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제재 받은 와그너그룹은 '초국가적 조직범죄 백화점'

김당

dangk@kpinews.kr | 2023-01-27 14:46:01

미 해외자산통제실, 와그너 용병기업 '다국적 범죄조직' 추가제재
러시아 방산업체도 목록에 올라…항공·레이더 이미지 제공한 혐의
우크라이나전 투입된 와그너 용병 5만명 중 4만명이 교도소 모집

미국 정부가 러시아의 민간 군사기업(PMC) 와그너(Wagner Group)를 다국적 범죄조직으로 지목해 제재 기관으로 재지정하고 기존의 제재를 강화했다. 백악관이 북한과 와그너 간의 무기 거래의 물증을 제시하며 추가 제재를 예고한 지 엿새 만이다.

▲ 군용 위장복을 입은 방문객들이 2022년 11월 4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소재 민간 용병기업(PMC) 와그너그룹 입구에 서 있다. 와그너 그룹은 우크라이나 정부군과의 돈바스 전투에서 러시아군을 비밀리에 지원해왔으며 시리아·아프리카 등지에서 활동했다. [AP 뉴시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은 26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전쟁 역량을 약화하기 위해 개인 8명과 기관 16곳, 항공기 4대에 대해 추가 조치를 취한다"며 와그너 그룹을 포함해 와그너 조직과 관련된 인물과 회사 등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부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와그너 그룹에 대한 오늘의 확대된 제재는 푸틴의 전쟁 기계를 무장하고 장비하는 능력을 더욱 방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 죄수들을 용병으로 모집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해온 와그너 그룹은 용병의 머릿수를 늘리기 위해 세르비아 등 친러시아 국가에서 공격적인 모집 활동을 벌여왔다. 이번 제재는 와그너 그룹의 용병 충원에도 제약을 줄 것으로 보인다.

미, 와그너 그룹을 '초국가적 조직범죄(TOC)'로 지정

2017년부터 이미 미국의 제재 명단에 오른 와그너 그룹은 이날 조치에 따라 '다국적 범죄조직(Transnational Criminal Organization)'으로 지정됐다. '국제범죄(International crime)'와 구분되는 다국적 범죄조직은 '초국가적 조직범죄(Transnational Organized Crime)'라고 부르기도 한다.

국제 사회는 점점 더 전문적이고 복합적인 초국가적 범죄네트워크의 형태로 진화하는 다국적 조직범죄에 맞서기 위해 지난 2000년에 '초국가적 조직범죄 방지에 관한 유엔 협약(United Nations Convention against Transnational Organized Crime)'을 채택해 2003년 9월부터 발효 중이다.

유엔은 '초국가적 조직범죄(이하 TOC)' 협약 발효 이후, TOC협약을 보충하는 △인신매매, 특히 여성과 아동의 인신매매를 방지, 억제 및 처벌하기 위한 의정서(2003년 12월) △육상, 해상 및 항공에 의한 이민자 밀입국 방지 의정서(2004년 1월) △총기, 그 부품 및 구성 요소와 탄약의 불법 제조 및 밀매에 대한 의정서(2005년 7월 발효) 등을 함께 채택했다.

TOC협약 문서를 비준한 국가는 국내 형사 범죄(조직 범죄 집단 가담, 자금 세탁, 부패 및 사법 방해)를 포함해 협약과 의정서가 정한 초국가적 조직 범죄에 대한 일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 한 여성이 1월 19일(현지시간)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시내 건물의 벽에 러시아의 민간 용병회사(PMC) 와그너 그룹의 로고를 덧칠한 벽화 옆을 걷고 있다. 와그너그룹은 세르비아 등지에서 우크라이나 전투에 추가로 투입할 용병을 확보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AP 뉴시스]

미 재무부는 와그너 그룹을 비롯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측근에게 추가 제재를 가했다. 추가 제재안에 따라 와그너 그룹이 보유할 수 있는 미국 자산은 모두 동결되고, 와그너 그룹은 미국으로부터 자금, 상품, 서비스 등을 제공받지 못한다.

특히 러시아 방위산업 회사들도 제재 목록에 올랐는데, 와그너 그룹에 항공 및 레이더 위성 이미지 등을 제공하거나 군사 장비 운송을 도운 혐의다.

와그너 그룹은 '초국가적 조직범죄의 백화점'

미 정보당국은 우크라이나전에 투입된 5만여명의 와그너 용병 중 4만여명이 교도소에서 모집한 재소자로 보고 있다. 와그너는 전국의 교도소를 돌며 러시아 사병보다 두 배 이상 많은 24만루블(약 517만원)의 월급, 6개월 복무하면 사면해준다는 대가를 제시하며 모병한 것으로 전해진다.

