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보다는 광고?…그린워싱 논란 부른 에이스침대의 꼼수

김기성

bigpen@kpinews.kr | 2023-02-15 13:49:14

10년 만에 매출 감소·영업이익 전년比 14.9% 감소
침대 렌탈 서비스의 약진, 저가형 매트리스 공세
전통 침대업체만 침체 빠지자 '인체 안전' 들고 나와
과학보다는 광고로 위기 돌파 꼼수…연구개발엔 인색

에이스 침대가 그린워싱을 했다는 비난이 제기됐다. 그린워싱이란 친환경적이지 않으면서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위장 환경주의'를 말한다. 

내용은 이렇다. 에이스 침대는 자사 홈페이지에 침대 전용 방충·항균·항곰팡이 케어 제품인 '마이크로가드 에코'를 홍보하면서 '인체에 안전한'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러자 환경부는 '인체에 안전한'이라는 수식어는 '생활화학 제품 및 살생물제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위반된다면서 문구를 삭제하도록 행정지도를 내렸다.

'인체에 안전하다'든지 '무독성', '친환경'과 같은 수식어는 인증을 받지 않으면 함부로 사용할 수 없다. 물론 에이스 침대가 이런 수식어를 사용한 것은 단순 부주의일 가능성이 높고, 그래서 환경부도 처벌 없이 단순 행정지도에 그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를 두고 그린워싱 운운하는 것은 에이스침대 입장에서는 서운할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수식어를 인증 없이 사용하면 안 된다는 것은 업계에서는 거의 상식에 속한다는 사실이다. 더구나 에이스침대는 우리나라 침대업계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기업이 아닌가? 왜 이런 실수를 저지른 것일까?

▲ 에이스침대 에이스스퀘어 이미지. [에이스침대 제공]

에이스침대, 10년 만에 매출 감소·영업이익 14.9% 감소

한마디로 다급함이 빚어낸 실수로 보는 게 옳을 것 같다. 에이스침대는 작년 매출액이 1년 전에 비해 0.04% 줄어든 3462억 원으로 집계됐다. 에이스침대의 매출액이 감소한 것은 2013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여기에다가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무려 14.9%나 줄어든 653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물론 작년 이후 부동산 거래가 크게 줄어들면서 이사 수요가 급감한 것이 원인일 수 있다. 다른 가구업계도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2위 업체인 시몬스도 영업이익 감소는 물론 2년 연속 매출 3천억 원 달성도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시몬스는 대표이사를 포함한 임원 16명이 연봉을 20% 자진 삭감한다고 발표했다. 

이런 업계 상황을 보면 에이스침대의 실적에 대해 비관적일 필요는 없고 오히려 선방했다는 평가를 내릴 수도 있다. 그러나 침대업계의 내부사정을 들여다보면 에이스침대로서는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닌 게 분명하다.

침대 청소 관리를 앞세운 렌탈업체들의 약진

침대업계의 침체는 전통 침대업체에 한정된 것이라는 게 문제다. 2011년 코웨이가 침대 매트리스의 청소와 소독 등을 앞세우며 침대 시장에 진출한 이후 침대 렌탈 사업이 무서운 확장세를 거듭하고 있다. 코웨이는 작년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이 1656억 원으로 1년 전보다 무려 20%가량 증가했다. 코웨이의 침대사업은 침체라는 표현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는 것이다.

2016년 침대 렌탈 시장에 뛰어든 청호나이스도 작년 실적이 전년 대비 80% 정도 성장했다. 또 2018년 뒤늦게 침대 렌탈업에 뛰어든 교원 웰스는 매트리스 내부까지 관리한다는 케어 서비스를 앞세워 1년 전보다 10%대의 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다가 올해에는 SK매직까지 침대 렌탈 사업을 시작했다.

이들 침대 렌탈 사업자들은 한결같이 매트리스를 장기간 사용하면 진드기 등으로 문제가 생긴다면 점을 지적하면서 청소와 소독 등 케어 서비스를 강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에이스침대는 방충, 항균, 항곰팡이 케어 제품을 출시하면서 인체에 안전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을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이런 다급함에 인증도 받지 않은 채 '인체에 안전'이라는 수식어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에이스침대, 광고로 위기 돌파?

이러한 침대 렌탈 업체들의 약진에다가 아마존에서 매트리스 판매 1위를 기록하는 지누스까지 감안하면 업계 1위인 에이스침대로 봐서는 현 상황이 위기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작년에 지누스를 인수한 현대백화점은 올해에는 판매 타겟을 국내시장으로 하겠다는 목표를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에이스침대가 택한 전략은 무엇일까? 에이스 침대라고 하면 소비자들은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라는 광고문구가 떠오를 것이다. 그만큼 광고로 재미를 본 기업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에도 광고로 위기를 돌파하려는 계획을 세운 것 같다. 톱 탈렌트 박보검을 다시 광고모델로 내세우고 적극적인 홍보전을 펼치고 있다.

침대는 과학이라지만 연구개발에는 인색한 에이스침대

이렇게 홍보에 치중하다가 보니 에이스침대는 광고비 대비 연구개발비가 적은 기업으로도 유명하다. 2021년 기준으로 보면 연구개발비는 16억 원에 불과했지만, 광고선전비는 295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광고선전비가 연구개발비보다 무려 18배가 더 많은 것이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을 보더라도 가장 높았던 때가 2013년과 2016년으로 0.86%였고 한 번도 1%를 넘은 적이 없었다. 더구나 2017년 이후 연구개발비 비중은 지속적으로 줄어들어 2021년에는 0.47%에 불과했다. 

광고를 강화해 업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위상을 높이겠다는 전략을 잘 못 됐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침대는 과학'이라는 에이스침대의 주장을 믿었던 소비자들이 '침대는 광고'로 받아들이고 돌아서지 않을지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다.

KPI뉴스 / 김기성 대기자 bigpe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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