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핵융합 '순에너지 생산' 성공…E=mc², 실험실서 구현

김당

dangk@kpinews.kr | 2022-12-14 12:22:46

美 에너지부 "이번 성공은 21세기 주요 과학적 돌파구"
'꿈의 에너지'로 향한 첫 발걸음…상용화까지는 수십 년
미 정치권 "'맨해튼 프로젝트'처럼 R&D 투자 집중해야"
미국이 핵융합을 통해 점화에 투입된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하는, 이른바 '순에너지 생산(Net Energy Gain)'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핵융합 반응 실험에서 사상 최초로 에너지 획득량이 소모량을 넘어선 것이다.

▲제니퍼 그랜홀 미 에너지부 장관(가운데)이 13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에너지부 청사에서 백악관 과학 고문인 아라티 프라바카르 박사(맨왼쪽), 마빈 아담스 국가핵안보국(NNSA) 국방 프로그램 부국장과 함께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 연구소(LLNL)의 핵융합 점화 성공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 뉴시스] 

순에너지 이득은 핵융합으로 얻은 에너지가 핵융합에 소모한 에너지보다 많은 양을 뜻한다. 핵융합으로 발전된 에너지양이 소모량보다 많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번 실험에 2.05메가줄(MJ) 에너지를 레이저 형태로 투입해 3.15MJ의 열에너지를 얻는 데 성공했다.

제니퍼 그랜홈 미 에너지부 장관은 13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 에너지부(DOE)와 에너지부 산하 핵안보국(NNSA)은 오늘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 연구소(LLNL)에서 핵융합 점화를 달성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랜홈 장관은 "국방 발전과 클린 에너지의 미래를 위해 LLNL의 국립점화시설(NIF, National Ignition Facility) 팀이 지난 5일 과학적 에너지 손익분기점이라고도 하는 이정표에 도달하기 위해 역사상 최초의 통제된 핵융합 실험을 수행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핵융합은 통제하기 어려운 고도의 기온과 압력 상태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한동안 순에너지 생산은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로 여겨졌다. 현재 연구실 차원에서 핵융합을 실현하는 대표적인 기술로는 토카막(자기밀폐) 방식과 레이저 핵융합(관성밀폐) 방식이 있다. NIF는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에 설치된 레이저 핵융합 연구시설이다.

그랜홈 장관은 "이번 성공은 21세기 주요 과학적 돌파구"라면서, 이는 "국방의 진전과 함께 청정에너지의 미래를 위한 길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번의 진전으로 "탄소가 배출되지 않는 풍부한 핵융합 에너지 가능성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갔다"면서 "'탄소 제로'라는 바이든 대통령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의 판도를 바꿀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의 수석보좌관이자 책임자인 아라티 프라바카르 박사는 "우리는 100년 넘게 융합에 대한 이론적 이해를 해왔지만 그것을 아는 것에서 실천하는 것까지의 여정은 길고 힘들 수 있다"면서 "오늘의 이정표는 우리가 인내심을 가지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이번 실험을 진행한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의 킴 버딜 소장은 "실험실에서 핵융합 점화를 추구하는 것은 인류가 지금까지 도전해온 가장 중요한 과학적 도전 중 하나이며, 이를 달성하는 것은 과학, 공학,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람들의 승리"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 문턱을 넘는다는 것은 60년 동안 헌신적으로 추구해 온 비전"이라면서 핵융합 기술의 상용화까지는 넘어야 할 "중대한 장애물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핵융합 점화에 성공해 핵융합 발전의 역사적인 돌파구를 마련한 미국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 연구소(LLNL) 안의 국립점화시설(NIF, National Ignition Facility) 설비 [미 에너지부 누리집]

찰스 슈머 미 상원 원내대표는 "이 놀라운 과학적 진보는 더 이상 화석 연료에 의존하지 않고 대신 새로운 청정 핵융합 에너지로 움직이는 미래의 벼랑 끝에 우리를 서게 한다"면서 "이 놀라운 돌파구를 구축할 수 있도록 국방 승인법에서 올해 6억2400만 달러가 넘는 최고액을 확보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는 사실을 오늘 발표하게 되어 자랑스럽다"고 과학적 성과에 숟가락을 얹었다.

조 로프그렌 캘리포니아주(CA-19) 하원의원은 "이번 중요한 발전은 핵융합 에너지의 상용화를 위한 미래의 가능성을 보여준다"면서 "의회와 행정부는 최근의 칩스(CHIPS, 반도체) 및 과학법 등의 융합 연구 조항에 자금을 충분히 지원하고 적절하게 이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로프그렌 의원은 "제2차 세계 대전 동안 우리는 적시에 결과를 얻기 위해 맨해튼 프로젝트(미국이 주도하고 영국-캐나다가 공동으로 참여한 핵폭탄 개발 프로그램)를 세웠다"면서 "오늘날 세계가 직면한 도전은 그 당시보다 훨씬 더 크다. 우리는 핵융합이 약속하는 깨끗하고 무한한 에너지를 위한 새로운 경로를 탐구하기 위해 연구를 두 배로 줄이고 가속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 상원 군사위원장인 잭 리드 상원의원은 "이것은 리버모어 과학자 세대의 기여를 바탕으로 한 역사적이고 혁신적인 성과다"면서 "오늘날 우리나라는 그들의 집단적인 어깨 위에 서 있다"고 이번 성과를 칭송했다. 그러면서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미 에너지부와 미국과 인류를 위한 더 밝은 청정에너지 미래를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이 유망한 돌파구에 기여한 모든 사람들에게 찬사를 보낸다"고 말했다.

