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공급망도 휘청...美 반도체법 '가드레일 조항'에 쏠린 눈

김윤경 IT전문기자

yoon@kpinews.kr | 2023-02-27 17:53:29

반도체 보조금 수혜 조건 담아 '가드레일' 발표 임박
규제 수위에 따라 한국 IT 공급망 크게 영향
미·중 자국 중심 공급망 구축에 韓 수출도 타격
정부 "미국 정부와 협의 중"…속단 일러

미국 정부가 반도체 보조금 수혜 조건으로 내걸 '가드레일 조항(guardrail provision)' 발표가 임박하면서 세부 내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가드레일 조항에 담길 규제 수위에 따라 국내 반도체 및 첨단 IT 제품들의 공급망이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8월 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총 2800억 달러(약 365조6800억 원) 규모의 반도체 산업 지원용 '반도체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에 서명하고 있다. [미 백악관 유튜브 캡처]

월스트리트저널 등 다수 외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오는 28일(현지시간)부터 반도체 보조금 신청 접수를 시작한다.

반도체 보조금은 지난해 8월 발효된 '반도체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에 명시된 사항. 미국 반도체 생산 및 연구에 527억 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390억 달러는 자국내 생산 제조되는 반도체에 25%의 세액공제(인센티브)를 해주는 내용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보조금 수혜 대상이다.

보조금 지급에 앞서 미국 정부는 가드레일 조항도 발표한다. 구체적인 날짜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시기가 임박한 것으로 예상된다.

미·중 자국 중심 공급망 구축에 韓 수출도 타격

반도체과학법은 미국이 자국내 공급망을 살리고 중국을 견제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법이다. 미국은 보조금과 규제를 통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약화시키고 반도체 종주국의 위상 회복을 꿈꾸고 있다.

중국은 이에 대응해 쌍순환 정책으로 자국의 내수 확대와 자체생산을 늘리고 있다. 일대일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에 기반해 아시아와 아프리카 중심 공급망 체계를 구축 중이다.

두 나라가 자국 중심의 공급망 체계를 고집하는 상황에서 우리처럼 미·중 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가드레일 조항이 표면적으로는 반도체의 중국 내 생산만을 제한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들이 미국과 강하게 연대할 경우 중국의 보복도 가시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의 수출 구조는 수출품들이 중국을 거쳐 제3국으로 나가는 형태가 많아 미 중 두 나라의 공급망 재편 정책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

대한상공회의소 SGI가 27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이 미국에 수출한 상품들의 91.2%가 미국에서 소비된다. 제3국으로 수출되는 비중은 8.8%에 불과하다.

중국은 수출품의 70.4%가 중국에서 소비되고 29.6%는 제3국으로 수출된다. 우리가 주요 생산 시설을 미국으로 이전하면 대중국 수출이 둔화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이다.

'숨은 돌렸지만'…가드레일 10년 규제에 기업들 좌불안석

한국 기업들에게 반도체 보조금은 '독을 품은 사과'였다. 보조금 혜택 이면에 중국과의 관계 악화 위험이 있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쉽게 웃지 못한다.

두 기업은 지난해 10월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이 '반도체 및 반도체 생산장비에 대한 대중국 수출통제 강화조치'에서 규제 대상을 미국산 첨단 반도체 장비와 인공지능(AI) 및 수퍼컴퓨터용 첨단 컴퓨팅칩으로 한정, 잠시 숨은 돌렸다.

삼성전자의 시안(낸드)과 쑤저우(패키징)공장, SK하이닉스의 우시(D램), 충칭(후공정), 다롄(낸드) 공장들은 미 정부가 규정한 첨단 장비를 사용하지 않는다.

같은 달 미 정부가 한국 기업들에게 1년간의 법적용 유예도 부여, 시간도 벌었다. 하지만 가드레일 조항이 향후 10년간의 규제를 포괄할 예정이라 두 기업은 여전히 좌불안석이다.

규제가 심화되면 두 회사 모두 앞으로 공장을 증설하거나 새로운 장비를 반입할 때마다 미국과 협의를 거쳐야 한다. 까다로운 심사 절차를 거쳐야 하고 첨단 공정 적용도 복잡해진다.

▲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이 이달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돈 그레이브스(Don Graves) 미국 상무부 부장관과 면담 후 악수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정부는 미국이 '한국 정부의 입장을 면밀하게 검토하겠다'는 반응이어서 아직 위험이 가시화되지는 않았다고 보고 있다.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27일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15일부터 사흘간 반도체, 철강 232조 등 대미 산업·통상 현안과 관련해 미국 정부와 협의했다"면서 "미국은 한국의 입장을 최대한 고려한다는 원칙"이라고 밝혔다.

그는 반도체 보조금도 "중국 투자를 일정 수준 이상 투자를 제한한다는 목적"이라며  "전체 규정이 우리 기업에 불리하지 않게 작용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미국과 협의했다"고 전했다.

장 차관은 이 자리에서 "중국에서 우리가 돈을 벌어 미국의 투자 재원을 마련한다는 측면을 얘기했다"면서 "1년 유예를 더 연장하는 부분도 미국 쪽에서도 1년 만에 진행 중인 투자(선회)가 어렵다는 부분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KPI뉴스 / 김윤경 기자 yoo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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