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만 참을 걸"…고정금리 갈아타고 우는 차주들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3-02-07 16:39:39
한 달 새 고정형 주담대 금리 0.7%p ↓…"추가 하락 예상돼"
김 모(51·남) 씨는 2019년말 집을 매수하면서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 3억 원을 1년 주기 변동금리로 받았다. 첫해 대출금리는 연3.0%였는데, 작년 말 금리변동 주기가 다시 돌아오면서 5.5%로 뛰었다.
마침 대출 후 3년이 지나 중도상환수수료 없이 갈아타기가 가능해서 5.1% 고정금리 대출로 갈아탔다. 앞으로 금리가 더 오를 거라 예상하고 내린 판단이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금리는 오히려 뚝뚝 떨어졌다. 요새 고정금리는 4%대 초반, 변동금리도 4%대 후반까지 낮아졌다는 소식에 김 씨는 밥맛을 잃었다. 다시 변동금리로 갈아타자니 중도상환 수수료 부담이 커 고민 중이다.
안 모(44·남) 씨는 13년 전 집을 매수하면서 받은 주택담보대출을 매년 조금씩 갚는 중이다. 이제 1억 원 가량 남았다. 1년 주기 변동금리 대출로, 매년 5월 금리가 변한다.
지난해 5월 대출금리가 4.4%까지 상승했다. 그 후에도 계속 금리가 오른다는 소식에 불안했지만, 1년 동안은 금리가 변하지 않으니 일단 기다려보기로 했다.
다행히 올해 초 대출금리가 하락세로 돌아섰다. 은행원에게 물어보니 앞으로 금리가 더 내릴 것 같다고 해 안 씨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지난해 4분기 은행 대출금리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데다 향후 더 오를 거란 예상이 팽배해 많은 주택담보대출 차주들이 고정금리로 갈아탔다.
7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예금은행 대출(신규취급액) 가운데 고정금리가 43.2%를 차지했다.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10월 말 29.0%에서 11월 말 36.8%로 7.8%포인트 급등하더니 12월 중에도 크게 뛰었다. 고정금리 대출 비중이 40%를 넘어선 건 2020년 3월 말 이후 처음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존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차주들이 대거 고정금리로 갈아타면서 일어난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신용대출을 고정금리로 받는 차주는 거의 없다. 고정금리 차주 대부분이 주택담보대출 차주들"이라고 설명했다. 금리 오름세와 집값 하락세가 겹치면서 신규 주택담보대출 차주는 많지 않다. 변동금리 차주가 고정금리로 갈아탄 영향이 컸다고 했다.
하지만 기껏 갈아탄 차주들은 울상이다. 금리가 더 오르기는커녕 빠르게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는 연 4.08~6.57%를 기록했다. 지난달 7일(연 4.82∼7.24%)보다 하단은 0.74%포인트, 상단은 0.67%포인트 내렸다.
올해 1월 초 최고 8%를 넘어섰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도 완연한 하락세다. 이날 5대 은행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연 4.86∼6.89%로, 한 달 전(연 5.08∼8.11%) 대비 하단은 0.22%포인트, 상단은 1.22%포인트 떨어졌다.
김 씨는 "한두 달 정도만 더 참을 걸, 너무 서둘렀다"며 한숨쉬었다. 이제 와 다시 갈아타기도 쉽지 않다.
고정금리에서 변동금리로, 혹은 반대로 바꾸는 건 언제든 가능하지만, 일종의 대환대출로 취급되기에 중도상환수수료를 내야 한다. 은행은 주택담보대출을 대출 실행일로부터 3년 안에 갚거나 갈아탈 경우 중도상환수수료를 받는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 실행일로부터 3년이 지나야 중도상환수수료 없이 변동금리에서 고정금리로 갈아탈 수 있다. 갈아탔다가 중도상환수수료 없이 추가 변경하려면 다시 3년이 지나야 한다"고 설명했다.
주택담보대출 중도상환수수료는 보통 대출금 대비 1.0~1.2%다. 김 씨의 경우 300만~360만 원의 중도상환수수료를 내야 한다. 쉽지 않은 결정이다.
금융권에서는 대출금리 추가 하락을 예상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미 케이뱅크에서 연 3%대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이 나왔다. 5대 은행도 곧 연 3%대로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변동금리도 고정금리 뒤를 따를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금융채 5년물 금리가 뚝 떨어져 고정금리 하락세가 컸다. 코픽스는 한 달에 한 번씩 바뀌어 반영이 느린 편인데, 이미 내림세를 타고 있으므로 2월 코픽스가 발표되는 대로 변동금리 역시 하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은행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는 금융채 5년물 금리에, 변동금리는 코픽스에 연동해 움직인다. 코픽스는 은행 예금금리 등 자금조달비용을 반영하며, 매달 중순 전국은행연합회가 발표한다. 지난해 11월 연 5%대 중반까지 치솟았던 은행 정기예금(1년제) 금리가 최근 3%대로 떨어지면서 2월 코픽스도 하락세가 예측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정금리 갈아타기를 고민하는 차주들은 금리 추이를 살펴보면서 신중히 결정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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