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으로 달라진 유럽 지형…바이든 "폴란드에 신의 축복을"
對러시아 공세 앞장… 테러국가 규정, 역외영토에 국경 장벽
러의 對폴란드 심리전도 치열해져…폴란드에 '가짜 뉴스' 공세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지난 1월 11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함께 우크라이나 서부의 리비우(Lviv) 시를 방문했다. 두 대통령은 이곳의 유서 깊은 리차키프 공동묘지 내의 '폴란드 수비대 묘지(Young Eagles' Cemetery)'를 찾아 함께 무릎을 꿇어 헌화했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월 11일(현지시간) 과거 폴란드 땅이었던 우크라이나 서부 리비우 시를 방문해 '폴란드 수비대 묘지'를 찾아 헌화했다. [폴란드 공영방송 Trojka 누리집] 폴란드 국경에서 70km 거리인 리비우는 과거 폴란드 땅이었다. 폴란드는 당시 폴란드-우크라이나 전쟁(1918~1919)과 폴란드-소련 전쟁(1919~1920)에서 리비우(폴란드어는 르부프, Lwów)를 지키다가 전사한 3천여명의 수비대와 동맹국을 기리기 위해 이 묘지를 조성했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의 폴란드 침공과 영토 분할로 리비우는 소비에트 우크라이나의 일부가 됐다. 이후 이 역사적 기념물은 파괴되고 황폐화된 채로 방치됐다. 냉랭한 양국 관계는 2004년 우크라이나에서 '오렌지 혁명'이 일어난 것을 계기로 개선됐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에 이어 유럽연합(EU)에 막 가입한 폴란드가 오렌지 혁명을 지지하자 그동안 반대해온 리비우 시의회가 이듬해 묘지를 재개장하는 데 동의한 것이다. 이에 따라 2005년 당시 양국 대통령은 '폴란드 수비대 묘지' 재개장식에 참석해 양국 관계 개선의 모멘텀을 마련했다.
폴란드-우크라이나에게 러시아는 '공동의 적'
그로부터 18년이 지난 뒤에 이곳을 찾은 두다 대통령은 "과거 폴란드의 영토였던 리비우에는 폴란드를 지키다가 희생된 군인들도 잠들어 있는 만큼 이곳 방문이 양국 관계의 상징적인 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독일산 '레오파르트2(Leopard 2)' 탱크 1개 대대 규모인 14대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른 NATO 동맹국과 파트너국이 보유한 '표범 탱크'를 우크라이나 재수출하는 것도 승인해 달라고 독일을 압박했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부 장관(오른쪽)이 2월 1일(현지시간) 아우구스트도르프에서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기로 한 레오파르트 2A6 탱크에 탑승해 훈련장을 돌고 있다. [독일연방군 트위터] 머뭇거리던 독일은 마침내 같은 달 25일 우크라이나에 레오파르트2 전차 14대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른 동맹 및 협력국들이 보유한 '표범 탱크'를 우크라이나 재수출하는 것도 승인하기로 했다. 이에 스페인과 네덜란드, 노르웨이 등도 자국의 표범 탱크를 지원하는 데 동참했다. 같은 날 미국도 M1 에이브럼스 전차 31대를 보내겠다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의 침공 1년 만인 지난 24일 독일 주력전차 '레오파르트 2'가 마침내 우크라이나에 처음으로 투입됐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1주년인 이날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방문해, 지원하기로 했던 '표범 탱크' 14대 가운데 4대를 1차로 전달했다.
한때 집단 학살의 피해와 영토 분쟁으로 앙숙 관계였던 폴란드가 우크라이나의 '든든한 지원군'을 자처하고 나선 데는 냉전의 해체 이후에도 영토 야욕을 버리지 않은 러시아라는 '공동의 적'을 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폴란드는 발트 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처럼 러시아와 직접 국경을 접하고 있지는 않다. 러시아의 역외영토인 칼리닌그라드와 접경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러시아의 형제국 벨라루스,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와 약 600㎞의 국경을 맞대고 있다.
