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성의 경제분석] 에이스와 시몬스, 비방보다 품질과 기술로 경쟁하라

김기성

bigpen@kpinews.kr | 2023-01-10 17:01:42

침대업계 형제 기업의 볼썽사나운 상호 비방
기술 경쟁으로 시너지효과 본 아디다스와 퓨마

침대업계에서 1, 2위를 다투는 형제기업인 에이스 침대와 시몬스가 가격 인상을 두고 정면으로 충돌했다. 에이스 침대의 안성호 대표는 시몬스 안정호 대표의 형이다. 두 형제는 안유수 회장의 아들로 2000년대 초반 각각 회사를 물려받아 그동안 동종 업계에서 선의의 경쟁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그런데 시몬스는 새해 들어 경기가 불황인 상황에서 소비자에 부담을 줄 수 없다며 2년 연속 가격을 올리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거기서 끝났으면 좋으련만 시몬스는 에이스가 지난해 가격을 최대 20% 올렸고, 씰리침대와 템퍼도 두번 가격을 인상했다고 지적했다. 경쟁사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우리 업계의 풍토에서 다소 벗어난 것은 물론 형의 에이스를 콕 집어 비교한 것이다.

그러자 이번에는 에이스가 나섰다. 시몬스가 그동안 가격을 얼마나, 그리고 몇 번이나 인상했는지 일일이 열거하며 반격에 나섰다. 최근 5년 동안 에이스는 가격을 단 두 차례 올렸지만 시몬스는 여섯 차례 올렸다고 지적했다. 또 두 회사 제품의 가격을 비교하면 에이스는 30% 정도 올렸지만 시몬스 제품은 87%까지 올렸다고 강조했다.

▲ 시몬스 침대 광고. [시몬스 제공]

동종업계 형제 기업 '삼립과 샤니', '반도건설과 IS동서'


우리 재계에서 형제가 같은 업종에서 경쟁하는 경우는 상당히 희박하다. 산업계가 재벌의 상속으로 3세, 4세로 분화하면서 상속이 이뤄졌지만, 형제가 같은 업종을 나누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다만 일부 기업에서 한 형제가 모기업을 맡고 다른 형제가 관련 계열사나 규모가 작은 관계사를 맡으면서 동종업계에 종사하는 사례는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삼립식품이다. 창업주 허창성 회장의 장남 허영선 회장은 삼립식품을 맡았고 차남인 허영인 회장은 삼립식품의 10분의 1에 불과한 샤니를 맡았다. 둘은 치열하게 경쟁했고 그 결과 삼림식품은 결국 샤니에게 합병되고 말았다.

또 동종업계에서 형제가 힘을 합쳐 경영하다가 한 명이 분가하면서 자연스럽게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경우도 있다. 반도건설 권홍사 회장은 아이에스동서 권혁운 회장의 친형이다. 권혁운 회장은 권홍사 회장이 운영하던 건설사에 입사해 건설업계에 발을 들였다가 5년 만에 독립해 아이에스동서의 모태인 일신건설산업을 세워 형으로부터 독립했다. 지금은 두 기업 모두 대기업에 속할 만큼 성공적인 경영을 이끌고 있다.

아디다스와 퓨마, 경쟁심리가 성장의 밑거름

세계적 신발기업인 아디다스와 퓨마는 형제기업으로 시작했다. 아디다스의 아돌프 다슬러와 형인 루돌프 다슬러는 봉제 기술자였던 아버지로부터 신발제조 기술을 배워 1924년 '다슬러 형제 신발 공장을 설립했다. 이 회사는 세계 최초로 고무 운동화를 개발했고 올림픽 육상 경기에서 이 운동화를 신은 육상선수들이 금메달을 따내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을 치르는 동안 나치에 대한 두 사람의 생각 차이로 결국 사업적으로 갈라서게 된다. 그렇게 해서 생긴 것이 동생 아돌프의 아디다스와 형 루돌프의 퓨마다.

아디다스는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독일 대표팀은 아디다스가 만든 미끄러지지 않는 특수 스파이크를 장착한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전반은 0대2로 독일이 뒤졌지만, 후반 들어 폭우가 내리면서 전세가 역전됐다. 폭우로 경기장이 진흙탕으로 바뀌자 헝가리 선수들은 자주 미끄러진 데 비해, 서독 대표팀은 아디다스 신발 덕분에 상대적으로 경기를 유리하게 이끌어 3대2로 우승할 수 있었다. 이 얘기는 '베른의 기적'이라는 영화로 만들어져 아디다스를 세계적 브랜드로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퓨마 역시 월드컵으로 이름을 세계에 알렸다. 아디다스와의 경쟁에서 질 수 없다는 생각에 각고의 노력으로 브라질 대표팀에게 축구화를 공급하게 된다. 마침내 1970년 멕시코 월드컵 결승전에서 펠레가 퓨마 축구화 끈을 고치는 장면이 전 세계에 중계되면서 퓨마의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된 것이다.

이처럼 형제가 동종업종에 종사하면 다른 어떤 기업보다도 경쟁이 치열해진다고 한다. 그 결과 서로의 치부를 드러내며 망하는 경우도 있지만, 기업발전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시몬스와 에이스처럼 가격 인상을 두고 싸우는 것은 볼썽사나운 것임에 틀림없다. 품질과 기술로 서로를 시기하고 경쟁한다면 보다 좋은 결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KPI뉴스 / 김기성 대기자 bigpe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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