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감염병 주의"…튀르키예에 드리워진 2차 재난 공포

김당

dangk@kpinews.kr | 2023-02-16 15:18:32

보건 전문가들, 콜레라·간염·탄저병 등 확산 '전염병 주의보'
2004년 인도양 해일과 2010년 아이티 지진 때도 '2차 재해'
터키 에르진잔 지진 당시 저체온증 '2차 재해' 사망자 속출

지난 6일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강타한 '쌍둥이 지진'이 10일째에 접어든 가운데 보건 및 전염병 전문가들은 이제 '2차 재해'와 전염병의 확산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14일(현지시간) 튀르키예 남부 이스켄데룬에 마련된 이재민 대피소에서 구호물자를 받으려는 주민들이 줄 서서 대기하고 있다. 100만 명이 넘는 튀르키예 이재민이 물, 식량, 의약품이 부족한 대피소에서 추위와 배고픔에 떨고 있다. [AP 뉴시스]

러시아 '이즈베스티야'는 15일(현지시간) 전문가들을 인용해 "물 공급 및 위생 기준 준수에 문제가 있는 인프라가 파괴된 재난 지역에서는 위장병,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이 활발히 순환하고 새로운 코로나 바이러스 변종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또한 집단 매장된 사람과 동물 매장지의 파괴와 침식으로 인해 탄저병 포자가 방출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 전문가들도 지진의 여파로 튀르키예 남동부는 콜레라 확산의 또 다른 진원지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2004년 인도양 지진해일과 2010년 아이티 지진 때도 '2차 재해'

지진이나 쓰나미(지진 해일) 같은 대형 재난 뒤에 '역병'이 창궐하는 것은 재해의 오래된 공식이다.

미카일 볼코프 선임연구원(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우랄지부 면역학 및 생리학 연구소)은 "대규모 자연재해 이후에는 깨끗한 물, 하수도, 난방 및 정기적인 의료 서비스가 부족하기 때문에 각종 질병 감염자가 는다"면서 "이러한 조건에서 추가적인 위험 요소는 인구의 대량 이동"이라고 이즈베스티야에 말했다.

볼코프 연구원은 2004년 인도양 지진해일과 2010년 아이티 지진 같은 재해가 2차 재해로 심각한 감염 발생을 동반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인도양 지진해일은 2004년 12월 26일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북부 앞바다 해저에서 규모 9.1의 초대형 강진이 발생해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인도 등지를 덮친 인류 역사상 최악의 쓰나미로 기록됐다.

당시 평균 15~30m 높이의 해일이 남아시아 일대를 휩쓴 재해로 22만7898명의 사망자를 기록했는데, 사망자의 상당수는 2차 재해로 인한 것이다.

2010년 1월 13일 발생한 아이티 지진도 사망자가 22만 명을 넘어섰는데 사망의 상당수는 심각한 감염병의 발생을 동반한 결과였다.

▲ 1939년 12월에 발생한 튀르키예 에르진잔 지진 당시 재난 지역의 개와 고양이들 [라이프 포토 컬렉션]

러시아 보건부 바이러스부서 책임자인 엘레나 말린니코바는 "자연재해는 치료시설의 파괴로 이어져 A형·E형 간염 등 오염된 물 사용과 관련된 감염 사례가 늘고 있다"고 우려했다.

말린니코바는 "홍수와 지진 이후에 즉시 발생하지 않고 나중에 발생하는 또 다른 심각한 감염병은 탄저병"이라며 "동물의 매장지가 파괴되면 탄저균 포자가 방출돼 튀르키예 외부로 빠르게 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감염병 전문가들에 따르면 토양에서 방출된 탄저병균은 야생 동물과 농장의 동물 모두에 의해 활발하게 퍼지는데, 외국에선 말파리와 새가 바이러스를 옮기는 사례도 기록돼 있다.