만에 하나, 완충지대인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합병되면 폴란드는 북부 지역과 동부, 그리고 남동부 지역이 러시아에 포위되는 형국이 된다. 폴란드에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로부터 치아를 보호해주는 입술, 이른바 '순망치한(脣亡齒寒)'의 형세다.
게다가 폴란드인에게는 역사적으로 독-소 불가침 조약에 의해 나치 독일과 소련에 의해 나라가 두 동강나고 지도에서 사라졌던 쓰라린 경험이 각인돼 있다. 폴란드는 2차 대전 기간에 전체 인구의 6분의 1인 600만 명을 잃을 만큼 가장 높은 인구 비율의 피해를 봤다.
특히 소련 비밀경찰은 1940년 당시 폴란드 군장교·경찰·지식인과 전쟁포로 등 2만2000명을 스몰렌스크 인근 카틴숲 등지에서 학살했다. 훗날 스탈린이 "폴란드가 다시는 독립할 수 없게 엘리트들 씨를 말리라"고 지시한 비밀문서가 공개돼 '카틴 학살'의 실마리가 일부 풀렸다.
'바르샤바조약기구' 주축국 폴란드는 왜 'NATO의 창검'이 됐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동부전선에 면한 9개국 협의체인 부쿠레슈티9(B9) 회원국 지도.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에 대응해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발족한 B9 회원국은 중부유럽 6개국(폴란드, 루마니아, 불가리아, 체코, 헝가리, 슬로바키아)과 발트 3국(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이다. 동서 냉전 시기 서방의 NATO에 맞서 결성된 공산권 군사동맹인 '바르샤바조약기구'의 주축국이었던 폴란드가 오늘날 유럽에서 러시아를 가장 강도 높게 공격하는 'NATO의 창검'이 된 배경이다.
실제로 폴란드는 냉전이 해체된 뒤에 가장 앞장서 루소포비아(Russophobia, 러시아 혐오)를 전파했다. 고(故) 레흐 카진스키 폴란드 대통령은 2008년 러시아가 조지아를 침공했을 때, 수도 트빌리시를 방문해 유명한 연설을 했다.
"오늘은 조지아지만 내일은 우크라이나, 모레는 발트 국가들, 그 다음은 나의 조국 폴란드가 될 것입니다."
이렇게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확히 예견했던 카친스키 대통령은 2010년 4월 카틴숲 학살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가 비행기 추락으로 정부 각료, 군 최고위 장성 등과 함께 96명 전원이 사망하는 사고를 당했다. 추락의 배후로 러시아 테러가 지목된 가운데 폴란드 전역은 반(反)러시아 감정으로 들끓었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폴란드의 루소포비아와 반러 감정의 불길에 기름을 부었다. 지난해 6월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러시아가 최고의 위협'이라는 폴란드인 응답자가 2018년 65%에서 4년새 94%로 늘었다.
이 같은 여론에 힘입어 폴란드가 러시아의 역외 영토인 칼리닌그라드 주와 면한 국경지대에 쌓고 있는 2.5m의 높이와 3m의 너비의 펜스는 폴란드의 반러 감정과 대러 봉쇄를 상징하는 장벽이 되었다.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가운데)는 2월 27일 루반(Lubań)의 국경수비대 훈련센터를 방문해 국경 서비스 현대화 프로그램(2022~2025)의 일환으로 특수부대 창설과 정찰기 도입 등에 100억 PLN(약 3조원)을 할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폴란드 총리실 제공] 폴란드는 2021년 가을에 벨라루스가 다수의 불법 이민자들을 폴란드 국경으로 내보낸 이주민 위기를 계기로 벨라루스 국경지대에 철제 장벽을 건설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폴란드 국경수비대는 칼리닌그라드와 접경한 232km 중에서 200km 이상의 구간에 장벽을 쌓는 계획 하에 장벽과 전자동 감시장비를 설치하고 있다.
