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성의 경제분석] 또 중대재해 터진 요진건설…중대재해법은 장식인가
김기성
bigpen@kpinews.kr | 2023-01-16 14:05:30
중대재해처벌법, 입법에서 시행까지 3개월…'날림 법안' 논란
안전조치 개선보다 법적 회피 급급한 기업들…로펌만 돈 벌어
대기업 오너·CEO는 법 뒤에 숨고 중소기업은 경영 공백 우려
건설현장에서 새해 들어 첫 번째 중대 재해사고가 발생했다. 요진건설이 진행하고 있는 경기도 화성시 팔탄면의 한 물류센터 신축공사 현장에서 지난 14일 근로자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했다. 이동식 크레인으로 틀비계(이동형 발판계단)를 들어 올리는 작업 도중 크레인이 철근 구조물에 부딪히면서 철근 더미가 무너져 근로자를 덮친 것으로 알려졌다.
요진건설은 지난해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건설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중대재해가 발생한 기업이다. 지난해 2월 성남시 수정구의 한 건설 공사 현장에서 승강기 설치 작업 중에 추락사고가 발생해 2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공교롭게 첫 번째 중대재해를 일으킨 기업이 올해 들어서도 첫 사고를 일으킨 것이다.
요진건설, 시공능력 70위권…호텔업도 영위
요진건설은 업력이 47년에 달하고 시공능력 순위 70위권의 중견건설업체다. 요진와이시티라는 브랜드로 일산과 아산 등지에서 부동산 개발업으로 성공한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2018년에는 캐피탈호텔을 1400억 원에 인수해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으로 재개장해 호텔업으로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한마디로 건설현장에서 안전수칙을 점검하지 못할 정도의 작은 기업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작년 승강기 추락사고나 올해 철근 압사 사고는 모두 안전수칙만 제대로 지켰다면 예방할 수 있었던, 대표적인 안전불감증에 따른 사고에 해당한다. 더구나 작년 사고로 건설업계 1호 사고라는 불명예를 안았음에도 또 유사 사고가 발생한 것은 안전에 대한 체계적인 개선 노력이나 관리 감독이 부족했다는 비난을 받기에 충분한 게 사실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 사망자는 더 늘어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CEO를 처벌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 중대재해처벌법은 지난해 1월27일부터 시행됐다. 그런데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작년 11월까지 이 법을 적용받는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는 212건에 236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1년 전에 비해 7.3%가 늘어난 것이다. 건설업만 떼 놓고 보더라도 사망자가 101명에서 105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사고의 내용을 분석해 보면 중대재해처벌법이 전혀 효과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전체 사고의 60% 이상이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켰다면 예방할 수 있는 추락이나 끼임, 부딪힘 사고였다는 얘기다. 작업 절차를 준수하고 근로자에게 보호구 착용을 제대로 했더라면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
기업들, 안전 조치 개선보다는 법적 회피에 급급
중대재해처벌법이 왜 효과를 나타내지 못한 것일까? 전문가들은 이 법이 입법에서 시행까지 3개월밖에 걸리지 않은 날림 법안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기업에게 준비할 시간을 주고 또 안전 조치에 대한 명확한 기준도 마련하지 않은 상황에서 법이 시행되다 보니까 기업들은 당장 형사처벌을 면하는 쪽으로만 관심을 가지게 됐다는 것이다.
예방을 통해 중대사고를 줄이는 데 에너지를 집중해야 함에도 처벌을 덜 받기 위해 더 많은 시간과 돈을 쓰는 결과를 빚게 됐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중견 이상의 건설사들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초기부터 대형 로펌의 자문을 받고 있고, 사고가 나면 우선 로펌을 찾는 것이 관례로 굳어졌다. 결국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법을 급하게 시행하면서 로펌들만 재미를 보는 결과를 빚게 된 것이다.
중소 건설업체는 경영 공백도 우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대기업들은 소위 바지 대표를 내세우거나 안전책임자라는 직책을 만들어 오너나 CEO는 법 뒤로 숨고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은 대부분 오너가 대표를 맡고 있어서 이런 편법을 사용하는 길조차 막혀있다. 따라서 대표가 징역형을 받게 되면 경영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기업 자체의 존재마저 위협받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법적 미비점은 앞으로 보완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대표가 책임져야 할 안전 관련 규정, 그리고 현장 책임자가 준수해야 할 규정 등이 명확히 정해져야 할 것이다.
요진건설, 첫 번째 사고 이후 안전대책에 대한 철저한 조사 필요
다만 이번 요진건설의 두 번째 중대재해 사고는 법 시행 이후 기업들이 안전수칙을 지키고 개선하기 위해 과연 어떤 노력을 했고, 어디에 돈을 썼는지를 점검해 보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작년 승강기 추락사고 이후 회사 차원에서 어떤 조치를 취했고, 그 과정에서 대표를 비롯한 안전책임자들이 어떤 노력을 했는지를 따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부족하거나 소홀히 한 것이 있으면 대표자뿐 아니라 오너의 책임을 묻는 것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KPI뉴스 / 김기성 대기자 bigpe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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