앞서 WHO도 지난 11일 현재 18개국에서 콜레라가 발병한 상황에서 전 세계적으로 콜레라가 추가로 확산될 위험을 "매우 높음"으로 평가한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또한 상처를 입은 부상자들은 파상풍에 걸릴 위험이 있으며 과밀한 임시 숙소에 수용된 이재민들은 다양한 호흡기 질환이 발병하기 쉬운 조건에 처해 있어, SARS나 COVID-19의 새로운 변종 출현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말린니코바는 "재난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면역 체계가 약화돼 정상적인 조건에서는 특별히 위험하지 않은 감염에도 취약할 수 있다"며 "예를 들어, 이질은 사람들이 손과 야채 및 과일을 씻을 기회가 없을 때 퍼진다"고 지적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지금 재난 지역에는 깨끗한 생수와 스트레스를 완화할 수 있는 해열제, 항염증제 및 진정제 등 의약품, 깨끗하고 따뜻한 옷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WHO 유럽 지역 책임자인 한스 클루게 박사는 현재 2600만 명의 이재민들에게 인도주의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3만3000명 사망한 터키 에르진잔 지진 때도 저체온증 사망 속출

▲84년 전인 1939년 12월 27일 오전 1시 57분 23초에 튀르키예 동부 에르진잔(Erzincan)을 강타한 규모 7.8 지진으로 3만3000명이 사망해 이번 대지진 전까지 터키(현 튀르키예) 역사상 최악의 지진으로 기록됐다. [라이프 포토 컬렉션]

3만3000명이 사망해 이번 대지진 전까지 터키(현 튀르키예) 역사상 최악의 지진으로 기록된, 동부 에르진잔 도의 주도인 에르진잔(Erzincan)에서 발생한 지진 사례도 '2차 재해'를 예방하는 데 참고할 만하다.

에르진잔 지진은 84년 전인 1939년 12월 27일 오전 1시 57분 23초에 튀르키예 동부를 강타한 규모 7.8 지진이다. 이 지진으로 3만2968명이 사망하고 약 10만 명이 부상하는 등 20세기 튀르키예에서 가장 심각한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한겨울에 지진이 발생해 지원 물품 보급이 더 어렵고 지체되어 추위와 눈보라로 인한 저체온증, 홍수로 인한 사망자도 다수 발생했다. 당시 에르진잔 재난을 기록한 '라이프'지 사진을 보면 상하수도가 파괴된 눈 쌓인 재난 캠프에서 옥수수를 구워 구호하고, 방치된 동물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 튀르키예 동부의 에르진잔시 전경. 2000년 역사를 지닌 유프라테스강 북안의 기존 도심은 1939년에 발생한 대지진으로 사라졌고, 그 북쪽에 지금의 깔끔한 계획도시가 세워졌다. [나무위키]

당시 기록에 따르면, 지진 발생 후 첫날에는 8천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그 다음날에는 2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기온이 영하 30도로 내려가면서 더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것이다. 에르진잔은 해발 1180m에 입지해 겨울에는 영하 30도에 이를 정도로 춥다.

현재 에르진잔 인구는 약 12만 명이다. 200년 역사를 지닌 유프라테스강 북안의 기존 도심은 1939년에 발생한 대지진으로 사라졌고, 그 북쪽에 지금의 깔끔한 계획도시가 세워졌다.

▲ 베키르 악순 에르진잔 시장(왼쪽)이 지난 10일 메흐메트 마카스 에르진잔 주 지사(가운데)와 함께 지진 재난 지역에서 이 도시로 이송되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부상당한 시민들을 방문해 위로하고 있다. [에르진잔시 누리집]

베키르 악순 에르진잔 시장은 지난 10일 메흐메트 마카스 에르진잔 주 지사와 함께 지진 재난 지역에서 이 도시로 이송되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부상당한 시민들을 방문해 위로했다. 현재 재난지역으로 선포된 튀르키예 10개 주 인근 지역에는 지진 피해자들이 이송돼 치료를 벋고 있다.

튀르키예는 지난 6일 남부에서 발생한 두 차례의 강력한 지진으로 최소 3만5418명이 사망한 것으로 공식 집계돼, 시리아의 지진 사망자를 합치면 총 4만1000명을 넘은 것으로 집계되었다.

K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