모라비에츠키 총리는 27일에도 루반(Lubań)의 국경수비대 훈련센터를 방문해 "국경을 보호할 수 있는 국가만이 진정으로 완전한 주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루카셴코(벨라루스 대통령)가 푸틴과 함께 우크라이나 전쟁을 준비하며 폴란드 동쪽 국경으로 이주민 공세를 펼친 것이 그 증거"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국경 경비 및 기타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한 국경 서비스 현대화 프로그램(2022~2025)의 일환으로 특수부대 창설과 정찰기 도입 등에 100억 PLN(약 3조원)을 할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개전 초기부터 군수-인도적 지원 허브와 후방기지 역할
폴란드는 개전 초기부터 각종 무기 지원은 물론,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함께 수백만명에게 피난처를 제공했다. 폴란드 영토는 지금도 전 세계에서 우크라이나에 전달되는 군수 지원과 유지 보수 및 훈련, 그리고 인도적 지원의 허브가 되었다.
▲독일 킬(KIEL) 세계경제연구소의 국가별 우크라이나 지원 집계(2022. 1. 24~2023. 1. 15)에 따르면, 폴란드는 지난 1년간 24억2800만 유로(€)의 군수 지원(3위)을 포함해 총 35억5900만€(5위)를 지원했다. [KIEL 누리집 캡처] 폴란드는 미국, 영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보내고 있다. 독일의 킬(KIEL) 세계경제연구소의 국가별 우크라이나 지원 집계(2022. 1. 24~2023. 1. 15)에 따르면, 폴란드는 지난 1년간 24억2800만 유로(€)의 군수 지원(3위)을 포함해 총 35억5900만€(5위)를 지원했다. 지원 총액을 국내총생산(GDP) 대비로 따지면,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발트 3국에 이은 4위로 미국(5위)보다 앞선다.
앞에서 본 것처럼 서방이 더 적극적으로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할 것을 촉구하며, 머뭇거린 독일의 레오파르트2 탱크 지원을 이끌어낸 것도 폴란드이다.
앞서 모라비에츠키 총리는 지난 21일 미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폴란드는 이미 250대의 구형 탱크를 우크라이나에 보냈다고 밝혔다. 또한 레오파르트2 14대와 현대식 폴란드 전투 탱크인 PT-91 60대를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폴란드가 300대의 탱크를 지원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군수 지원 총액으로 계상되지 않는 무형의 가치는 폴란드 영토가 우크라이나에 보급하는 군사장비의 유지·보수와 군대의 교육훈련을 위한 거대한 후방기지로 사용됨으로써 승리의 원동력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NYT는 폴란드가 우크라이나로 유입되는 서방 무기의 허브, 수백만 명의 우크라이나 난민을 위한 피난처, 러시아에 대한 유럽 제재의 원동력이 되었다고 분석했다.
