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사우디 방문 후폭풍…이란 "공동성명서 영토주권 침해" 반발

김당

dangk@kpinews.kr | 2022-12-12 17:07:05

이란, 중국-GCC 공동성명에 분쟁 3개섬 관련 중국 대사 소환
시진핑 귀국하자마자 후춘화 부총리 UAE-이란 '중재 순방길'
中, 난사군도에 '바다 만리장성' 쌓고선 이란에 사돈 남말한 셈
이란 외교부가 지난 10일(현지시간) 창화(常華) 주이란 중국 대사를 '초치'해 강한 불만을 표명했다고 현지 영자지 테헤란타임스와 알자지라 방송 등이 11일 보도했다.

▲ 시진핑(가운데)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1월 1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해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AP 뉴시스]

나세르 카나니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창화 대사와 만남에서 지난 9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사우디아라비아 국빈방문을 계기로 열린 중국-걸프 협력회의(GCC)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이란의 영토 주권을 침해한 조항이 포함된 데 강력한 불만을 제기했다.

카나니 대변인은 "페르시아만에 있는 이란의 3개 도서는 이란의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어떤 국가와도 협의의 대상이 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수 없다"고 강조했다.

테헤란이 중국에 불만을 제기한 원인은 공동성명 12조에 호르무즈 해협의 분쟁도서인 큰 툰브(Greater Tunb)와 작은 툰브(Lesser Tunb), 그리고 아부무사(Abu Musa) 섬을 언급한 것이다.

공동성명은 "양측 정상은 국제법과 준칙에 따라 3개 섬 문제를 양자 협상을 통해 평화롭게 해결하는 아랍에미리트(UAE)의 이니셔티브를 포함한 모든 평화 노력에 대한 지지를 강조하며, 국제 합법성에 따라 이 문제를 해결한다"는 조항을 12조에 포함했다.

UAE는 1971년 12월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아부다비(Abu Dhabi), 아즈만(Ajman), 두바이(Dubai), 푸자이라(Fujayrah), 샤르자(Sharjah), 움 알 카와인(Umm al-Qaywayn) 등 6개 토후국이 결성한 연합국이다.

그런데 이란 팔레비 국왕은 영국이 현재의 UAE 지역에서 군대를 철수하자, 6개 토후국이 독립국가를 결성하기 직전인 그해 11월에 페르시아만 입구의 호르무즈 해협에 위치한 아부무사와 툰브 등 3개 도서를 점령해 지금까지 영유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후 1990년대 들어 이란이 3개 섬을 방문하는 데 이란 비자를 요구하고, 아부무사 섬에 공항을 건설하고 툰브 섬에 발전소를 구축하는 가운데 UAE가 GCC 국가들의 지원을 받아 영유권을 주장해 영토 분쟁이 본격화됐다.

▲ 이란과 아랍에미리트(UAE)가 영토분쟁 중인 호르무즈 해협의 큰 툰브(Greater Tunb)와 작은 툰브(Lesser Tunb), 그리고 아부무사(Abu Musa) 섬 [위키 지도]

UAE는 이란이 UAE 영토인 3개 섬을 강점하고 있다며 반환을 촉구하고, 국제 사회에 이란이 자국과 직접 대화 또는 유엔헌장과 국제법에 의거해 국제사법재판소 중재를 받을 수 있도록 압력을 가해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란은 UAE와의 어떠한 대화나 협상도 거절해왔다. 그런데 이번 중국-걸프(GCC) 공동성명은 비록 이란을 특정하지 않았지만, '국제법과 준칙에 따른 양자 협상을 지지'함으로써 중국이 이제껏 대화·협상을 거부해온 이란에 사실상 대립각을 세운 셈이 됐다.

동아시아의 대표적인 다자간 영토분쟁 지역인 난사군도(Spratly Islands, 남중국해 남단 30여 개의 작은 섬과 40여 개의 암초 및 산호초로 이루어진 군도)에서 대만,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과 분쟁을 겪고 있는 중국은 암초에 인공섬을 건설해 대응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이번 중국-아랍국가들의 '리야드 선언'은 아랍 국가들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확고히 견지하고 중국이 주권과 영토 보전을 수호하는 것을 지지하며 대만이 중국 영토의 불가분의 일부임을 재확인했다고 강조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중국-GCC 공동성명은 난사군도에서 다수의 암초를 점령해 '바다의 만리장성'을 쌓고 있는 중국이 이란더러 점유한 3개 섬을 UAE와 협상해 영토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라고 사돈 남말한 셈이 되었다.

