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이 한시간여만에 토양개선제로…물과 번개의 '마법'

탐사보도부

realsong@kpinews.kr | 2022-11-29 15:15:47

화일미래기술, 독일·일본도 못한 '아임계 수 산화공정 기술' 확보
기간·처리 비용 획기적으로 낮춰…환경오염 화학비료 대체 가능
대기업·지자체들도 깊은 관심 나타내…친환경 비료 대량생산할 터

"플라스틱이 자연 분해되는데 수백년 걸리잖아요. 우리 기술로 한두 시간이면 충분합니다."

믿기지 않는 얘기였다. 태우거나 화학물질을 쓰는 게 아니라고 했다. 오직 물만으로 모든 생활쓰레기를 분해한단다. 그렇게 분해된 잔여물은 친환경 토양개선제로, 비료로 재탄생한다고 했다. 

"아니, 그게 어떻게 가능하죠?" 이홍근 화일미래기술 대표는 여유로운 웃음을 물고 답했다. "보여드리면 되죠? 직접 눈으로 확인하세요."

지난 25일 오전 경기도 포천시 신창리 화일미래기술 공장을 찾았다. "플라스틱으로 할까요, 닭털로 할까요?" 이 대표는 자신만만하게 물었다. 액체비료로 변신한다는 닭털 분해를 먼저 보자고 했다.

과연 눈으로 확인하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장비 가동 한 시간 여만에 은빛 탱크에서 짙은 갈색 액체가 콸콸 쏟아졌다. 닭털과 톱밥이 분해된 액체비료였다. 뿌옇게 김이 퍼지고, 구수한 냄새가 훅 들어왔다. 이 대표는 "뻥튀기"에 비유했다. "농민들은 참기름으로 부른다"고 했다.

닭털은 90% 이상 단백질로 구성돼 있어 100% 용해(액체화)되지 않는다. 매년 버려지는 양만 9억 톤. 그냥 버려도, 태워 없애도 모두 환경을 오염시킨다.

▲ 경기도 포천 화일미래기술 공장. 왼쪽 은빛 탱크에서 플라스틱, 닭털, 음식쓰레기가 한두 시간만에 분해돼 토양개선제, 액체비료로 재탄생한다. [서창완 기자]

눈으로 확인한 화일미래기술의 기술력은 놀라웠다. 플라스틱, 닭털, 음식쓰레기 등 환경을 오염시킬 생활쓰레기들을 물만을 이용해 1~2시간 내 친환경 액체비료, 토양개선제로 변신시켰다. 

이날 오전 9시45분. 물만으로 환경오염원을 친환경 물질로 바꾸는 마법이 눈앞에서 펼쳐졌다. 화일미래기술 직원이 '오토클레이브'라는 대형 은빛 탱크에 닭털 40㎏과 톱밥 10㎏를 넣었다. 2개의 정수기를 통과한 지하수가 보일러에서 데워져 증기 상태로 오토클레이브에 들어가는 것이 시작이었다.

마법은 은빛 탱크 안에서 벌어졌다. 오전 11시. 기기 기압(Bar)이 19.5를 가리키고, 온도는 210℃까지 올라갔다. 탱크 안 증기와 내부 물질이 뒤섞이면서 미세한 마찰전기가 발생한다고 했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미세한 정전기다. "탱크 안에서 번개가 계속 치는 셈"이라고 이 대표는 말했다.

내부 기압이 20까지 오르자 직원이 증기 밸브를 줄이면서 내부 압력을 낮췄다. 11시45분. 압력이 제로(0)까지 떨어졌다. 곧바로 탱크 아래 하얀 관을 열자 유기 액체비료가 쏟아졌다. 닭털과 톱밥이 액체 비료로 변신하는데 걸린 시간은 고작 2시간이었다.

▲ 화일미래기술 직원이 액체 유기비료를 만들기 위해 탱크에 닭털과 톱밥을 넣고 있다. [서창완 기자]

이 과정을 비전문가가 이론으로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이 대표는 "분자 단위의 물이 깨지면서 유기물을 분해하는 것"이라고 했다. 부연하면 탱크로 들어간 증기가 운무처럼 뭉치고 그 안에서 번개치듯 '아크방전'이 일어나 물 입자가 이 번개를 맞으며 깨질 때 폐기물도 분해된다는 원리다. 이 대표는 "우리 기술의 핵심은 탱크안에서 번개치는 걸 발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주목할 것은 '마법'에 필요한 것은 오직 물과 물을 데우는데 필요한 소량의 등유뿐이라는 사실이다. 일체의 화학용품이 들어가지 않기에 친환경적이다. 그렇게 생산된 토양개선제, 액체비료의 효능도 뛰어나다. 이 대표는 "우리 비료로 농사지으면 작황이 놀라울 정도로 좋아진다"면서 사진을 보여줬다. 오이, 무, 고추의 크기가 일단 보통 작물의 거의 두 배였다. 

