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성의 경제분석] 곡학아세(曲學阿世)의 끝판왕 통계 왜곡
김기성
bigpen@kpinews.kr | 2022-12-16 17:25:37
소득주도 성장, 집값 통계가 의혹의 핵심
통계는 국가의 나침반…조작은 국정농단
독재국가에서 벗어나 민주국가로 발전하기 위한 여러 정치, 경제 사회적 요건들이 있다. 그 가운데서 경제, 사회적 관점에서 본다면 정확한 통계가 필수적이다. 정부가 제대로 정책을 수행하고 있는지 따져보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게 통계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이 페트로 달러를 위협하면서 기축통화의 지위를 넘보고 있지만, 중국의 위안화가 기축통화가 될 수 없는 가장 근본 요인 중의 하나가 바로 중국의 통계를 믿을 수 없다는 데 있다. 오죽했으면 "바보들만 중국의 통계를 믿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감사원, 文 정부 통계 의혹 조사
감사원이 최근 황수경, 강신욱 전 통계청장을 불러 문재인 정부의 통계 조작 의혹을 본격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의혹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지난 2017년 최저임금을 16.4%나 한꺼번에 올렸다. 그런데 이듬해인 2018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발표에서는 하위 20%, 즉 1분위의 소득이 역대 최대폭인 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계기로 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이 허구라는 비난이 힘을 얻게 됐다. 당시 통계청장은 황수경 씨였다.
그런데 당시 청와대는 통계청에 비공개 소득자료를 요청해 이에 대한 분석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맡겼다. 이때 선임연구위원은 황수경 씨를 이어 통계청장에 오른 강신욱 씨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연구를 바탕으로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주도 성장의 긍정적인 효과가 90%라는 발언을 했다.
그리고 2018년 8월 통계청장은 황수경 씨에서 강신욱 씨로 바뀌게 된다. 취임한 지 불과 13개월 만에 물러난 황 전 청장은 이임식에서 '통계는 객관성이 중요하고 그것이 통계청이 견지해야 할 점'이라는 발언을 해 압박에 의한 교체라는 사실을 에둘러 표현했다.
文 정부, 집값 통계도 조작한 의혹
이번 감사원 감사에서는 집값과 관련한 통계도 조작된 의혹을 포착해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김현미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은 3년간 서울 집값이 11% 올랐다고 주장했다. 한국부동산원의 자료를 바탕으로 이런 주장을 내놓은 것이다. 그런데 당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내놓은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52%에 달했다. 또 당시에는 정부 통계와 괴리가 큰 KB 주택통계는 발표가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정책에 유리한 통계치를 확보하기 위해 표본 선정을 왜곡하거나 조사원이 조사한 숫자가 아닌 다른 숫자를 임의로 기입한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국가 통계 조작에 관여한 직원들 사이에 인사상 이익 등 대가가 오간 정황도 포착됐다고 한다. 만약 이러한 의혹들이 사실이라면 이는 국정 농단에 버금가는 범죄행위에 해당한다.
독재자의 달콤한 유혹, 통계 조작
통계는 표본을 선정해 조사하고, 조사된 자료를 분석하고, 이 자료를 해석하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어느 하나라도 불순한 의도가 개입하거나 투명하지 않게 처리되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게 된다. 예를 들어 집값 통계에서 많이 오른 지역은 표본에서 제외하거나 비중을 낮추면 실제보다 낮은 집값 상승률이 나오게 된다.
그러나 그 과정이 지극히 전문적인 것이어서 통계라는 숫자로 발표되면 일반 국민은 믿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독재 권력일수록 통계 조작이라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이러한 독재자의 의도를 견제하고 감시해야 하는 첫 번째 방어막이 바로 통계를 다루는 전문가들이다. 통계라는 전문 분야에 대한 자존심으로 정권의 압박을 이겨야 하는 직업적 사명이 있는 사람들이다.
통계는 미래를 제시하는 나침반이다. 따라서 통계를 조작하면 경제는 잘못된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통계 전문가라는 사람이 권력의 유혹에 빠져 통계를 왜곡, 조작했다면 그것은 학문을 굽혀 권력에 아첨하는 곡학아세의 전형이라고 할 것이다. 알량한 전문 지식으로 자신의 영달을 위해 나라를 그르치는 어용학자라는 비난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KPI뉴스 / 김기성 대기자 bigpe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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