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필서명 미비·고지의무 위반…끊이지 않는 보험 불완전판매, 왜?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3-01-05 17:15:54

"고객 마음 바뀔까 두려워"…자필서명 대신해 가입 처리
건강 정보 거짓으로 입력하기도…발각 시 보험금 못받아

김 모(28·여) 씨는 지인에게 소개받은 보험설계사를 통해 최근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했다. 

그런데 김 씨는 보험 청약 신청 서류에 자필서명을 하지 않았다. 김 씨는 전화로 청약 의사를 밝혔는데, 보험설계사는 따로 청약 신청 서류를 들고 방문하지 않았다. 

자신이 다 알아서 할 테니 걱정 말라며 나중에 보험사에서 전화가 오면 "예, 예"라고 답변만 하라고 했다. 김 씨는 보험설계사가 권하는 대로 했지만, 이래도 되는지 불안했다. 

윤 모(46·여) 씨는 얼마 전 모르는 보험설계사에게 연락을 받았다. 처음에는 어디서인지 모르게 자기 개인정보가 새나갔다는 생각에 기분이 별로였지만, 마침 보장 필요성을 느끼던 터라 만나보기로 했다. 

보험설계사는 월납 보험료 11만2000원 짜리 종신보험을 권했다. 윤 씨도 그가 설계한 보장이 마음에 들어 가입하기로 했다. 

그런데 윤 씨가 고혈압과 당뇨로 통원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히자 보험설계사는 표정이 안 좋아졌다. 보험설계사는 "이대로는 가입이 거절될 수 있다"며 윤 씨 건강정보 기입 서류를 대신 통원 치료 사실이 전혀 없는 것으로 썼다. 

윤 씨가 "그래도 되냐"고 묻자 보험설계사는 "아무 문제없다. 5년 후에는 보험금 다 나온다"고 안심시켰다. 

▲ 금융당국과 보험상품 불완전판매를 근절하려고 다각도로 노력 중이지만, 여전히 사라질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보험상품 불완전판매는 보험업계의 해묵은 난제다. 금융당국은 여러 차례 "불완전판매를 뿌리 뽑겠다"고 강조했다. 보험사들도 보험설계사들에게 관련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으며, 혹여 불완전판매가 없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보험 가입자 모두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본다. 

그럼에도 불완전판매는 줄었다가 다시 늘어나기를 반복할 뿐, 좀처럼 사라질 기미가 없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험 법인대리점(GA) 엘앤알자산관리 소속 보험설계사가 고객 자필서명을 빠뜨렸다가 적발됐다. 해당 보험설계사와 GA는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GA 대한금융보험 소속 보험설계사도 자필서명으로 과태료 20만 원을 부과받았다. 소속 GA는 과태료 30만 원을 물게 됐다. 

지난해 보험 불완전판매로 보험사와 GA가 금감원 제재를 받은 사례는 총 84건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적발되지 않은 건수가 그 10배 이상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보험설계사 A 씨는 "자필서명 미비, 사실과 다른 건강정보 고지, 한도(3만 원)를 넘는 특별이익 제공 등은 흔한 일"이라고 했다. 

그는 보험사가 전화를 걸어 확인하는 절차는 아무 소용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보험설계사가 미리 고객에게 "예, 예"라고만 답하라고 교육시키기에 불완전판매를 사전에 차단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전화를 통한 확인이 불완전하다는 지적은 통감한다. 그러나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왜 보험설계사들은 불완전판매를 거듭하는 걸까. 보험설계사 B 씨는 윤 씨 사례를 듣더니 "해당 보험설계사는 청약 서류를 갖춰 방문하는 사이 고객 마음이 바뀔까 두려웠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는 "보험상품은 가입 기간이 길어 망설이는 고객들이 많다. 가입할 듯 하다가 마음을 바꾸는 경우도 흔해 보험설계사들은 항상 빨리 처리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B 씨는 "자필서명 미비나 사실과 다른 건강정보 고지 등은 결국 보험설계사들이 한 건이라도 더 계약을 따내려는 몸부림 탓"이라고 강조했다. 

보험설계사들은 대부분 기본급이 없으며, 수입 전액이 판매 실적에 따른 인센티브다. 보장성보험은 월납 보험료의 700~800%, 변액보험은 400~500%, 일반 저축성보험은 200~300% 수준이다. 

월납 보험료 10만 원짜리 보장성보험을 하나 팔면, 70만~80만 원의 인센티브를 받는 셈이다. 판매 실적이 없으면 수입도 제로(0)이므로 신계약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보험설계사들은 입을 모은다. 

A 씨는 "보험설계사 소득이 너무 적은 것도 이유 중 하나"라고 했다. 보험대리점협회에 따르면, 2021년 손해보험 전속 보험설계사 월 평균 소득은 256만 원으로 2019년(299만 원) 대비 7.6% 줄었다. 같은 기간 생명보험 전속 보험설계사 월 평균 소득은 336만 원에서 323만 원으로 2.0% 감소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2022년 소득은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늘어날 가능성보다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보험설계사 C 씨는 "그나마 일부 고소득 보험설계사들이 평균치를 끌어올렸다. 실제 보험설계사 대부분은 그보다 훨씬 소득이 적다"고 지적했다. 저소득으로 생활고에 시달리니 불완전판매까지 감수하는 경우가 빈발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불완전판매는 결국 고객에게 피해를 끼칠 우려가 높다. 자필서명이 미비한 경우는 보험금 전액을 받지 못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는 2010년부터 "자필서명이 없는 경우에도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입장이지만, 지급 액수는 총 보험금의 70~80% 수준으로 제한하고 있다. 

사실과 다른 건강정보 고지는 더 위험하다. 보험설계사들은 "5년 후에는 보험금이 나온다"고 흔히 이야기하지만, 이는 고지하지 않은 항목과 연관이 없는 경우에만 해당한다. 고지하지 않은 항목과 연관된 보험금은 지급이 거절된다. 윤 씨 케이스는 고혈압 및 당뇨와 연관될 질병으로는 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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