파트 매매량이 증가하고 일부 상승 거래도 나오면서 부동산시장이 반등한 것이 아니냔 기대감도 싹튼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신중하다. 아직 거래량이 과거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데다 하락 거래가 더 많기 때문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서울 아파트 적정 거래량 수준은 3000~5000건"이라며 "아직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1월 전국 아파트 하락 거래 비중은 54.4%로 상승 거래 비중(35.2%)을 웃돌았다. 

특히 1월 서울 아파트 거래 중 과거보다 가격이 5% 이상 하락한 거래 비중은 42.2%를 차지했다. 전년동월(21.4%)에 비해 2배 가까이 급증했다. 부동산시장에서는 가격이 5% 이상 떨어진 경우를 '대폭 하락 거래'로 분류한다. 

전셋값 하락 등 집값을 억누르는 요인도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까지 전셋값 내림세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전셋값이 반등하기 전에는 집값이 본격 반등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소비자들은 빚을 내 집을 사기보다 빚을 줄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5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14개월 연속 감소세다. 

그간 조금씩 늘던 주택담보대출까지 감소세로 돌아섰다. 2월 말 5대 은행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총 512조7857억 원으로 전월 말 대비 5720억 원 줄었다. 작년 7월 이후 7개월 만의 감소세다. 

증시에서도 돈이 빠져나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월 말 증권사 투자자 예탁금 잔액은 총 47조7398억 원으로 1월 말(49조2749억 원) 대비 1조5351억 원 줄었다. 

투자자 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 맡긴 돈으로, 증시 대기 자금으로 여겨진다. 투자자 예탁금이 주는 건 그만큼 투자자가 주식 매수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시가 오랫동안 박스권에서 맴돈 탓"이라고 분석했다. 코스피가 1월 중 2200대 초반에서 2400대 후반까지 급등하면서 1월 중 투자자 예탁금이 3조 원 가량 증가했다. 그러나 2월 내내 2400대 박스권이 이어지자 지친 투자자들이 이탈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연준 인사들이 거듭 긴축 강화 발언을 내놔 증시 전망도 별로 좋지 않다. 한동안 증시에 다시 돈이 들어오긴 힘들 것"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은행 예적금 금리가 거듭 하락세인 점도 오히려 지금 가입해야 한다는 심리를 일으킨 듯 하다"고 짚었다. 금리가 더 떨어지기 전 빨리 가입하려는 금융소비자가 쏠렸다는 분석이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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