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유동성 확보에도 가시지 않는 불안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3-02-22 18:57:45

지주사 지원과 사모채로 자금 조달
미착공사업장 많고 지방에 집중
자회사 인제스피디움 지원도 문제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공포가 커지는 가운데 채권시장이 다소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자 건설사들이 공격적으로 자금 확충에 나서고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면서 시장의 관심이 태영건설에 집중되고 있다.

재벌그룹 계열 건설사는 성공적으로 자금 확충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15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3200억 원의 자금이 몰려 증액 발행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SK 에코플랜트는 1000억 원 모집에 5080억 원이 몰렸고 HD현대는 500억 원 규모의 수용예측에 6010억 원의 주문을 받았다. 이들 건설사는 자체적인 신용도와 더불어 그룹의 계열사라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 태영건설 본사 전경

태영건설, 지주사 지원과 사모채로 자금 긴급수혈

비우량 건설사들은 공모채 시장에 나오지 못하고 수요예측 절차가 없는 사모채나 기업어음(CP)을 통해 긴급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회사가 태영건설이다. 태영건설은 지난달 지주사인 TY홀딩스가 글로벌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에서 연 13%의 금리로 빌린 4000억 원을 지원받은 데 이어 지난 20일에는 1000억 원어치의 2년 만기 사모채를 연리 7.80%의 금리로 발행하기로 했다.

지주사 차원에서 자금 지원 의사가 확인되면서 금리가 다소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금리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한국신용평가는 태영건설의 이러한 자금 확보에 대해 단기 유동성 리스크는 일정 수준 완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상반기 안에 도래하는 2950억 원 규모의 PF 우발 채무와 1400억 원어치의 회사채 상환에는 대응 가능할 것으로 본 것이다.

그럼에도 태영건설을 불안한 시각으로 보는 것은 PF 보증 위험과 관련한 여러 요건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태영건설, 미착공사업장 많아

태영건설의 PF 보증 잔액은 2020년 말 2조1000억 원 수준에서 작년 말에는 3조 원 수준으로 늘어났다. 보통 본 PF로 전환한 이후 분양률이 75% 이상을 기록하면 공사비 확보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

그런데 태영건설은 이러한 사업장이 PF 보증 규모로 1조1000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착공 이후 분양 초기이거나 분양 예정 사업장이 4000억 원 규모이고 미착공사업장이 1조2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착공사업장은 주택가격이 떨어지거나 금융비용이 상승할 경우 사업성이 나빠지면 시공사가 보증을 선 브리지PF를 대신 갚아줘야 하기 때문에 우발 채무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대우건설이 울산의 주상복합 아파트 개발 사업에 대한 브리지론 440억 원을 자체자금으로 갚고 시공권을 포기한 것이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1조7억 원의 규모의 미착공사업장과 분양 초기 사업장을 안고 있는 태영건설 입장에서 본다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셈이다.

지방사업장 많은 데다가 실질적 자체 사업 부담 큰 태영건설

더 큰 문제는 태영건설의 미착공사업장의 상당 부분이 분양 경기가 좋지 않은 지방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특히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PF보증 가운데 1400억 원 규모의 구미 꽃동산민간공원특례사업과 724억 원 규모의 김해삼계지구개발사업은 태영건설이 시행지분을 보유한 것들이다.

사실상 자체 사업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어서 사업이 실패하면 태영건설이 받는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는 점이 우려되고 있다. 자금 수혈에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태영건설을 불안하게 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따라서 태영건설이 PF보증 리스크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고 그 핵심은 지방사업장의 분양 성과에 좌우되겠지만 결코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자회사 지원 논란도 부담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태영건설은 작년 12월 자회사인 인제스피디움에 64억 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태영건설이 인제스피디움에 지원한 자금은 모두 16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자동차 경주장과 호텔, 콘도 등을 운영하는 인제스피디움은 태영건설이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다.

설립 후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고 작년에는 3분기까지 누적 당기 순손실이 43억 원에 달해 1년 전의 31억 원보다 더 나빠졌다. 순자산가액도 마이너스 1298억 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이는 태영건설의 재무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근본적으로 모터스포츠 산업 전망이 밝지 않은 데다 관광객 유입을 위한 자동차 극장 건립 계획도 지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소액 주주들을 중심으로 태영건설의 지배구조와 이사회 운영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서 갈 길 바쁜 태영건설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이런 우려에 대해 태영건설 측은 "긴급 자금수혈이 아니라 장기자금지원이고 선제적으로,안정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한 것"이라며 "요즘 같은 어려운 시기에 자금 지원받고 동원했다는 건 큰 성과"라고 말했다. 또 "유동성이 대폭 개선됐는데도 불안하다고 보는 건 추측일 뿐이며 향후 전망은 분양성과에 달린 것"이라고 말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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