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사망자 4만명 넘어…튀르키예 사상 최악의 인명 피해
김당
dangk@kpinews.kr | 2023-02-15 11:12:21
이재민 수백만명…20년 넘게 '지진세' 거뒀지만 부실공사 피해 커
유엔 "아동 700만명 피해…매몰자 구조보다 생존자 구호 시간"
튀르키예(터키)에서 진도 7.8의 강진이 발생한 지 8일이 지난 가운데 튀르키예와 이웃 시리아의 지진 사망자가 4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튀르키예 역사상 최악의 인명 피해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튀르키예에서 지진 사망자가 3만5418명, 부상자가 10만5505명으로 추가 집계됐다고 밝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수도 앙카라에 있는 튀르키예 재난위기관리청(AFAD) 본부에서 5시간에 걸친 회의를 마친 뒤 이번 지진의 사망·부상자 수치를 직접 발표했다. 이로써 이번 지진은 1939년 12월 27일 동부 에르진잔 지진 피해(3만2968명 사망)를 뛰어넘어 튀르키예에서 일어난 최악의 자연재해가 됐다.
지난 6일(현지시간) 새벽 튀르키예 남부와 시리아 서북부를 강타한 지진은 규모 7.8로 에르진잔 지진과 위력은 같았다. 하지만 첫 지진 발생 뒤 9시간 만에 규모 7.5~7.6의 강진이 뒤따랐고, 크고 작은 여진이 계속되며 피해를 키웠다.
로이터통신은 15일 시리아 국영 매체 보도와 유엔 기구 집계를 종합해 시리아에서 5814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튀르키예 정부가 공식 집계한 사망자 3만5418명에다가 시리아의 비공식 집계 사망자 5814명을 합치면 4만1232명에 이른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번 지진이 원자폭탄 수백개의 위력과 맞먹었다"며 "이런 재난 앞에서는 어떤 국가도 우리가 겪었던 것과 같은 문제에 직면했을 것"이라고 정부의 대응을 옹호했다.
하지만 정부가 20년 넘게 '지진세'까지 거두며 지진에 대비했는데도 부실공사로 건물들이 맥없이 무너져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튀르키예는 1999년 서부 도시 이즈미트에서 규모 7.4의 지진이 발생해 1만7000여 명이 사망한 대지진을 겪은 후 지진세를 도입해 내진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또 2018년 지진 위험 지역 건축물에 고품질 콘크리트와 철근을 사용하도록 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정부 잘못을 인정화고 건설업자 130여 명을 부실 공사 혐의로 체포했지만, 불만 여론을 다른 데로 돌리기 위한 시도라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튀르키예는 오는 5월 조기 대선과 6월 총선을 앞두고 있다.
여진의 공포와 매서운 추위 속에서도 수색·구조 작업은 계속되고 있다. 재난구조 '골든 타임' 72시간을 훌쩍 넘긴 200시간이 지난 14일(현지시간)에도 튀르키예 카라만마라슈와 안타키아 등에서 9명의 인명 구조 소식이 이어졌다.
하지만 극적인 생환 소식에도 불구하고 매몰자의 생존 가능성은 점차 희박해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AP통신은 이번 지진으로 피해를 본 튀르키예 10개 주 가운데 7개 주에선 구조 작업이 종료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유엔 당국이 피난처, 음식, 학교 교육에 초점을 맞추면서 구조 단계가 끝나가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유엔은 튀르키예 460만 명과 시리아 250만 명을 합쳐 총 700만명 이상의 어린이가 이번 강진으로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지진으로 집을 잃고 임시 대피소에서 지내는 사람은 튀르키예에서만 100만 명이 넘는다.
한스 클루게 세계보건기구(WHO) 유럽담당 국장은 "엄청난 지원 수요가 시간이 지날수록 증가하고 있다"며 "양국에서 약 2600만 명에게 인도주의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열악한 대피 시설에서 추위와 배고픔에 떨고 있는 이재민은 물, 식량, 의약품마저 부족해 '2차 재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엔은 "지금은 매몰자 구조보다 생존자 구호의 시간"이라고 밝혔다.
K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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