▲ 난사군도(Spratly Islands) 주변국들의 섬 및 암초 점령 현황 [나무위키]

한편 이번 공동성명에는 분쟁 도서 외에도 이란의 핵 개발 계획도 포함됐다.

공동성명 11조는 "양측 지도자는 지역 내 국가가 참여하는 전면적인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며 "이란 핵 문제, 지역의 안정과 파괴를 처리하는 문제, 테러조직, 종교파벌 조직, 무장 조직에 대한 지지를 저지하고, 탄도 미사일과 무인기 확산을 방지하며, 국제 항로와 석유 시설의 안전을 보장하며, 연합국 결의와 국제법을 준수한다"고 지적했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지난 10일 보도된 '알 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여러 곳에서 발견된 인공 핵 입자에 대해 IAEA에 답변을 제공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라고 거듭 강조했다.

올해로 14번째인 지난 9월의 '아랍 청년 설문조사'(Arab Youth Survey, 중동 및 북아프리카 17개 국가 50개 도시 거주 18~24세 아랍인 3400명 대상 대면조사)에 따르면, 아랍 청년들이 '적'으로 여기는 국가는 이스라엘(88%)에 이어 이란(62%)이 두번째인 점을 고려하면 걸프 국가들의 이란에 대한 반감은 놀랄 일이 아니다.

문제는 이란에 대한 걸프 국가들의 반감을 담은 공동선언에 중국이 지지의 입장을 밝힌 것이다.

카나니 대변인은 성명에서 이란 관련 조항이 포함된 것에 "놀라움"을 표명하고 이란의 활동을 옹호했다. 아울러 중국 대사 '초치'라는 고강수로 대응했다.

아미르 압둘라히안 이란 외교장관은 11일 트위터에 글을 올려 "페르시아만의 아부무사, 대툰브, 소툰브 세 섬은 이란의 순수한 영토이자 불가분의 일부이며 영원히 모국에 속한다"며 "이란 영토의 완정(完整)을 위해서라면 조금도 주저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이란 네티즌은 압둘라히안 장관의 트위터에 불만을 표시했다. 알자지라는 그가 트위터에서 중국을 특정하지 않았으며 지난 8월 중국의 대만 정책과 영토주권을 지지하는 글을 이란어와 중국어로 트위터에 올린 선례와 달리 이번에는 이란어로만 불만을 제기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의 정무차관인 모하마드 잠시디는 직접 중국 당국을 겨냥해 이란어 트윗으로 이렇게 언급했다.

"중국 동지들은 사우디와 미국이 시리아에서 테러리스트 ISIS[ISIL]와 알카에다를 지원하고 잔인한 군사적 공격으로 예멘을 파괴했을 때, 그 테러리스트들과 싸워 지역 전체에 안정과 안보를 확립하고 테러가 동서로 퍼지지 않게 한 것은 이란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 사우디를 국빈 방문 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8일(현지시간) 리야드의 알 야마마궁에 도착해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 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AP 뉴시스] 

이에 중국은 중국-아랍 관계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자평한 시 주석의 사우디 방문이 야기한 후폭풍의 수습에 나섰다. 신화통신과 인민일보후춘화(胡春華) 국무원 부총리가 10일부터 14일까지 나흘 일정으로 UAE와 이란 2개국 순방에 나섰다고 11일 보도했다.

글로벌 타임스는 12일 "중국-GCC 공동성명에서 3개 섬 문제와 관련해 정상들은 국제법의 규범에 따른 협상을 위한 UAE의 이니셔티브와 노력을 포함한 모든 평화 노력에 대한 지지를 강조했다"고만 언급했다.

그러면서 전문가의 논평을 인용해 "중국이 제안한 글로벌 안보구상에 따라 중국은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공동의 지속 가능한 안보 관점을 추진하는 가운데 중동의 안보 문제에 건설적인 역할을 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중국 관영 언론은 이번 시 주석의 사우디 국빈방문과 제1차 중국-아랍 정상회의 및 중국-GCC 정상회의로 '중국-아랍 관계는 새로운 장을 열었다'며 "중국 외교의 또 다른 위대한 선구적 사업"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시 주석이 사우디와 걸프만 산유 왕정국가들로부터 '황제급 예우'를 받으며 호르무즈 해협에서 펼친 정상외교에서 호사(好事)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이해관계가 실타래처럼 얽힌 국제외교에는 늘 득과 실이 함께 있는 법이다.

K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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