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먹어도 가격 올리는 게 장땡?…불편한 속설 입증한 농심
김기성
bigpen@kpinews.kr | 2023-02-27 15:26:38
2차례 가격 인상…매출 16% 늘때 영업이익은 47%↑
증권사, 수익성 전망 높이며 목표 주가 상향 조정
유통 구조 개혁 통해 식품 업계 경쟁 극대화해야
코로나 사태로 인한 물류 대란과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도저히 버틸 수 없다던 식품업계의 '앓는 소리'는 역시 엄살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작년 4분기 실적이 공개되자 매출 3조 원을 넘는 기업이 배로 늘어났고 수익률도 크게 개선된 것으로 드러났다. 원가 상승을 도저히 견딜 수 없다면서 가격을 올린 것이 역시 주효한 것이다.
욕먹어도 가격을 올리는 것이 '장땡'이라는 속설이 증명됐고 비난은 잠시지만 이익은 영원하다는 업계의 진리가 또 먹혔다. 라면업계 대표 기업 농심 사례를 살펴보자.
농심, 코로나와 우크라이나 전쟁 핑계로 2번 가격 인상
국내 라면업계 1위인 농심은 2021년 8월에 평균 6.8%, 20022년 9월에는 평균 11.3% 가격을 올렸다. 이렇게 2번의 가격 인상을 통해 대표제품인 신라면 가격은 676원에서 820원으로 20% 이상 올렸고, 안성탕면은 기존 460원에서 649원으로 올랐다.
이러한 가격 인상에도 소비자들이 수긍했던 것은 당시 코로나 사태에 따른 세계적인 물류대란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밀가루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소비자들은 오죽하면 가격을 올리겠느냐며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던 것이다.
농심, 4분기 어닝서프라이즈…작년 매출 3조 클럽 입성
그러나 이러한 소비자들의 믿음은 어리석은 것이었다. 오른 원자재 가격보다 제품 가격을 훨씬 더 많이 올린 사실이 드러났다. 4분기 실적이 증명한다. 매출은 8236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6% 늘었다. 영업이익은 463억 원으로 무려 47%나 증가했다. 특히 증권가에서 예측한 영업이익이 300억 원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어닝서프라이즈에 해당한다.
원자재 가격이 올라 버틸 수 없다던 작년 전체를 통틀어 보더라도 매출은 3조1291억 원으로 전년 대비 17.5% 늘었다. 매출 3조 원 클럽에 자랑스럽게 입성한 것이다. 영업이익도 1122억 원으로 5.7% 늘었고 당기순이익도 1160억 원으로 16.5%나 증가했다. 앓는 소리를 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화려한 성적표를 내놓은 것이다.
증권가, 농심 올해 영업이익 역사적 고점 기록 전망
올해 전망은 어떤가? 증권사의 분석을 보면 농심이 주로 사용하는 원자재인 밀가루와 팜유의 국제 가격은 이미 하락세로 돌아섰고 올해에도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매출에서 차지하는 원가의 비중은 작년 2∼3분기 73%에서 올해는 68%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수익이 더 많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농심의 올해 영업이익이 역사적 고점을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목표주가를 잇달아 상향 조정하고 있다. SK증권은 목표 주가를 42만 원에서 47만5000원으로 13.1% 올렸다. 현대차 증권은 49만 원을 제시했다. 만약 농심의 주가가 40만 원을 돌파한다면 2016년 이후 신고가를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원가상승 빌미로 가격 올려 수익 늘리는 식품업계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이를 빌미로 가격을 올리고 원자재 가격이 내려도 가격을 내리지 않는 관행은 비단 농심만의 문제는 아니다. 식품은 생필품에 속하기 때문에 가격이 오른다고 소비를 줄일 수 없다. 그래서 식품업계로 보면 물류대란이나 전쟁으로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것이 수익을 늘리는 기회가 되는 셈이다. 경기 침체나 물가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비자의 사정을 감안해 달라는 것은 쇠귀에 경 읽기에 불과한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식품업계의 관행에 대해 공정거래 차원에서 가격 담합을 규제하지만, 이것도 효과를 기대하기에는 낡은 수단이 돼 버렸다. 식품 업체들은 어느 한 업체가 총대를 메고 가격 인상에 나서면 그 뒤를 이어 다른 업체들도 줄줄이 가격 인상에 나서면서 담합 여지를 남기지 않는다.
따라서 이제는 정부의 창의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온·오프라인의 유통 규제를 혁신적으로 개선해서 식품업계의 경쟁을 극대화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KPI뉴스 / 김기성 대기자 bigpen@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