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성의 경제분석] 회장님의 법인카드, 누가 말릴 수 없나요?
김기성
bigpen@kpinews.kr | 2022-12-05 14:27:46
후크엔터테인먼트 등 기업, 공공기관, 정치권도 문제
오너의 부적절한 사용 문제 커…내부 감시 강화해야
중견건설업체 대우산업개발의 이 모 회장이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같은 날 서울 용산의 잡화점에서 320만 원, 홍콩의 피부관리 매장에서 116만 원이 결제됐다. 이 회장은 14개의 카드를 사용하면서 2021년 이후 홍콩에서 7억2000여만 원, 국내에서 7억6000여만 원을 결제했다고 한다. 10년 동안 카드 결제 내역을 보면 국내에서 143억 원, 홍콩에서 43억 원을 사용했다.
회사 측은 이 회장의 부인이 홍콩에 거주하면서 대우산업개발의 중국 사업 진출을 위해 업무 목적으로 사용했다고 설명했지만 정작 대우산업개발이 홍콩이나 중국에서 건설 관련 매출 실적을 올린 일은 한 번도 없다고 한다. 더구나 대우산업개발은 지난 2018년 세무조사에서도 법인카드 사용 내역이 문제가 돼 4억7500만 원의 법인세를 추가로 낸 것으로 확인됐다. 홍콩에서 사용한 부분이 문제가 되는 줄 알면서도 계속 사용해 온 셈이다.
대기업, 직원 법인카드 사용에 대해서는 규제 강화
법인카드는 기업의 경비 사용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2001년부터 지출금액에 대해 손비로 인정해주면서 사용이 크게 활성화됐다. 그러나 법인카드를 개인적으로 유용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기업들은 임직원의 법인카드 사용에 대해 규제를 강화해 오고 있다.
예를 들어 법인카드를 사용하기 전에 윗선으로부터 승인을 받는 경우가 많다. 언제, 누구와 만날 예정이고 대략적인 예산은 얼마나 되는지를 보고해야 한다. 물론 왜 만나야 하고 회사에 어떤 이득이 되는지도 보고서에 포함해야 한다. 심한 경우에는 접대 대상자에게 실제로 접대받았는지를 확인하기도 한다. 또 법인카드 1회 사용 한도를 정해두기도 하고 휴일 집 근처에서 사용한 금액을 인정해주지 않는 기업도 많다.
영업사원이 많은 제약회사의 경우에는 실시간으로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파악해 부적합한 카드 사용에 대해서는 바로 경고나 주의를 내리기도 한다. 이러다 보니 '귀찮고 더러워서 법인카드 사용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올 만큼 법인카드 사용이 투명해진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회장님의 법인카드
앞에서 의혹이 제기된 대우산업개발처럼 문제가 되는 것은 오너, 또는 기관장의 법인카드 사용이다. 최근에 가수 겸 배우 이승기와 정산 문제를 빚고 있는 연예기획사 후크엔터테인먼트의 권진영 대표의 법인카드 사용도 의혹이 제기됐다. 권 대표는 2020년 이후 루이비통 청담동 매장에서 법인카드로 2억7000만 원을 결제한 것을 비롯해 6년 동안 명품 구매에 18억 원 정도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기업의 법인카드뿐 아니라 공공기관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도 문제가 된 적이 많다. 지난 2월 사퇴한 김원웅 전 광복회장이 광복회 법인카드로 목욕비, 가발 미용비, 약값 병원비로 쓴 것이 드러나 문제가 됐다. 2년 동안 결제한 법인카드 사용액 7900여만 원 가운데 2200여만 원이 업무와 무관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밖에 지자체 단체장의 카드 사용도 단골 의혹 중의 하나다.
정치권도 법인카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해 프로축구 성남 FC의 후원금 의혹을 수사하던 검찰이 법인카드 사용에 문제를 제기했다. 사용금액이 수년간 수십억 원에 달하고 후원금이 몰린 시기와 겹친다는 점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또 쌍방울과 관련해서는 구속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 부지사가 쌍방울의 법인카드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법인카드 "당신이 어디서 뭘 했는지 알고 있다"
기업의 오너나 기관장이 부적절하게 법인카드를 사용하는 것은 조직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어서 일어나는 일이다. 사실 법인카드를 사용하는 순간 어디서 무엇에 사용했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더구나 문제가 됐을 때는 휴대전화 위치 추적 등을 통해 누구와 있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한마디로 언제, 무엇을 했는지 흔적이 남게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법인카드로 명품을 구입하고, 상품권을 구입해 현금깡을 하는 것은 현실을 모른다는 얘기다. 더 신중히 생각해 보면 기업이나 기관의 재무담당자들은 다 아는 사실인데도 오너나 기관장에게 주의를 주지 않는다는 얘기고, 이는 그 조직이 그만큼 경직돼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KPI뉴스 / 김기성 대기자 bigpe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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