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성의 경제분석] 공정위 손에 달린 대한항공 '마일리지 개편안'

김기성

bigpen@kpinews.kr | 2023-02-14 16:13:35

중·단거리 마일리지 공제폭 줄고 장거리 대폭 늘어
사측 "소비자에 도움"…소비자들 "개편 아닌 개악"
공정위의 불공정여부 판단에 따라 실행 못할 수도
국토부, 소비자 유인책인 마일리지 감독 강화해야

대한항공이 4월부터 마일리지 제도를 개편하겠다고 예고하자 소비자들 사이에 불만이 증폭되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금까지 동북아와 동남아, 서남아시아, 북미·유럽·중동 4개 지역으로 나눠 마일리지를 공제해 왔다. 그런데 4월부터는 지역 구분 없이 실제 운항 거리를 10개 구간으로 나눠 마일리지를 공제하게 된다고 밝혔다.

▲ 서울 김포공항의 대한항공 항공기 [뉴시스]

대한항공, 마일리지 공제 기준 거리 중심으로 재편

개편안에 따르면 단거리 노선은 마일리지 공제가 줄어든다. 이코노미석 편도 기준으로 인천에서 베트남 하노이 노선은 2만 마일에서 1만7500마일로, 삿포로는 1만5000마일에서 1만1250마일로 줄어들게 된다.

문제는 장거리 노선이다. 인천에서 뉴욕으로 가는 편도 항공권을 구매하려면 마일리지 공제가 이코노미석은 3만5000마일에서 4만5000마일로 늘어나고 프레스티지석은 6만2500마일에서 9만 마일, 일등석은 8만 마일에서 13만5000마일로 대폭 늘어나게 된다.

대한항공은 2019년 마일리지를 이용한 회원을 분석해 보니 장거리 이용비율이 24%이고 나머지 76%가 중·단거리 노선에 마일리지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따라서 중·단거리 노선의 마일리지 공제폭을 줄인 이번 개편안이 소비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소비자, 마일리지가 유용한 것은 장거리 노선

그런데 정작 소비자의 반응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대부분 마일리지를 적립해 나가는 것은 비행기 푯값이 비싼 장거리 여행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여름 휴가 때 미국이나 유럽 여행을 계획하고 있거나, 유학 중인 자녀의 귀국에 맞춰 항공권을 구입할 때 마일리지를 요긴하게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단거리 항공권 구매 때 마일리지 공제가 줄어드는 것을 내세우고 있지만 크게 도움이 안 된다는 반응이다. 단거리 여행에서는 저가항공사(LCC)라는 대체재가 있다는 것이다. 비용을 생각한다면 굳이 마일리지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LCC의 요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데다 비행시간도 짧아 무리가 없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이번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개편은 개악이라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공정위, 마일리지 개편안의 불공정 여부 심사 중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개편안은 2019년 발표됐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로 시행이 미뤄져 오다가 이번에 4월 시행을 발표한 것이다. 그런데 대한항공의 생각대로 시행될지는 공정위의 손에 달려있다. 3년 전 개편안이 발표됐을 때 1800여 소비자가 개편 내용이 불공정하다며 심사를 요청했다. 심사 결과는 4월 이전에 발표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과연 공정위는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 2019년 이후 중요한 변수가 있었다. 다름 아닌 작년 2월 공정위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합병을 승인하면서 조건을 달았는데, 그 조건 가운데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마일리지 제도가 불리하게 변경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도 있었다. 따라서 공정위가 이번 개편안이 소비자에게 불공정한 '개악'이라고 판단하면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개편안은 실행이 불가능해진다.

마일리지 제도 전반에 대한 당국의 감독 강화 필요

공정위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려야겠지만 차제에 마일리지 제도에 대한 당국의 감독이 강화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사실 마일리지로 항공권을 구입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누구나 잘 아는 사실이다. 

2018년에도 이 문제가 부각되자 국토교통부가 전체 공급 좌석의 5% 이상을 마일리지 좌석으로 할당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항공사는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마일리지 운용 상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분기별 마일리지 탑승 거리만 공개하고 있을 뿐, 가장 중요한 노선별, 시간대별 마일리지 좌석 수와 비중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물론 전 세계 항공사 가운데 마일리지 운용 상황을 공개하는 항공사가 없다는 점에서 영업비밀이라는 주장을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항공사가 마일리지를 소비자 유인책으로 활용하고 있는 만큼 항공사로부터 자료를 받아보는 국토교통부의 감독이 강화돼야 할 것이다. 

더구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합병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소비자의 편익이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공정위와 국토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KPI뉴스 / 김기성 대기자 bigpe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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