크렘린은 그동안 이들과의 관련성을 부인해 왔다. 러시아에서 와그너 같은 민간 군사기업은 불법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해 '30만명 부분 동원령'을 내렸음에도 전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푸틴 입장에서 와그너 그룹은 여러 모로 유용한 존재다.

사실 '면죄부 모병'은 러시아 정부나 사법 당국의 개입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약속이다. 그런데 이들은 정식 군인이 아니기 때문에 러시아군의 사상자 집계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이들이 전쟁 범죄를 저질러도 책임을 부인할 수 있다.

이날 미 해외자산통제실이 발표한 제재 리스트에 따르면, 와그너 그룹은 '범죄자 용병기업' 답게 '초국가적 조직범죄 백화점'이다.

해외자산통제실은 와그너 그룹을 '중대한 초국가적 범죄조직'으로 지정하며 "와그너 그룹은 광범위한 인권 유린을 저지르고 사람들로부터 천연자원을 강탈해 아프리카 국가를 간섭하고 불안정하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 러시아 와그너 그룹 용병들의 전사자 묘지의 조형물. 그룹 창립자 프리고진은 지난 1월 2일 "죽은 병사 중 다수는 크라스노다르 지역의 별도 묘지에 묻혀 있으며 현재 이미 93개의 무덤이 있다"고 러시아 관영 '리아 노보스티'에 전했다. [리아 노보스티 캡처]

특히 와그너 그룹은 중앙아프리카공화국(CAR)에서 활동하며 민간인에 대한 처형과 성범죄, 자의적 구금, 고문 등의 범죄를 저질렀다며, 와그너 그룹이 CAR에서 운영 중인 업체와 관계자 등도 대거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아울러 CAR과 말리 등지에서 와그너 그룹에 항공 서비스를 제공한 아랍에미리트(UAE)의 '크라톨 에이비에이션'도 제재 명단에 올랐다.

이날 제재 명단에는 와그너 그룹에 통신 장비 등을 제공한 중국 업체도 포함됐다.

재무부는 베이징에 본사를 둔 '창사 톈이 우주과학 기술연구소'와 창사 톈이가 룩셈브루크에 둔 자회사를 제재한다며, 이 회사가 러시아 기업인 '테라테크'에 우크라이나를 촬영한 위성영상레이더(SAR) 자료를 제공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날 미 국무부도 가세해 와그너 그룹과 연계된 5개의 기관, 이미 제재 대상 목록에 오른 블라디미르 포타닌과 관련한 개인 1명과 더불어 러시아군과 관련된 개인(531명)과 기관을 대거 비자 발급 제한 제재 명단에 추가했다.

포타닌은 푸틴 대통령의 측근이자 '니켈왕'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러시아의 금융 서비스 분야 사업가다. 서방에서는 포타닌이 보유한 은행 지분과 금속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뒷받침했다고 보고 있다.

백악관, 20일 북한 무기 거래 혐의로 추가제재 예고

앞서 백악관은 지난 20일 북한과 와그너 그룹의 무기 거래 정황이 담긴 위성사진을 공개하며 와그너 그룹에 대한 추가 제재를 예고한 바 있다.

▲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지난 20일(현지시간) 북한과 와그너 그룹의 무기 거래 정황이 담긴 위성사진을 공개하며 와그너 그룹에 대한 추가 제재를 예고했다. [AP 뉴시스]

당시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우리가 공개적으로 말했듯이 북한은 작년 말 와그너가 사용할 보병 로켓과 미사일을 러시아에 전달했다"고 지적했다.

백악관이 공개한 위성사진은 11월 18일 각각 기차가 러시아를 출발하는 모습과 북한에 도착하는 모습을 촬영한 흑백 사진 2장이다.

커비 조정관은 이에 대해 "5량으로 된 러시아 기차가 11월 18일 러시아에서 북한으로 이동하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북한은 다음 날인 11월 19일 이 열차 차량에 컨테이너를 적재했으며 이 열차는 러시아로 돌아갔다"고 밝혔다.

다만 재무부와 국무부는 이날(26일) 와그너 그룹을 제재하면서 북한과의 무기 거래를 이유로 제시하진 않았다. 미국 정부가 별도로 북한과의 무기 거래에 관여한 개인이나 기관에 대해 추가 제재를 발표할 것인지는 현재로선 알려지지 않았다.

K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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