미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우크라이나가 지원받은 무기를 유지·보수하는 것이 또 다른 도전과제인 가운데 폴란드 현지에 비밀 무기수리 공장이 가동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이곳에선 기술자 수백명이 24시간 3교대로 근무하며 전장에서 부서져 실려온 무기들을 수리해 최전선으로 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러시아도 이런 점을 의식해 전쟁 초기 폴란드 국경에서 멀지 않은 우크라이나의 군사시설을 공격했다. 또 NATO 동맹국이 우크라이나로 무기를 운송하는 것을 자국의 합법적인 공격 목표물로 삼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하지만 폴란드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NATO가 지원한 무기를 우크라이나 서부 지역 수송로를 거쳐 주요 전선으로 공급하는 후방기지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구원(舊怨) 버리고 우크라이나 난민 가장 많이 수용한 포용 국가
폴란드는 오랜 구원(舊怨)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난민을 가장 많이 수용한 포용 국가가 되었다. 유엔 난민기구(UNHCR) 집계에 따르면, 폴란드는 전쟁 발발 후 지금까지 980만명의 난민을 수용했다. 현재도 폴란드의 우크라이나 난민은 200만명으로 유럽 국가 중에서 가장 많다. 폴란드 다음으로 많은 피난민을 수용한 독일(100만명)보다 2배 많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월 21일 바르샤바 연설에서 폴란드가 난민을 포용하고 러시아의 침략에 대한 서방의 단합된 대응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에 대해 "폴란드에 신의 축복"을 기원하고, "폴란드, 당신이 하는 일에 감사한다"며 4번 연속 땡큐를 외쳤다. [영국 인디펜던드TV 캡처]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1일 바르샤바 연설에서 폴란드가 난민을 포용하고 러시아의 침략에 대한 서방의 단합된 대응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에 대해 "폴란드에 신의 축복"을 기원하며 "우리의 위대한 동맹국 중 하나"라고 칭송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두번째 방문한 바르샤바에서 "폴란드, 당신이 하는 일에 감사한다"며 4번 연속 땡큐를 외쳤다.
이 중 우크라이나 국적의 개인이 2022년 1~9월에 설립한 기업이 1만207개로, 대다수가 전쟁 발발 직후인 2~4월에 설립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응답자의 66%는 우크라이나 상황과 관계없이 폴란드에서 사업을 계속할 것이라 답했으며, 4%만 상황이 나아지면 우크라이나로 돌아가겠다고 응답했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24일 우크라이나 전쟁 1주년을 맞아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우리가 줄 수 있는 모든 도움을 주겠다"며 강력한 연대를 표명했다. [폴란드 일간지 Rzeczpospolita 캡처] 두다 대통령은 24일 우크라이나 전쟁 1주년을 맞아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우리가 줄 수 있는 모든 도움을 주겠다"며 "우리는 당신을 곤경에 빠뜨리지 않을 것이며 당신이 우리에게 의지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시오"라고 강력한 연대를 표명했다.
폴란드 정치권도 국방 강화와 대러 제재·우크라 지원에는 한 목소리
실제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폴란드만큼 적극적으로 앞장서 우크라이나를 돕는 나라는 찾아보기 어렵다. 국내 문제에서 사사건건 충돌했던 폴란드 여야 정치권도 우크라이나 지원에는 국제 사회를 선도하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폴란드 상원은 야당이 과반 의석임에도 지난해 10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은 군사 전쟁이 아니라 테러 행위라고 규정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의원들은 러시아군의 학살과 전쟁 범죄 행위는 과거 (자신들이 겪은) 스탈린주의자나 나치 정권의 잔인한 관행을 반복하고 있다며 비난했다.
이후 유럽 의회는 지난 11월 23일 러시아를 테러 지원국으로 지정하는 결의안을 찬성 494표, 반대 58표, 기권 44표로 채택했다. 유럽 의회는 해당 결의안을 통해 러시아의 국제기구와 기관 회원 자격을 박탈하여 국제적으로 고립시킬 것을 촉구했다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의장국인 폴란드는 지난해 12월 폴란드 우쯔(Łódź)에서 개최한 회의에서 OSCE 회원국인 러시아가 민간인 살해, 아동 납치, 강제 영토 합병 등으로 국제법을 위반해 신뢰할 수 없는 범죄 국가가 되었다고 주장하며 러시아에 책임을 물을 것을 촉구했다
폴란드는 대러 국방력 강화 및 국방 예산 증액에도 한 목소리를 내며 NATO를 선도하고 있다. 폴란드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현재 GDP의 약 3%에 달하는 군비 지출을 늘릴 수 있게 되었으며, 이는 NATO가 설정한 목표치 2% 목표를 훨씬 더 높다.
