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균 칼럼] 포말과 심해 흐름, 다시 과학기술에 기대며

UPI뉴스

| 2022-12-19 10:37:00

기후변화와 에너지 문제, 과학기술이 근원적 해법
자유경쟁시장에만 전적으로 맡겨둘 수 없는 문제
정부,탄소 포집·저장·전환·활용 촉진에 적극 나서야

에너지 가격의 높은 변동성과 그로 인해 경제주체들을 압박해왔던 물가 불안정이 여전하지만 점차 변화하는 복합 국면을 고려하는 정책적 신중함의 반영인 것일까.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2022년 중반 이후 네 차례 연속 단행했던 0.75%포인트, 이른바 '자이언트 스텝' 금리인상도 12월에 와서는 0.5%포인트 '빅스텝' 인상으로 바뀌었다.

공급 및 국제정치 요인이 크게 작용한 에너지 가격 문제의 근원 대책이 통화정책은 아니겠으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진정에 큰 폭의 금리인상이 필요조건으로 인식되어 왔고 12월 정책 변화를 계기로 에너지 가격을 포함한 물가의 향방 등이 계속 주목받는 형국이다.

금년 들어 한동안 유가 변동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사이에 화석연료가 초래하는 기후변화 대응 노력, 즉 탄소 배출의 주된 원인이 되는 석유와 같은 에너지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종전의 정책우선순위는 잊혀지는 분위기마저 감지된다.

에너지시장 안정에 필요한 석유 증산을 위해 바이든 미국 대통령 등 백방으로 뛰는 서방 정치지도자들과 이를 애써 외면하는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총리 등 중동 산유국 지도자들의 모습이 극명하게 오버랩되며 전통 화석에너지의 위력은 여전히 건재함도 한껏 과시되었다.

해면에 일어나는 포말에 집중하다 보면 기조적인 심해의 흐름에는 잠시 눈을 떼게 되는 것이 인간 항해자에게 어쩔 수 없는 모습인 것일까. 에너지시장 불안 등 문제에 대응하는 초점이 포말에 일시 쏠려있을 수 있다 하더라도 심해 흐름을 중시하는 본연적 노력의 긴요함은 언제나 강조되어야 한다.

기후변화와 에너지 문제에는 과학기술의 힘이 근원적인 접근방법이 될 수밖에 없다. 탄소 포집, 저장, 전환, 활용(carbon capture, storage, conversion, and utilization)이 탄소 배출에 의해 초래되는 기후변화 위기와 현실 세계에서 직면하고 있는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디딤돌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과학기술의 힘은 그 가능성을 충분히 제시하고 있다. 화석연료를 탄소중립적인 영역으로 변화시키는 과학기술의 혁신적 힘이 그 원동력이다. 저명한 과학 학술지 네이처(Nature) 등을 통해 발표되고 있는 연구개발(R&D)의 최근 동향을 보자.

공기중에 포함되어 있는 탄소를 에너지를 적게 들여 분리하고 포집할 수 있는 전자화학적(electrochemical) 혁신 기술이 연구개발되는 가운데 포집된 탄소를 땅속에 저장하는 데 따르는 누출 위험 등 안전성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탄소를 영구적인 고체(solid) 형태로 만들어 위험 없이 보관할 수 있게 하는 연구 또한 이루어지고 있다.

공기중에 있는 탄소량의 120배에 달하며 전체 탄소 배출량의 40%를 머금고 있는 바닷물에서 직접 탄소를 포집하려는 획기적인 기술도 연구되고 있다. 아울러 바닷물에서 포집된 탄소를 합성연료(synthetic fuel) 소재로 전환하여 활용토록 하는 연구가 병행되고 있다.

화석연료의 고갈과 유가의 높은 변동성에 대비하고 에너지 안정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여야 하고 그 방편의 하나는 공기나 바닷물에 있는 탄소를 가솔린 계열 등 실생활에 쓰이는 연료로 직접 전환해 활용하고 저장하는 것인데 이에 관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배출된 탄소량을 축소해 나가는 동시에 기존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이다. 에너지 생산의 지속성과 안정성이 떨어지는 태양열이나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의 한계를 극복하는 대안이기도 하다.

기술의 진보는 공기중에 있는 탄소와 물(H2O)을 포집한 다음 전기분해(electrolysis) 과정을 거쳐 수소(H2)와 탄소를 결합하여 수소연료(hydrocarbon fuel)를 생산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생산된 수소연료는 저장되고 활용되며 또한 활용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는 재포집되어 에너지로 재전환됨으로써 순제로(net-zero) 탄소 사이클을 형성토록 할 수 있다. 향후 전환된 에너지의 활용분보다 저장분이 더 많아질 경우 인류가 고대하는 음(-)의 탄소 배출(negative emission)도 실현될 수 있게 된다. 스위스의 Climeworks, 독일의 Siemens, 미국의 Velocys, Primus Green Energy 등 선도 기업들은 이러한 기술을 규격화하여 상업화하는 단계에 들어간 상태다.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여야간 첨예한 이슈가 되었던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of 2022)은 기업들의 탄소 포집 및 저장 등을 위한 활동에 많은 세제 혜택(tax incentives)을 제공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 법률을 적극 입안한 바이든 행정부가 2050년까지 탄소 배출 순제로를 달성하고 에너지시장 안정을 도모하는 데 다시 과학기술을 핵심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시사한다.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의 탄소 포집 및 저장 등 시설 구축 계획은 2020년까지 100개 미만에 머물렀으나 2021년 200개를 상회하고 2022년 현재 300개에 근접하는 가파른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기후변화와 에너지 문제에 접근하는 글로벌 패러다임의 최근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흐름이다. 과학기술의 힘에 기대며 실천가능한 현실 속의 접근방법을 추구하려는 움직임이라 하겠다.

탄소 포집, 저장, 전환, 활용 등을 위한 과학기술 활동에는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 뿐 아니라 보이는 손(visible hand)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과학자들의 연구와 기업들의 노력을 지원하고 촉진하는 데 정부와 입법부가 나서야 한다. 기후변화와 에너지 문제의 해결을 자유경쟁시장에만 전적으로 맡겨둘 수 없음을 직시하며 산학정(産學政)의 융합을 도모해야 한다.

앞으로도 변동성과 변화에 직면할 에너지시장과 인류의 미래를 생각할 때 포말을 보되 심해의 흐름을 함께 살피는 선구자(avant-garde)의 통찰력과 실천력이 과학기술의 힘을 바탕으로 한층 더 발휘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 조홍균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부원장 


글: 조홍균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부원장, 미 워싱턴대 법학박사(J.D./J.S.D., 법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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