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만 코트 입고 참배…다른 상무위원들은 양복 차림
주석단 15개 좌석 중 1석은 공석채로…김영철은 '와병중'
소년단 기사에 '위대한 태양' '자애로운 어버이' 우상화북한군 서열 1위였던 박정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겸 노동당 비서가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 겸 당 비서뿐만 아니라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에서도 해임된 것으로 보인다.
▲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0월 만경대혁명학원과 강반석혁명학원 창립 75돌 기념행사에 참석한 뒤에 구내식당에서 맞은편의 박정천 정치국 상무위원 등에게 뭔가를 지시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캡처] 또한 '천안함 폭침'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영철 전 노동당 대남 담당 비서(통일전선부장)은 와병 중인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 북한 관영 매체는 지난 1일 엿새간 진행된 제8기 6차 당 전원회의(12. 26∼31)에서 논의한 '조직문제'(인사) 결과를 전하면서 "박정천 동지를 해임하고 리영길 동지를 당중앙위 비서로 선거(선출)"했고 "박정천 동지를 소환(해임)하고 리영길 동지를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보선(선임)했다"고 보도했다.
리영길은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겸 당 비서로 선출됐지만, 박정천의 주요 보직 중 하나로 노동당의 최고 직위인 정치국 상무위원에는 오르지 못했다. 박정천이 당 정치국 상무위원에서도 해임됐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박정천이 상무위원 직책만을 유지하고 있을지, 모든 보직에서 해임됐는지는 좀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 북한 관영 매체가 2일 공개한 새해 첫날 김정은 위원장의 금수산태양궁전 참배한 사진을 보면, 김 위원장만 코트를 입고 있고 다른 상무위원들은 양복 차림이다. 박정천은 빠져 있다. [조선중앙통신 캡처] 그런데 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은 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새해 첫날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소식을 전하면서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들인 김덕훈, 조용원, 최룡해, 리병철 동지를 비롯한 당중앙지도기관 성원들이 참가했다"고 전했다.
상무위원회 위원들 호명에서 박정천이 빠진 것이다. 노동신문과 중앙통신에 공개된 참배 사진에서도 박정천은 보이지 않는다. 이에 비추어 박정천은 상무위원 직책에서도 해임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을 포함해 당 정치국 상무위원을 3~6명으로 탄력적으로 운용해 왔다.
앞서 지난해 4월 북한은 상무위원회를 기존의 김정은 위원장, 조용원 당 조직비서, 김덕훈 내각총리,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박정천 당비서 겸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의 5인체제에서 리병철 당비서를 포함한 6인 체제에서 늘린 바 있다.
하지만 정치국 상무위원은 지난 1966년 10월 2차 당대표자회에서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위원회 상무위원회'라는 이름으로 처음 설치된 이후 줄곧 3~5인 체제로 운영되다가 6인 체제가 된 것은 지난해 4월이 처음이다. 이에 비추어 현재 박정천의 자리는 공석인 것으로 보인다.
당중앙위원회 정치국은 명실상부한 북한의 최고 권력기구다. 그중에서도 상무위원은 정치국의 핵심이다.
▲제8기 6차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연설할 때 다른 정치국 상무위원들과 달리 박정천 상무위원(원내)은 고개를 숙이고 열심히 받아적고 있는 모습이다. [조선중앙통신 캡처] 하지만 지난 연말에 열린 당 전원회의(8기 6차) 주석단의 15개 좌석 배치 사진을 분석해 보면, 인민군 원수이자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으로 군서열 1위인 자도 '파리 목숨'임을 알 수 있다.
관영 매체에 공개된 전원회의 주석단에는 당 정치국 상무위원 6명과 위원 9명의 자리가 마련됐다. 전열에는 정중앙의 김정은 좌석을 포함해 7석이 배치됐고, 후열에는 군부 수뇌부 3인을 포함해 8석이 배치됐다.
박정천은 이 가운데서 전열 왼쪽에서 두번째에 자리했다. 김정은이 연설할 때 다른 상무위원들과 달리 고개를 숙이고 열심히 받아적는 박정천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조직문제(인사)가 끝나고 김정은이 퇴장할 때 사진을 보면, 박정천의 자리에 명패와 물잔은 그대로 있는데 박정천은 이미 주석단에서 사라지고 없다. 떠날 때는 말없이 사라진 것이다.
▲ 제8기 6차 전원회의가 끝날 때 배치된 주석단 좌석을 보면, 전열(1열)의 왼쪽 두번째와 후열의 왼쪽 끝 좌석이 비어 있다. 1열 두번째는 박정천 상무위원이 앉아있던 자리이고, 후열 끝자리는 '와병중'인 김영철의 자리(공석)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 캡처] 한편 후열(두 번째 줄)의 왼쪽 끝자리 좌석은 전원회의 내내 빈자리였다. 다른 좌석의 책상에 놓인 명패와 물잔도 이 자리에는 없었다. 자리는 있지만 비워놓은 '공석'인 것이다.
후열은 공석을 제외하고 왼쪽부터 박정근 국가계획위원장, 박태성·김재룡 비서, 전현철 부총리, 이영길 국방상, 정경택 총정치국장, 이태섭 총참모장 등이 자리했다.
통일부는 전원회의 결과를 분석하면서 "정치국 위원급 인사 중 김영철이 주석단에 모습을 보이지 않아 배경을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김영철이 노동당 대남 담당 비서로 조선아태평화위원장을 겸임했을 때 아태측 인사들과 접촉한 적이 있는 대북 소식통은 "김영철 전 위원장은 현재 와병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관영 매체가 2일 공개한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사진을 보면, 김 위원장만 코트를 입고 있고 다른 상무위원들은 양복 차림이어서 눈길을 끈다.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은 북한에서 '최고의 성지'다. 또한 시신 방부 처리와 실내의 일정한 온도·습도 유지를 위해 막대한 비용을 쓰고 있다.
이곳을 참배한 해외 인사들에 따르면, 참배하려면 일단 밖에서 1시간 정도 걸리는 까다로운 신원 검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신원 확인이 끝나면 영하 20도를 밑도는 강추위에도 외투와 모든 소지품을 맡겨야 한다.
▲ 김정은 위원장이 과거에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을 때의 복장 [조선중앙통신, 노동신문 캡처] 김정은도 동절기에 인민복을 입거나 양복을 입고 참배했다. 김정은이 얇은 가죽 코트를 입고 참배한 적은 있지만 두터운 겨울 코트를 입고 참배한 것은 이례적이다. 당연히 공개된 사진에서 코트를 입은 자는 김정은뿐이다.
▲ 북한 관영매체들은 2일 김정은 위원장의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소식과 함께 조선소년단 제9차대회 대표들과 뜻깊은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캡처] 관영매체들은 이날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소식과 함께 "사회주의조선의 위대한 태양이시며 온 나라 대가정의 자애로운 어버이이신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께서 2023년 새해의 첫날 조선소년단 제9차대회 대표들과 뜻깊은 기념사진을 찍으시었다"고 보도했다.
'위대한 태양'이자 '대가정의 자애로운 어버이'는 집권 10년을 맞이해 김일성·김정은 추모공간에서 코트를 입어도 될 만큼 '동격'이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