모라비예츠키 총리는 NYT에 올해 정부가 주문한 군수 장비가 도착하면 GDP 대비 군비 지출이 4%에 달할 것이라며 "이는 미국을 포함한 NATO 국가 중 GDP 대비 국방 예산 비중이 가장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GDP의 3.3%를 군사비로 쓰고 있다.
▲폴란드 최초의 K9A1 썬더 자주포. 폴란드군은 2023년 1월부터 북동부 지역에 K2 전차와 K9 자주포 등 한국산 무기를 장착한 새로운 기계화사단을 창설해 동부 지역에 배치하고 있다. [폴란드 국방부 제공] 폴란드는 러시아 위협에 대비해 군대를 30만명으로 늘리는 군 현대화 계획에 착수해 지난 1월부터 새로 창설되는 2개의 기계화 사 K2 전차와 K9 자주포단 중 제16기계화사단에 K2 전차와 K9 자주포(155mm) 등 한국산 무기를 장착해 동부지역에 배치하고 있다. 폴란드는 지난해 현대로템과 180대의 K2 전차를 33억7000만 달러(약 4조원)에 구매하기로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 중 10대는 이미 수령했다.
러시아, 폴란드 상대로도 치열한 심리전
때리는 시어미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말이 있다. 지금 폴란드를 바라보는 러시아의 시각이 그렇다. 대러 제재와 우크라이나 지원의 선봉장 역할을 하는 폴란드가 러시아에게는 눈엣가시다. 러시아는 폴란드가 우크라이나에서 미국과 NATO의 '대리전쟁'을 하고 있다고 본다. 이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는 물론, 폴란드를 상대로도 치열한 심리전을 펼치고 있다.
러시아는 오히려 폴란드가 우크라이나 흡수를 기도한다는 주장을 내세우며 다른 유럽 국가들과의 갈등과 반목을 부채질하고 있다. '폴란드는 리비우와 제치포스폴리타(Rzeczpospolita)를 원한다'는 식의 러시아 언론 보도가 대표적인 사례다. 리비우는 과거 폴란드의 영토였고, 제치포스폴리타는 폴란드인 국민국가의 전통·공식적 명칭이다.
러시아 일간 이즈베스티야는 지난 20일 '리비우 사냥 – 폴란드가 우크라이나에서 특수부대를 만드는 이유'라는 분석 기사에서 폴란드가 우크라이나 서부 지역을 합병하기 위해 지원을 빙자해 군 병력을 투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매체는 러시아 해외정보국(SVR) 정보를 인용해 바르샤바는 우크라이나 서부의 리비우, 이바노프란키브스크, 테르노필의 합병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행동을 정당화하고 폴란드 내부의 반전 여론을 부추기기 위해 전문가의 담론과 '페이크 뉴스'도 동원된다. 크렘린의 선전에 따라 내러티브를 체계적으로 유포하는 러시아의 정치학자 보그단 베즈팔코는 "폴란드는 러시아의 패배와 파괴를 원한다"며 "폴란드의 궁극적인 목표는 발트 3국, 벨라루스, 우크라이나를 아우르는 새로운 제치포스폴리타를 건설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폴란드의 이른바 '독립 정치 저널(Niezależny Dziennik Polityczny)'의 페이크 뉴스 사례. 러시아의 내러티브와 일치하는 허위 정보를 전파하는 대표적 포털이다. [오코(Oko) 프레스 누리집] 이른바 '독립 정치 저널(Niezależny Dziennik Polityczny)'은 폴란드 매체를 인용하는 방식으로 러시아의 내러티브와 일치하는 허위 정보를 전파하는 대표적 포털이다. 특히 군사적 주제와 관련해 신뢰할 수 있는 정보와 '가짜 뉴스'를 엮는 방식으로 가짜 뉴스를 진짜 뉴스인 것처럼 현혹시킨다. 오넷(Onet)이나 오코프레스(OKO.press) 같은 폴란드의 유명 포털이나 시민 매체에서 기사를 도용해 가짜 정보와 엮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독립 정치 저널'은 폴란드 군대가 전쟁에 직접 가담해 적대 행위를 한 증거가 많다며 폴란드 군대의 피해와 사망자 수를 확대 재생산한다. 지난해 12월에도 폴란드 매체를 인용해 "폴란드 북부의 올슈틴(Olsztyn) 시 지역에서 당국이 우크라이나에서 사망한 폴란드 시민의 매장을 위한 새로운 묘지를 조직했다"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이후 폴란드인 1200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폴란드는 '가짜 뉴스'라고 일축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계기로 중부유럽-동유럽 맹주로 부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년을 맞이해 지난 