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순 없다…우려되는 한은·금융당국 '엇박자'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3-01-17 16:35:23

기준금리 인상에도 은행 예금·대출금리는 하락
금융당국 금리인하 압박에 통화정책 무력화 우려

기이한 현상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현 3.50%)를 7회 연속 인상 중임에도 최근 은행 예금금리와 대출금리는 거꾸로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연 5%대였던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 정기예금(1년) 금리는 12월 연 4%대 중반으로 떨어지더니 올해 1월 들어서는 연 3%대까지 하락했다. 

17일 기준 5대 은행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4.69~7.43%로, 지난 10일(연 4.93~8.11%) 대비 하단은 0.24%포인트, 상단은 0.68%포인트 내렸다. 한은이 지난 13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는데 대출금리는 거꾸로 움직인 것이다. 

금융당국 압박 탓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지난해 11월 25일 "금융사들이 과도한 자금 확보 경쟁을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한 뒤 은행들은 예금금리를 낮추기 시작했다. 또 최근에는 은행에 대출금리를 내리라고 압박했다. 

한은이 작금 금리를 인상하는 건 시중유동성을 축소해 물가를 잡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서는 한은 금리인상에 맞춰 은행 금리도 올라야 한다. 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건 한은 기준금리가 아니라 은행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등 시중금리이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한은과 금융당국이 엇박자를 내면 물가를 억제하기 힘들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은 기준금리와 은행 예금·대출금리가 거꾸로 움직이는 건 통화정책 효과를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당국 압박에 대해 "정부가 경기침체를 우려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분명 고금리는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해 4분기 경제가 역성장했을 수 있다. 올해 경제성장률 역시 기존 전망치(1.7%)봐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물가가 높다"며 물가 중심 통화정책을 견지할 뜻을 내비쳤다. 

'고통'을 감수하지 않으면 물가는 잡을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인생 책'으로 꼽은 '선택할 자유'의 저자 밀턴 프리드먼은 "성장률 추락, 고실업을 겪지 않고 인플레이션이 종식된 사례는 역사에서 찾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 경제 철학에서 프리드먼과 대척점에 섰던 케인지언 경제학자 폴 새뮤얼슨도 "물가를 1% 낮추려면 국내총생산(GDP) 4%를 포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톨 폴'(Tall Paul·키 201cm)로 불렸던 폴 볼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1979년 연준 의장으로 취임한 볼커는 당시 14%를 넘는 살인적인 고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살인적으로 끌어올렸다. 연준 기준금리는 1980년 17.60%, 1981년에는 21.00%까지 치솟았다. 

그 과정이 평탄했을 리 없다. 1981년 미국 실업률은 11.0%에 달했다. 수많은 가계와 기업이 파산했다. 볼커는 살해 위협에 시달린 나머지 권총을 차고 다녔다. 

볼커가 강단을 보인 덕에 미국 물가상승률은 1983년 3.2%까지 떨어졌다. 인플레이션이 진정되면서 1980년대 미국 경제는 황금기를 맞았다. 볼커는 '가장 위대한 20세기 중앙은행장'이란 찬사를 얻었다.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순 없다. 일단 고통을 감수하고서라도 물가를 잡아야 그 후 성장을 누릴 수 있다.

▲ 안재성 경제산업 에디터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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