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성의 경제분석] 법인세율 이번에는 인하하는 것이 옳다

김기성

bigpen@kpinews.kr | 2022-12-14 13:53:44

법인세율 인하, 부자감세라고 보긴 어려워
법인세 낮춘다고 투자 늘거란 보장 없지만
지금 세계는 자국중심 공급망 구축 경쟁중
기업 회귀와 외국기업 유치 위해 뭐든 해야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추는 문제를 두고 여야가 극한 대립에 빠져있다. 정치권뿐 아니라 전문가, 일반 국민까지 서로의 정치적 이념에 따라 한 치의 양보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법인세율 인하 문제는 지극히 경제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법인세율을 인하하면 과연 양극화를 더 심화시킬 것인지, 우리의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건지를 따져야 할 것이다.

법인세율 인하가 부자감세인가?

법인세는 기업의 이익에 대해 부과하는 세금이다. 기업은 법인세를 내고 난 뒤 남은 세후 이익으로 주주에게 배당하거나 투자를 하거나 아니면 회사 안에 쌓아둔다. 법인세 인하를 부자 감세라고 주장하는 쪽에서는 법인세율 인하로 늘어난 세후 이익을 주주, 특히 대주주에게 더 많이 배당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기업이 만약 늘어난 세후 이익으로 배당을 늘렸다고 해도 그것이 부자, 대주주에게 돈이 더 많이 돌아가게 하는 것일까? 최고 법인세율 25%가 적용되는 경우는 이익 규모가 1년에 3000억 원이 넘는 기업이다. 우리나라에서 이 정도 이익을 내는 기업은 대부분 상장 기업에 해당한다. 그리고 이들 기업의 대주주 개인의 지분율은 극히 낮은 수준이고 계열사나 국민연금 그리고 소액투자가들이 지분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를 분석한 것을 보면 100억 원을 배당할 경우 이재용 회장 일가와 계열사 등 특수관계인에게 배당금은 10억5000만 원이 지급된다. 지분율 49.9%인 외국인 주주들은 44억9000만 원, 국민연금은 7억7000만 원, 국내 소액주주는 18억3000만 원을 가져간다. 나머지 18억6000만 원은 소득세로 걷게 된다.

따라서 법인세율 인하로 늘어난 세후 이익을 기업이 배당으로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두고 부자 감세, 부자에 대한 혜택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대목이다. 주식 투자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었고 삼성전자의 소액 투자자가 600만 명을 넘어선 상황에서 배당을 늘리는 것이 부자에 대한 혜택은 아니라는 얘기다.

▲법인세 인하 관련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법인세율을 내리면 투자가 늘고 고용이 증가하는가?

법인세율을 낮춰야 한다는 쪽에서는 기업의 법인세 부담이 줄어들면 늘어난 세후 이익으로 투자를 늘리고 고용을 증가시킬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한 지금까지의 연구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결과를 내놓고 있다. 법인세율을 낮춰주더라도 꼭 투자가 활성화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오히려 우리나라의 경험을 보면 투자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답이 나온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를 낮춘 이후 4년간 법인세 감세 규모는 26조7000억 원에 달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기업의 투자 증가 규모는 직전 4년보다 오히려 10조 원 이상 적었다. 감세 혜택은 고스란히 사내유보금으로 쌓였을 뿐 경제 활성화에는 도움이 안 됐다는 얘기다. 

이번에도 법인세 내려도 투자 증가 없을까?

기업은 돈이 되는 곳이 있거나 미래에 대한 확실한 비전이 있다면 빚을 내서라도 투자를 하는 게 원칙이다. 법인세율을 낮춰줘서 돈이 쌓여있다고 무작정 투자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번에도 법인세율을 인하한다고 투자가 증가하고 고용이 늘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기업이 투자를 늘릴지에 대한 예상은 경제 환경을 보고 짐작할 수밖에 없다. 

현재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경제는 커다란 변곡점에 놓여 있다. 기술의 측면에서는 배터리, 수소, 우주항공, AI 등의 분야가 빠른 속도로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또 구조적으로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공급망 재편이라는 숙제를 안고 있는 게 현실이다. 기업은 이러한 변화를 따라잡기 위해 어느 때보다 투자 수요가 많은 시점이다. 지금 투자를 늘리지 않으면 단순히 이익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도태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다.

더구나 법인세 최고세율이 인하되면 혜택을 입게 될 대기업들은 하나 같이 앞에서 열거한 기술 분야에 발을 들이고 있다. 따라서 만약 법인세 인하로 투자 여력이 늘어난다면 이를 마중물로 해서 투자를 확대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크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법인세율 내린다고 외국기업의 투자가 늘어날까?

법인세율 인하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미·중 갈등으로 홍콩을 떠나는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서라도 지나치게 높은 법인세를 낮춰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우리 경쟁국의 법인세율을 보면 홍콩이 16.5%, 싱가포르 17%, 대만 20%에 불과해 우리가 외국기업 유치에 압도적으로 불리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세율 인하를 반대하는 쪽은 우리가 법인세율을 낮춘다고 해도 싱가포르나 대만을 따라잡기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또 세금이 많고 적음이 외국기업 유치에 큰 변수가 아니라는 점도 상기시키고 있다.

물론 양측의 주장, 모두 일리가 있다. 그러나 지금 세계 각국은 전통 굴뚝 제조업부터 첨단 반도체에 이르기까지 리쇼어링, 니어쇼어링을 내걸고 자국 중심의 공급망 구조를 구축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공급망의 약한 고리가 얼마나 큰 문제를 가져오는지 경험했기 때문이다. 또 대만의 반도체에서 보듯이 기업이 단순히 돈을 버는 주체가 아니라 나라를 지키는 방패의 역할을 한다는 점도 절실히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도 뭔가 해야 한다. 법인세율을 낮춰서 외국에 나갔던 우리 기업을 돌아오게 하고 외국기업의 유치를 성사시킬 수 있다면 뭐든 해야 하는 시점이다.

KPI뉴스 / 김기성 대기자 bigpe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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