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중대선거구제 검토 필요"…소선거구제 개편론 불붙나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 2023-01-02 15:27:10

尹 "지역별로 2~4명 선출…소선거구, 진영 양극화"
김진표 "소선거구제 한계…3월까지 선거제도 확정"
주호영 "빠른시간내 의견수렴"…野 김동연도 "환영"
소선거구 고수 영호남 의원 반발·3개월 시한 걸림돌

새해 벽두부터 국회의원 선거구제 개편 논의가 불붙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면에 나섰기 때문이다. 김진표 국회의장도 합세했다.

방향은 현행 소선거구제에서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느냐다. 행정·입법부 수장이 동시출격한 만큼 그 어느때보다 개편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 윤석열 대통령과 김진표 국회의장. [뉴시스]

윤 대통령은 2일 공개된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중대선거구제를 통해 대표성을 좀 더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선거제는 다양한 국민의 이해를 잘 대변할 수 있는 시스템이 돼야 하는데 소선거구제는 전부 아니면 전무로 가다 보니 선거가 너무 치열해지고 진영이 양극화되고 갈등이 깊어졌다"는 판단에서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때부터 중대선거구제에 대한 긍정적 입장을 개진해왔다. 하지만 취임후 공개 언급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모든 선거구를 중대선거구제로 하기보다는 지역 특성에 따라 한 선거구에서 2명, 3명, 4명을 선출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며 제안도 했다. 현행 소선거구제는 1개 지역구에서 의원 1인만 뽑는다. 중대선거구제는 2, 3인을 선출한다.

김 의장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소선거구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현행 소선거구 제도는 사표가 많이 발생해 국민 뜻이 제대로 선거 결과에 반영되지 못하고 '승자 독식'으로 정치권 대립과 갈등을 증폭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오는 3월 중순까지는 내년 시행할 총선 선거 제도를 확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 의장은 "(소선거구제) 대안의 하나로 중대선거구 제도도 제안되고 있다"며 "그 밖에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포함해 여러 대안을 잘 혼합해 선거법을 새롭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늦어도 2월 중순까지는 선거법 개정안을 복수로 제안하고 본회의를 통해 300명 국회의원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회의에 회부, 3월 중순까지는 내년 시행할 총선 선거 제도를 확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전원회의는 총선 룰을 바꾸는 선거법 개정은 여야 합의가 어려워 의원 전원이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자는 구상이다. 수정안 제출 권한이 있는 전원위원회는 재적의원 4분의 1 이상의 요구만 있으면 하루 2시간씩 이틀 내로 열 수 있다.

김 의장은 "지역 균형 발전에도 도움이 되고 국민 표심이 선거에서 비례적으로 나타나야 한다"며 "가령 호남에서도 보수 정치인들이, 대구 경북에서도 진보 정치인들이 당선돼 지역 표심을 반영할 수 있는 정치 제도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김 의장은 지난달 26일 여야 정개특위 위원들을 의장 공관으로 초청해 만찬을 하며 "총선 1년 전인 2023년 4월(법정기한)까지 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며 각 당에 2월까지 선거법 개정안을 제출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과 김 의장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중대선거구제를 부각해 물밑 교감설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그간 정치권에서 중대선거구제 도입 논의가 총선 때마다 진행됐으나 매번 소득 없이 끝났다. 보수 정당은 영남권, 진보 정당은 호남권에서 반발이 극심했던 탓이다. 양대 권역 지역구 의원들이 기득권을 지키려고 선거구제 개편에 결사 반대했다. 이번에도 이들의 저항을 넘어서는 게 최대 과제다.    

공을 넘겨 받은 국회 정개특위 소속 여야 의원은 중대선거구제 도입에 긍정적 기류다. 특위 내 정치관계법 심사소위는 오는 10일쯤 심사를 본격화할 방침이다. 특위는 내달 선거제 개편과 관련한 공청회를 열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소선거구제를 고수하는 영·호남을 시작으로 전국 주요 도시를 돌며 중대선거구제 도입에 대한 여론을 환기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대구시 신년인사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 발언에 힘을 실었다. 주 원내대표는 "정개특위를 통해서도 논의가 있을 것"이라며 "의원총회 등을 통해 당에서도 선거제도에 관한 의견들을 빠른 시간 안에 수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과 국회의장의 제안을 환영한다"며 "여와 야가 기득권을 버리고 선거제도 개혁에 나서주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동연 경기지사도 페이스북에 "환영한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말이 아니라 실천이 필요한 때"라며 "여야 정치권의 결단을 촉구한다"고 썼다.

그러나 전례를 보면 이번에도 용두사미에 그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만만치 않다. 중대선거구제 도입이 총선 때마다 여야의 '정치적 구호'에 그쳤기 때문이다. 더욱이 공직선거법 개정안 시한이 3개월여밖에 남지 않아 일정이 촉박하다. 영·호남 의원 반발에다 선거구 획정·비례대표 의원 정수·연동형 비례제 폐지 등이 맞물려 여야 합의 과정이 산넘어 산이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를 야당 탄압으로 규정해 대여 공세의 고삐를 갈수록 조이고 있다. 선거법 개정에 협조하기에는 당내 사정이 불안하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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