핵융합은 두 개의 가벼운 핵이 결합하여 하나의 더 무거운 핵을 형성해 과정으로 많은 양의 에너지를 방출하는 과정이다. 핵분열을 이용한 원자폭탄을 평화적으로 활용하는 연구에서 원자력발전소가 나왔듯이, 핵융합 반응에서 나오는 막대한 에너지를 평화적으로 이용하는 연구가 바로 국제적인 컨소시엄으로 진행되는 국제열핵융합실험로(ITER) 연구이다.

그런데 태양이 빛과 열을 내는 원리인 핵융합이 일어나려면, 최소한 1억 ℃의 높은 온도가 나와야 한다. 1억℃를 만들기 위해 ITER은 거대한 자기장 안에서 플라즈마를 일으킨다. 미국은 1990년대 초반에는 토카막 방식의 ITER 연구를 주도했지만 1999년 ITER를 탈퇴했다가 2003년 주도국이 아닌 단순 연구 참여국으로 재가입했다. 레이저 핵융합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은 2009년에 축구장 3개 크기로 세계 최대 규모인 레이저 핵융합 연구시설인 NIF를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 연구소에 건설했다. 약 4조원을 투입한 이 연구시설은 직경 10m 크기의 구형 진공용기 내부에서 핵융합연료(㎜크기)에 총 192개의 고에너지 레이저를 집중시켜 핵융합 반응을 얻어낸다.

▲ 질량과 에너지 등가 원리를 나타내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공식 E=mc2 [pixabay]

초고출력 레이저를 한 점에 집중시켜서 1억℃를 만들면,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융합하면서 헬륨으로 변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질량의 차이만큼 거대한 에너지가 나온다. 여기에 적용되는 공식이 바로 그 유명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설명한 E=mc²인 것이다.

원자의 구조를 규명하고, 최초로 핵융합 기초실험에 성공해 핵물리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어니스트 러더퍼드는 "핵융합 반응에서는 많은 양의 에너지가 발생하지만, 이 반응이 일어날 확률은 너무 낮아서 핵융합으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은 망상"이라고 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핵분열 에너지를 이용해 원자폭탄과 원자력발전소를 만들었고, 이제 핵융합에너지를 이용해 인류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역사적인 첫 도전에 성공함으로써 그의 예측은 틀렸다는 것이 입증됐다.

미 에너지부에 따르면, LLNL의 실험은 2.05MJ의 에너지를 대상에 전달함으로써 핵융합 임계값을 초과해 3.15MJ의 핵융합 에너지 출력을 달성해 관성 융합 에너지(IFE)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과학 기반을 처음으로 입증했다.

미국은 1960년대에 LLNL의 선구적인 과학자 그룹이 실험실 환경에서 융합을 유도하기 위해 레이저를 사용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1988년부터 1994년까지 LLNL 책임자로 재직한 물리학자 존 너클스가 이끈 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관성 봉입 핵융합(Inertial confinement fusion) 프로그램이 돼 레이저, 광학, 진단, 표적 제작, 컴퓨터 모델링 및 시뮬레이션, 그리고 실험 설계 분야에서 60년 이상의 연구 개발이 시작됐다.

이 개념을 추구하기 위해 LLNL은 점점 더 강력해지는 일련의 레이저 시스템을 구축해 세계에서 가장 크고 가장 강력한 레이저 시스템인 NIF를 개발하게 됐다. NIF는 축구 경기장만한 크기이며 세계 최대 출력(4MJ)의 강력한 레이저 빔을 사용해 별과 거대 행성의 중심부, 폭발하는 핵무기 내부와 같은 온도와 압력을 생성한다.

미 에너지부가 이날 '에너지부 국립 연구소, 핵융합 점화 성공으로 역사를 만들다'라는 보도자료에서 밝혔듯이, 이번 실험에 성공한 핵융합 에너지는 수소 원자가 헬륨으로 결합해 엄청난 양의 에너지와 열을 만들어내며, 다른 핵반응과 달리 방사성 폐기물을 생성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상용화될 경우 기후변화 억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설명한다. 이번 성공으로 인류는 '꿈의 에너지'라 불리는 핵융합 발전을 향한 첫 걸음을 내딛은 셈이다. 에너지원이 고갈되지 않고 탄소도 배출하지 않는 '무한동력원'을 찾을 수 있다는 기대도 커졌다. 다만 상용화까지는 수십 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이번 성공이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야 할 필요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밝혔다.

K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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