22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는 NATO의 동부전선 국가 협의체 '부쿠레슈티 9개국(B9)' 정상회의가 열렸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에 대응해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발족한 B9 정상회의 회원국은 중부 유럽 6개국(폴란드, 루마니아, 불가리아, 체코, 헝가리, 슬로바키아)과 발트 3국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참석해 더 주목을 받은 B9 정상회의 뒤에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정상들은 "가능한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러시아의 침략 전쟁을 비난한다"면서 NATO 동맹국들의 안보에 가장 중대하고 직접적인 러시아 위협에 대비해 동부 전선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NATO의 동부전선 국가 협의체인 'B9 정상회의' 기념 촬영에서 한 가운데 선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그 옆의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 세번째).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달라진 폴란드의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두다 대통령 트위터] 주빈국인 폴란드 대통령 옆에 선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NATO 헌장 5조는 신성하다며 "여러분이 우리(NATO) 집단 방위의 최전선"이라고 강조했다.
NYT는 20년 전 폴란드가 이라크 전쟁을 앞두고 미국의 편에 섰을 때, 프랑스 대통령은 "입을 다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쳤다"며 폴란드를 꾸짖었으나 오늘날 러시아를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폴란드에게 입 닥쳐라고 말하지 않는다고 논평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자유롭고 평화로웠던 한 시대의 끝'을 의미할 만큼 유럽의 기존 질서를 포함한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 이전 정부에서 폴란드 대통령 고문을 지낸 정치학자 로만 쿠지니아르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정학적 플레이어로서 폴란드의 역할을 분명히 강화했다"고 NYT에 말했다.
'유럽판 CFR'인 유럽외교관계협회(ECFR)는 지난해 12월 EU 27개 국가의 정책 입안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인터뷰 조사를 바탕으로 'EU-러시아 관계에 대한 권력 감사 보고서'를 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러시아의 크림 반도 합병 이후 독일이 EU의 공동 입장을 이끌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이번에는 EU의 단합된 우크라이나 지원에도 불구하고 '리더 없는 단합(Leaderless unity)'이라는 것이다.
EU 국가 중에서 누가 대러시아 정책을 짜고 EU 내부에서 추종세력을 동원할 수 있는 리더 국가인지를 묻는 설문에 대한 27개국 정책 입안가들의 답은 '주도국가가 없다'(기타 국가 11, 없다 5)는 것이었다. 그런 가운데서도 독일(6)과 프랑스(4)에 이어 폴란드(2)가 세번째 주도국으로 지목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유럽의 안보에 관한 브뤼셀 정상회담(2. 9~10)에 참석한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왼쪽)가 명예 회원으로 초청된 볼로디미르 젤린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환담하고 있다. [폴란드 총리실 제공] 폴란드는 북쪽에 발트해를 면하고 있지만 전통적으로 육군이 강한 나라다. 지리적으로는 중부유럽, 냉전 시대 진영 기준으로는 동유럽에 속한다. 폴란드는 강력한 국방력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인 외교 주도력을 바탕으로 '유럽의 맹주'인 독일에 이어 중부유럽 및 동유럽의 맹주로 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