▲ 이홍근 화일미래기술 대표(가운데)와 회사 직원들이 11월25일 경기도 포천 공장에 설치된 오토크레이브에서 추출한 액체 유기비료를 살펴보고 있다. [서창완 기자]

이홍근 대표는 "일본 후쿠오카대 교수진과 함께 기술개발에 나서 몇몇 고질적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화일미래기술은 현재 관련 기술에 대해 국내 특허등록을 마친 상태다. 

화일미래기술을 통해 폐섬유, 폐플라스틱, 스티로폼, 비닐 등은 바이오 차콜(Charcoal·숯)로 재탄생한다. 이렇게 만든 바이오 차콜은 산성화된 땅을 중성화시키는 토양개량제로 쓰인다.

지구환경 살리기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1903년 독일 과학자 하버가 암모니아 질소 비료를 개발하면서 대량의 화학비료 생산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다량의 화석연료가 필요했다. 환경오염 이슈가 뒤따른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 화일미래기술이 닭털과 음식쓰레기를 분해해 만든 판매중인 액체 유기비료. [서창완 기자]

하버공정으로 만든 질소비료는 농작물 대량 생산에는 도움을 줬지만 토양을 산성화시키는 폐해를 낳았다. 화일미래기술 공정은 100% 자원 재활용을 통해 화학비료를 대체하는 액상, 분말 형태의 천연 유기 비료 생산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대량으로 나오는 생활쓰레기를 사실상 100% 재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혁명적이다. 이 대표는 "환경오염원인 모든 생활폐기물을 친환경적으로 처리할 뿐 아니라 그 부산물로 토양을 살리고 환경을 개선할 수 있으니, 그 쓰임은 가히 농업혁명, 환경혁명"이라고 말했다.

KPI뉴스 / 송창섭 기자 realsong@kpinews.kr

"음식물 생활쓰레기 친환경 처리로 지차체도 충분히 돈벌 수 있다"

[인터뷰] 이홍근 화일미래기술 대표

▲ 화일미래기술 이홍근 대표가 11월25일 경기도 포천 공장에서 자사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창완 기자]

"저희 비료를 써서 키운 농산물은 크기와 상태가 최상품입니다."

경기 포천의 화일미래기술에서 생산된 액체 유기비료 아미노리치를 손에 든 이홍근 대표가 자신에 찬 얼굴로 말했다.

그는 "아미노리치를 써본 농가에서 반응이 뜨겁다"며 "1리터짜리 기준 수입제품이 5만 원에 판매되는데 아미노리치는 그보다 2만원 싸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일본통이다. 원래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섬유를 팔았다. 이토추 등 일본 종합상사들과 자연스럽게 교류하면서 유기물, 생활·음식물쓰레기를 친환경적으로 처리하는 아임계 수 산화공정을 처음 접했다. 2018년 OH바이오라는 유기비료 생산회사를 세운 데 이어 지난해에는 친환경 설비 설계기업 화일미래기술을 설립했다.

이 기술은 이 대표가 혼신을 다 바쳐 만든 결과다. 관련 학문을 전공하지 않은 그는 독학으로 기술을 습득했다. 재야의 고수인 일본인 과학자 오하시 요시에이(大橋吉榮)는 그에겐 평생의 은인이다.

1998년 기술개발에 나서 2011년 특허를 획득했으니 13년이 걸렸다. 현재 화일미래기술은 국내 모 대기업, 여러 지자체 등과 업무협약을 준비 중이다.

이 대표는 "유명 특급호텔과 손잡고 시범적으로 음식물쓰레기와 생활쓰레기를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지자체 입장에선 지역에서 나오는 음식물쓰레기와 생활쓰레기를 액체비료, 토양개량제로 만들어 팔 경우 매출 증대 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농가 소득원도 된다고 했다. "수질환경 오염 주범인 소, 돼지,닭의 똥을 우리 기술로 퇴비를 만들면 환경도 보호하고 질 좋은 비료를 확보해 유기농업 발전과 농가소득 증대에 크게 기여할 것"이란 얘기다.

이 대표의 포부는 국내에 국한하지 않는다. '글로벌'하다. "앞으로 UN(국제연합) 산하기관 등과도 연계해 우리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KPI뉴스 / 서창완기자 seogiza@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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